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교사로 사는 보람
제이슨 송
뉴커버넌트 아카데미 교장
지난 23년 간 섬겨 온 새언약초·중·고등학교의 졸업생 중 사회생활을 시작하거나 결혼할 때 찾아오는 친구들이 있다. 오랫만에 다시 만나면 정말 기쁘고,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들의 학창시절로 돌아가 수다를 떤다. 이렇게 나를 찾아오는 졸업생 중 일부는 자신의 마음에 갖고 있던 그릇된 생각이나 실수를 인정하고 고백(?)하기 위해 오기도 한다.
지난 주 사회생활을 시작한 한 졸업생이 찾아왔다. 아직 20대 초반이지만 일찍 사업에 손을 대 작은 사업체의 사장이라며 명함을 주었다. 불쑥 찾아온 그와 많은 대화를 하지 못했지만 약 30~40분 간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다 그는 자신이 중학생이었을 때 나를 비롯해 교사들에 대한 불만이 가득 차 있었다고 고백하며 정중히 사과했다.
물론 이런 말을 처음 듣는 것이 아니기에 놀라진 않았지만 왜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냐고 물었다. 간단히 말해 그는 훈련과 훈계가 싫었다고 했다. 자기를 가르치며 좀 더 깊은 이해와 탄탄한 기초를 쌓으라고 요구했던 선생님들이 그냥 귀찮고 미웠다고 한다. 특히, 친구와 주변사람의 눈길에 예민했던 10대 시절에 꾸중을 듣는 것이 창피했다고 했다. 그래서 모든 교사가 자기에겐 부담스러운 존재였고 분노의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이해가 간다. 하지만 교사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학생의 비위를 맞춰주는 사람이 아니다. 물론, 학생의 마음에 상처가 남았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러나, 만약 학생이 원하는대로, 반복되는 훈련과 가르침을 피해 아이가 원하는대로만, 편한대로만 가르쳤다면 절대 난이도가 높은 과제를 제대로 가르칠 수 없었을 것이고 실력을 갖춘 학생을 배출해 낼 수도 없다.
이 청년은 작은 회사의 사장으로서 회계업무를 하다, 또 직원을 다루다가 선생님들의 노고를 잘 못 이해하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사업을 하다 보니 기초수학이 정말 필요했고, 통계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하며, 또 직원들을 훈련시키고 가르쳐야 했기에 교사의 관점을 이해하게 되었단다.
그는 또 신앙생활을 멀리하다 다시 회복을 체험한 뒤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 사과하고 본심을 털어 놓아야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참 귀하고 성숙한 자세와 생각이기에 기특했고 감사했다. 큰 보람을 느꼈다.
학교란 곳은 배움을 추구하는 학생들이 모여 열정과 기쁨을 갖고 즐겁게 공부하는 그런 곳이 아니다. 그런 “이상(ideal)”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학교는 배우길 거부하는 학생들과 그런 학생들을 가르치기로 결심한 교사들이 매일 전쟁을 치루는 곳이다. 부모는 이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부모와 함께 아이를 교육시키는 교사를 동역자로 여기고 지원해야 한다.
교사는 학생이 과제에 흥미를 갖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또 흥미와 관심이 부족하더라도 왜 그런 내용을 꼭 배워야 하는지 가르치고 훈련시킨다. 왜냐하면 기초를 제대로 쌓아야지만 더 깊은 깨달음이 있고, 그렇게 계속 전진해야지만 지성인이 되고, 배움에 대한 겸손함을 유지해야만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잠시나마 그 학생에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고 좋은 책 몇 권을 소개해줬다. 눈물을 글썽이며 여러 차례 사과하며 감사를 표한 그 학생의 뒷모습을 보며 정말 가슴이 뿌듯했고 고마웠다.
한편으론 왜 그에게 좀 더 너그럽게 대해주지 못했는지 내 자신을 돌아보았지만 다른 편으론 배움을 거부하고, 배울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우길 싫어하는 학생을 가르치는 직업정신을 갖고 최선을 다했다고 확신한다. 물론 모든 학생이 다 교사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도 언젠가는 사회인으로서, 부모로서, 또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리더로서 조금이나마 선생님의 마음을 이해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