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해당 대학 졸업했으면 영향력 가장 세다"
최근 레거시 제도를 전격 폐지한 명문 사립대 앰허스트 칼리지 캠퍼스. /Amherst College
말 많고 탈 많은 명문대 '레거시' 제도
끊이지 않는 논란, MIT·존스홉킨스대·앰허스트 칼리지는 제도 폐지
사립대 입학사정관의 32%는 레거시 옹호, 합격 어려운 대학일수록 중요
대학 입시에서 '레거시(legacy)'는 가족과 대학과의 커넥션을 일컫는 말이다. 이 용어가 가장 자주 쓰일 때는 학생의 부모가 특정 대학을 졸업한 경우이다. 이것을 ‘제1의’ 레거시라고 부른다. ‘제2의’ 레거시는 지원자의 형제자매나 조부모처럼 가까운 친족이 해당 대학을 졸업한 경우를 뜻한다. 레거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일부 탑 대학들은 레거시 제도를 없애고 있다.
◇레거시, 합격할 가능성 높여주나
2018년 ‘인사이드 하이어에드(Inside Higher Ed)'가 갤럽과 함께 미국 내 주요대학 입학사정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사립대학의 입학디렉터 중 32%는 레거시를 입학사정에 고려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응답했다. 공립 대학에서 이 수치는 16%로 떨어졌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과연 레거시는 내가 대학에 합격할 확률을 얼마나 높여줄까?
레거시 요소가 입시에서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이에 대한 대답은 몇 가지 고려사항에 따라 달라진다. 고려사항 중 3가지를 꼽자면 첫째로 ‘레거시 커넥션이 얼마나 강력한가’, 둘째 ‘내가 진학하길 희망하는 대학이 어디인가’, 셋째 ‘지원한 대학에 내가 후보자로서 얼마나 강력한가’이다.
먼저 '레거시 커넥션이 얼마나 강력한가'부터 살펴보자. 여기서 ‘강력하다’는 것은 두 가지를 뜻한다.
레거시의 강도는 ‘제1의 레거시인지, 아니면 나의 삼촌이 그 대학에 다닌 것인지' 묻는 것이다. 나와 관계가 가까울 수록 더 좋다. 또한 ‘이 레거시가 모교에서 얼마나 활발하게 발휘되었는가’도 중요하다.
그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모교의 발전에 관여했는가? 주요 기부자인가? 동문 인터뷰를 하거나, 학생 인턴을 채용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그들의 시간과 전문성을 투자했는가? 입학사정관들은 지원자와 동문과의 관계를 보고 동문의 기부와 기여에 대한 기록을 심사한다. 관계와 내용이 강력할수록 입시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만약 지원자의 형제나 자매가 해당 대학에 다닌다면 입학 사정관들은 그 형제나 자매가 훌륭한 학생인지 보기 위해 대학에서 받은 성적을 심사할 수 있다. 또한 이 형제나 자매의 대입 원서를 찾아서 프로필의 강도를 지원자의 원서와 비교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내가 진학하기를 희망하는 대학이 어디인가’이다. 2018년 인사이드 하이어 에드와 갤럽의 공동 조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대학들이 레거시를 입학 심사에 적용하는 방침은 대학마다 다르다. 아예 적용하지 않는 대학부터, 지원자들의 프로필이 비슷할 경우 당락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대학, 레거시에 우선권을 주는 대학 등 다양하다.
대체로 학생 선발을 까다롭게 하는 대학일수록 레거시가 있다면 도움이 된다. 아이비리그 대학 중 대부분이 레거시를 입학사정에서 고려한다. 그러나 모든 엘리트 대학들이 레거시에 가중치를 두는 것은 아니다. 칼텍, MIT, 존스홉킨스대, 앰허스트 칼리지, UC버클리 등은 레거시를 보지 않는 그룹에 속한다.
레거시에 가치를 두는 대학 중 일부는 오직 제1의 레거시 후보에만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탠퍼드 대학과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은 지원자의 부모가 대학을 졸업한 제1의 레거시만 본다. 또한 유펜과 코넬대는 레거시를 ‘얼리 디시전’(ED) 후보에 한해서만 고려한다.
세 번째는 ‘지원한 대학에 내가 후보로서 얼마나 강력한가’이다. 나의 프로필, 즉 고등학교에서 수강한 수업들의 난이도, GPA, 과외활동, 표준시험 점수 등이 합격자들의 기록과 동등하지 않다면 레거시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왜 일부 대학들은 레거시에 가치를 두나
일부 대학들이 레거시 지원자에게 우선권을 주는데는 논리적인 이유가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레거시를 합격시키면 지속적으로 동문 결속력이 생기고, 동문들이 자신의 시간과 돈을 모교에 투자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동문의 기부금은 대학이 보유한 기부금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 모교와 결속된 동문들은 대학 커뮤니티를 강화시켜 현재의 재학생과 졸업생에게도 도움이 된다. 일드율 향상도 이유 중 하나이다. 대학들은 일드율이 높기를 바라는데, 가족 커넥션이 있는 레거시는 일드율을 높이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드율은 합격한 학생 중 실제로 등록하는 비율을 말한다.
◇레거시에 대한 논란
레거시 논란은 늘 있어왔다. 부모의 재력으로 학생 선발을 불공평하게 한다는 비판이다. 특히 할리우드 배우 로리 래플린과 펠리시티 허프만을 포함해 부유한 부모들이 뇌물을 주고 자녀가 엘리트 대학에 합격하도록 손을 쓴 것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양측의 논리가 존재한다.
하나는 레거시가 기득권 가정에 대한 특혜이자 레거시가 없는 학생들에 대한 차별이라는 지적이다. 반대 논리는 레거시가 대학 재정을 튼튼하게 해서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재정적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김수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