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못 가고 구급차에서 8시간 대기
감염자 늘어나며 병원도 인력난
구급차 출동시간 9분→30분까지
경찰, 소방관, 교도관도 확진 증가
코로나 확산 안전 시스템에 경고등 1단 컷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조슈아 박씨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건강 검진을 받기 위해 한달 넘게 기다리는 중이다. 당초 예약은 12월 중순께 잡혔으나 병원측 사정으로 1월 초로 연기됐다. 그런데 얼마 전 이 마저도 스케줄이 조정됐다. 날짜가 임박하자 “다시 일정을 잡아 연락을 주겠다”는 일방적인 통보가 온 것이다. 병원측은 검사 시설을 운영하는 의료진과 스태프들의 근무 스케줄이 유동적인 상태여서 불확실한 상태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검진 센터를 다녀온 직원들의 말을 들으니 그곳에서도 확진자가 나와 인력 부족 탓에 정상 운영이 안되고 있다는 얘기였다.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 전반에 걸친 시스템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병원이나 진료소 같은 의료기관이나 경찰서, 소방서 같은 필수 시설에서도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근무 인력에 손실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수술이나 검사 일정이 미뤄지고, 심지어 응급실 대기 시간마저도 늘어나는 등 혼란이 계속된다.
LA타임스에 따르면 패서디나 헌팅턴 병원 같은 경우는 벌써 100명 넘는 확진자가 발생해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은 구급차가 병원에 도착하면 환자를 응급실로 옮겨야 하는데, 일손 부족으로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 흔히 ‘벽잡기(holding the wall)’라고 불리는 구급차→응급실 이동은 즉각적으로 이뤄지는 게 보통이지만, 최근 헌팅턴 병원에서는 환자가 구급차 안에서 5시간 동안이나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생겼다는 것이다. 한 앰뷸런스 운영업체는 LA타임스에 “지난 주말에는 (다른 병원에서) 8시간까지 차 안에서 대기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의료진 부족에 수술 일정이 밀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지체 현상이 계속되면 운행하는 구급차가 묶이고, 응급 상황 대처가 늦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LA카운티 보건국은 911전화에 대응해 구급차가 도착하는 시간이 평상시는 9분 이내였는데, 요즘은 약 12분, 길게는 30분까지 걸린다고 밝혔다.
LA카운티 보건국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주까지 병원 직원 323명과 요양시설 및 응급구조요원 426명 등 모두 749명의 의료계 종사자가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발표했는데, 이 숫자는 새해 접어들며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LA경찰국(LAPD)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지난 주에만 424명의 양성 판정이 보고되는 등 500명 이상의 직원이 자가 격리 상태에 들어갔다. LAPD 스테이시 스펠 대변인은 “인력 재배치를 통해 핵심 서비스에는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공공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LA소방국(LAFD)도 코로나19로 인해 200명 이상의 대원이 업무에서 이탈했다. 이로 인해 소방국은 “추가 근무를 편성해 구급차와 소방차가 항상 유사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어느 정도 한계 상황이 예상되는 형편이다. 아울러 LA카운티 셰리프국도 573명이 빠지게 됐고, 주 교도소 직원도 1230명이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LA시장실의 해리슨 울먼 대변인은 “앤젤리노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에릭 가세티 시장의 최우선 과제”라고 전제한 뒤 “경찰과 소방서가 전례 없는 상황을 맞고 있지만 임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가세티 시장은 긴급 예산을 편성, LAPD와 LAFD의 기본 활동 유지를 위해 교대 근무자의 초과근무 수당을 승인했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