올해는 칠면조 반마리만(?)
픽사베이
추수감사절 상차림 비용 20% 올라
잔칫상 올릴 갈비, 불고기도 상한가
#정은혜(가명)씨는 지난 주말 교회에서 식사 당번을 맡았다.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교인들과 함께 하는 특별 오찬을 차리는 날인데, 몇몇 봉사자가 메뉴를 분담해 만들어 가기로 했다. 정씨가 맡은 것은 칠면조와 함께 먹을 으깬 감자요리(매쉬드 포테이토)였다. 얌(yam)을 삶아 으깬 뒤 버터, 사워크림, 우유, 마시멜로 등과 함께 조리한 음식이다. 매년 이 메뉴를 담당했던 정씨는 토요일 오후 장을 보다가 요즘 물가를 다시 한번 실감했다.
정씨는 “단가가 비싼 재료들은 아니지만, 교인들이 함께 나누려면 양이 꽤 필요했다. 그런데 작년에 비해 1.5배에서 많게는 3~4배나 뛴 가격에 선뜻 카트에 담기가 망설여지더라”며 “결국 한인마켓에서 시작해 아르메니안 마켓, 미국 마켓까지 세 군데를 돌며 부지런을 떨고 말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치솟는 물가 속에 올 추수감사절 밥상 비용이 20%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농가생산물협회(American Farm Bureau Federation, AFBF)은 16일 올해 땡스기빙데이 만찬을 차리는 재료비가 10인분 기준 64.05달러(1인당 6.50달러)로 지난 해 평균 53.31달러보다 10.74달러(20%)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AFBF가 37년간 조사를 실시한 이래 최고치다.
H마트 마당몰점 이성준 매니저는 “올해 터키 가격은 파운드 당 3.49달러(세일가격 2.49달러)로 지난 해 2.49달러(세일가격 1.89달러)에 비해 40%(세일가격 31%) 올랐다”고 말했다. 16파운드 기준 터키 한 마리에 55.84달러(세일가격 39.84달러)인 셈이다.
이 매니저는 “한식 잔치 밥상에 주로 올라가는 갈비는 파운드 당 12.99달러, 불고기는 8.99달러로 전년대비 15~20% 인상됐고, 잡채는 평균 4~5달러에서 7~9달러로, 참기름은 14.99달러에서 19.99달러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국, 조림, 볶음, 무침에 들어가는 ‘파’다. 올 여름 파 가격은 5단에 1달러였지만, 이번 달 기준 1단에 99센트로 무려 395% 폭등했다. 이 매니저는 “한인들의 주식인 쌀값도 만만치 않다”며, “평균 13.99달러에서 16.99달러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 매니저는 “지속적인 물가 상승에 따라 고객들의 소비 패턴이 크게 달라졌다”며 “최소 품목만을 구매해 평균 장바구니 가격대를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부 공장들이 제한적으로 가동되며 공급에 차질을 겪고 있는데다 치솟는 원가와 운송 비용, 악천후 등으로 가격인상이 불가피 하다는 입장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으로 올해 초 미 전역 칠면조 공급에 큰 타격을 입은 것도 한 몫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마켓 리서치 회사 IRI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추수감사절 밥상 재료 비용이 전년대비 13.5% 더 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달 기준 터키 가격은 24.4%, 매쉬드 포테이토 20%, 크랜베리 소스 18%, 샐러드 8.7%, 디저트 핵심 재료인 계란과 버터는 각각 74.7%, 38.5% 인상됐다. 가정에서 소비되는 식품에 대한 소비자 물가지수는 지난 1년 동안 12% 증가했다.
우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