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수의 코미디 40년 연예비사 <34-3> 나를 반기문 지구를 구하리라 -우주명의 반기문 UN에 떴다!
#. 미국을 알고 세계를 배워 UN에 이른다
반기문 총장은 어렸을 때부터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다. 프랑스어, 독일어, 일어로 완벽하게 소통할 수 있다. 청주고 2학년 때 미국 적십자사 개최 영어경시대회에서 1등을 했다. 입상자에게 주는 특혜로 1962년 고3 때 해외연수 UN방문 봉사활동의 기회를 갖게 됐다. 이때 백악관으로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예방했다. 140개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연설을 듣기 위해 대통령을 에워쌓다. 한국은 이 행사에 경기고 1명, 경기여고 1명, 경남여고 1명, 청주고 반기문 학생 모두 4명이 초대됐다.
여학생들은 거의 모든 학교가 단발머리를 했을 때였다. 미국 사회는 여성의 경우 죄수들만 단발머리를 하기 때문에 6개월 전에 미리 여학생들에게 머리를 기르도록 배려하였다. 반기문 학생에게는 선생님들께서 학교의 경사요 영광이라며 100~200원씩 성금을 걷어서 양복을 맞춰 주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 “이제 세상은 국경이 없습니다. 세계는 하나입니다. 미래에 당신들은 무슨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준비가 돼 있습니까? 남을 위해서는 무엇을 할 것 입니까.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자세가 돼 있습니까?” 반기문 학생은 연설을 들으면서 반드시 외교관이 되어 나라를 위해 일하고 UN에 참여하여 세계를 위해 일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1개월 연수에 불과 60달러를 갖고 가서 악착같이 버텼다. 대부분 학생들은 가난했고, 연수에 열심히 임했다.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면서 인생의 중요한 계기로 삼았다. 미국 연수단 학생들은 미국시민의 도움을 받아 민박을 했다. 여학생들은 딸이 있는 집안에, 남학생은 아들이 있는 집에서 생활했다. 그때의 인연으로 반기문 학생이 머물렀던 집의 가족들은 한국을 자주 방문했으며, 얼마 전에 제주도 여행도 함께 다녀왔다. 특히 100세를 맞은 옛 집주인 할머니께 반기문 총장과 부인이 생일축하 꽃다발을 보냈더니 꽃을 받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퇴임식 날 마지막 행사로 시골 할머니 집에 인사를 갔다. 여러 대의 UN 경호차량과 방문단이 도착하자 사이렌이 울리고 꽃가루가 날렸다. 촌동네가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이 퇴임식에 영화배우이며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낸 정치가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슈워제네거는 영화 한 편 출연료로 3000만달러의 기록을 세운 세계적인 스타다.
보도진이 들이닥쳐 카메라가 수 없이 플래시를 터트리며 성시를 이루니 마을 생긴 이래 가장 큰 경사가 났다고 마을 사람 전체가 뛰쳐 나와 퇴임식을 축하했다.
#. 병든 사회 누가 고쳤나?
해외연수를 마친 일행이 김포공항에 들어올 때 세관원이 목걸이를 하고 있는 여학생에게 경위를 물었다. 여학생은 미국에서 의사를 하고 있는 아버지가 딸이 한국대표로 선발돼 미국연수를 다녀가니 기쁜 마음에 기념으로 만들어 준 목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여학생은 영어로 대답했다. 그 시절에는 영어를 공부해도 이를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영어를 쓰는 사람이 귀하고 사용하는 곳도 극히 제한적이어서 영어공부 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여학생은 공항은 영어가 통하니 연수받은 영어실력을 체험하기 위해 용기를 내 영어를 써 봤다. 물론 세관원이 잘 응대를 해줬다.
그런데, 옆에서 지켜보던 공항전담 신문기자는 이를 매우 부정적 시각으로 보고 있었다. 공항에 드나드는 유명인사들의 동향을 싣는 '오늘의 김포공항' 란에 “병든 김포공항”이란 제목을 달았다. 학생들이 해외연수를 가서 사치나 하고 나쁜 버릇을 배워온 것처럼 맹비난을 퍼부었다. 잘 받아주고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격려를 해도 모자랄 판에 망신주기 식으로 끌어 내리면 이것이 과연 어른의 할 일인가? 얻어지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미숙한 사회, 부끄러운 언론이 아닌가?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졸렬한 일이었다. 해외에 한 번 나가기가 너무나 어려웠던 시대, 학생들의 조그만 실수도 무조건 윽박지르고 처벌하려 들던 사회, 무엇을 도와주면 될까, 어떻게 가르쳐 주면 좋을까를 생각하지 않고 우리는 너무 급박했다. 오직 성장! 성장 중독에 병든 사회였다. 그 사회를 젊은이들은 용케 고쳤다.
1등 해라, 출세해라, 모범을 보여라, 부자가 되라, 젊은이들에게 강요하던 사회를 그들은 바로 잡았다. 이만하면 우리 애들 쓸만하지 않은가?
#. 특별은 줄이고, 평범은 늘려라. 지구는 살려라!
반기문 전 총장은 행정부에서 일할 때 국회에 호출당해 수 없이 야단을 맞았다. 질책과 엄포, 비난과 폄하, 우리는 화면에서 이런 장면을 자주 본다. 변화와 개혁의 목소리가 높다.
반기문 총장의 회고. "국회의원 특권이 너무 많다. 권력남용일 수 있다. 줄여야 한다. 일하는 것보다 싸우는 일이 더 많으면 안 된다. 자기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데 남의 일을 못하게 하는 것을 종종 본다. 모든 일은 법대로 해야지, 힘으로 한다면 그게 법치인가? 목소리가 너무 크거나 성난 얼굴로 화풀이를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회의원 수의 20% 이상 여성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 당의 명령을 더 중요시하면 국회 독립성이 상실될 염려가 있다."
음식은 어떤 것이든 골고루 잘 먹는다. 과음·과식 하지 않는다. 건강을 의식해서 특별히 하는 운동은 없다. 하루 2000보 정도 걷는다. 골프는 치지 않는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한승수 장관을 모실 때도 밤 12시 전에 취침했다. UN의장의 비서실장 당시에도 늦게 자는 일은 없었다. 일생을 늘 하던대로 하고 살았다.
남은 여생을 즐기면서 편안히 쉴 때가 아니냐는 제의를 받기도 한다. 내 한 몸이 바쁘게 일해서 우리가 사는 지구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숨이 멈추는 순간까지 일하고 싶다. 1년 이면 9~10개월을 외국에서 보내고 있다. 굶주리고 병든 곳에 식량과 의약품을 보내고 지뢰를 제거해 장애인으로 평생을 불행하게 사는 사람이 없도록 막아야 한다. 기후를 원상회복하여 지구촌 재앙을 예방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끊임 없이 노력하고 도전하면 지구는 반드시 살아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