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부모, 탈북민에 장학금 “北에 강력한 메시지”
첫 수혜자 컬럼비아 재학 이서현씨
“김정은 정권 야만적 행동 꼭 대가 치를 것”
지난 2015년 북한 여행 중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탈북민에게 처음으로 장학금을 수여하기로 했다.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씨는 24일 미국의소리(VOA)와의 통화에서 ”탈북민 이서현씨를 ‘오토 웜비어 재단’의 초대 장학금 수혜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장학금 수여가 북한 정권에 강력한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오하이오주(州) 출신 웜비어는 지난 2016년 1월 관광차 방문한 북한에서 체제 전복 혐의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북한에 억류됐다. 이후 2017년 6월 혼수상태로 석방돼 돌아왔지만 엿새 만인 같은 달 19일 숨졌다.
장학금을 받게 된 이서현씨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인 아버지와 함께 북한을 탈출해 미국 워싱턴에 정착,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이서현씨는 VOA에 “북한 정권에 의해 부당하게 희생당한 모든 사람들에게 매우 고무적이고 강력한 희망의 메시지를 준다”며 “김씨 정권의 야만적 행동이 꼭 대가를 치를 것이란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2020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북한 김정은 정권의 폭압 및 열악한 인권 실태를 비판하고 있다.
프레드 웜비어씨는 “이서현씨를 워싱턴 DC의 한 강연장에서 만났었다. 북한 고위 엘리트 출신의 안락함을 포기하고 탈출한 뒤 북한의 자유를 위해 노력하는 열정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아들은 다른 사람들이 교육을 통해 꿈을 이루는 것을 돕고 싶어 했다”고 했다. 이어 “아들의 이름과 그의 유산이 북한 정권에 더욱 강력한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어머니 신디 웜비어씨는 “아들이 단지 희생자로 기억되길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이씨를 시작으로 다른 탈북민 학생들에게도 장학금을 계속 수여할지 고려해볼 것”이라고 했다.
웜비어의 부모는 아들 사망 이후 김정은 정권에 그 책임을 묻기 위한 노력을 다방면으로 해왔다. 지난 2018년 ‘아들이 북한 당국의 고문으로 사망했다’며 미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같은 해 12월 약 5억달러의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후 북한 정부로부터 손해배상금을 회수하기 위해 전 세계에 흩어진 북한 자산을 추적하고 있다. 지난 6월 미 상원은 이런 웜비어 부모 노력에 호응해 북한 내 인권 탄압 책임자들에게 제재를 가하고, 주민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접할 수 있게 전략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의 ‘웜비어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민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