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평가된 집인가, 숨은 보석인가
모든 것이 마음에 드는데 유독 가격이 비싼 집을 만나 볼 때가 많다. /AP
고가 매물에 접근하는 현실적 전략
나온지 2~3주 된 집 비싼 경우 많아
전문가들 "집 가치 제대로 이해해야"
집을 찾다 보면 위치와 편의시설, 방과 욕실 수까지 모두 마음에 드는데 가격만 유독 터무니 없이 높아 보이는 매물을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주변 시세와 비교해도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높은 가격이라면 자연스레 의문이 생긴다. 홈오너가 시장의 ‘상한선’을 시험해보려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조건이 아니면 팔 생각이 없다는 신호일까. 그렇다면 이런 집은 과연 들여다볼 가치가 있을까. 2026년 주택시장은 기대와 현실의 괴리가 두드러지는 시장으로 평가된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Realtor.com)은 올해 주택 가격이 2.2%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물가 상승률이 이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질 가격은 오히려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환경 속에서 관심 있는 집이 단순히 예산을 초과한 것인지, 아니면 더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기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 하지만 이를 가늠할 수 있는 몇 가지 기준은 존재한다.
◇정말 비싸게 나온 집일까
주택가격은 대개 셀러와 에이전트가 신중하게 협의해 정해진다. 대부분의 셀러는 일부러 바이어를 쫓아낼 만큼 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따라서 바이어 입장에서는 해당 가격이 합리적인지 스스로 검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데이터’다. 핵심은 비교 매물(comparable sales)이다. 에이전트를 통해 MLS 자료를 확인하거나, 리얼터닷컴 등에서 최근 거래 사례를 직접 찾아볼 수 있다.
최근 3~6개월 사이에 거래된 비슷한 면적과 방·욕실 수, 상태를 가진 주택들이 기준이 된다. 특별한 리모델링이나 프리미엄 입지 요인이 없는데도 관심 있는 집의 가격이 이들보다 10~15% 이상 높다면 경고 신호로 볼 수 있다. 매물이 시장에 나온 기간(days on market)도 중요한 지표다.
LA 지역 부동산 에이전트 앨런 테일러는 “시장에 나온 지 2~3주 된 집은 여전히 셀러의 기대치가 높은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오랜 기간 별다른 반응 없이 시장에 머무는 집은 바이어에게 협상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신규 매물은 가능한 가격 범위의 상단에 책정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이라면 다른 바이어가 먼저 계약할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셀러들은 왜 집값을 높게 부를까
셀러가 높은 가격을 부르는 가장 단순한 이유는 최대한 많은 이익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도한 가격 책정은 위험이 따르기도 한다. 시장에 오래 남아 있는 집은 바이어들의 의심을 사기 쉽고, 보유 비용 역시 부담이 된다. 그럼에도 왜 이런 선택을 할까.
테일러는 “바이어 입장에서 가격이 현실과 동떨어져 보일 때 셀러가 시장을 시험하는 것인지, 단순히 과대평가한 것인지를 판단하려면 시장 자체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며 “주택 가치는 상당 부분 주관적”이라고 설명했다.
그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는 감정적 애착이다. 셀러가 자신의 집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 일부는 협상을 전제로 의도적으로 높게 가격을 책정하기도 한다.
경험이 부족한 에에전트가 매물을 따내기 위해 높은 가격을 약속했다가 나중에 기대치를 낮추려는 경우도 있다. 가장 까다로운 경우는 셀러가 실제로 이사할 의지가 크지 않을 때다. 단순히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려는 수준이거나, 충분히 높은 프리미엄이 붙을 때만 팔겠다는 경우다.
비교 매물보다 현저히 높은 가격으로 수개월째 시장에 남아 있으면서도 가격 조정이 없다면, 진지한 셀러가 아닐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에너지를 다른 매물에 쓰는 편이 낫다.
◇비싸 보이는 집에 접근하는 법
가격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외면하기 전에 그 집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부 주택은 비교 매물 데이터에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이유로 프리미엄을 갖는다. 리모델링된 안방 스위트, 고급 가전, 완공된 지하 공간 등이 대표적이다. 입지의 미묘한 차이도 중요하다. 조용한 막다른 골목에 위치했는지, 번화한 도로와 인접했는지, 탁 트인 공간을 끼고 있는지, 공원이나 상점까지 도보 접근이 가능한지 등은 단순한 면적 비교로는 설명되지 않는 가격 차이를 만든다.
그럼에도 충분한 조사를 거친 뒤 여전히 비싸다고 판단된다면 제안 시점이 중요하다. 플로리다의 부동산 에이전트이자 ‘트루스 인 리얼 에스테이트’ 설립자인 케이티 스패니악은 “집이 시장에 나온 지 첫 2주 안에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은 거의 통하지 않는다”며 “대부분 이 시기에는 판매자가 자신의 가격이 맞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급한 저가 제안은 무시당할 가능성이 크다. 대신 매물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것이 좋다. 별다른 반응이 없거나 가격이 인하될 경우가 신호다.
스패니악은 “2주가 지난 뒤에는 바이어가 시장가라고 판단하는 수준의 가격을 제시해볼 만하다”며 “중요한 것은 시작 가격이 아니라 최종 합의 가격이며, 서면 제안은 말로만 오가는 제안과는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매도가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할 때는 진지함을 보여야 한다. 테일러는 초기 제안은 매도가의 5% 이내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그보다 낮으면 ‘괴리’가 크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확실한 대출 사전 승인서를 준비하고, 셀러에게 중요하다면 클로징 일정에 유연성을 보이며, 비교 매물 자료를 근거로 합리적인 제안임을 설명해야 한다. 에이전트는 이를 ‘모욕적인 제안’이 아니라 ‘시장에 근거한 공정한 제안’으로 포장할 수 있다.
테일러는 “정말로 과지불인지 알고 싶다면, 그 집을 포기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제안이 거절되거나 아예 패스했는데도 다른 바이어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시장을 제대로 읽었다는 뜻이며 나중에 다시 협상 기회가 올 수도 있다.
◇비싼 집을 쫓는 데 따르는 비용
설령 협상을 통해 과도하게 책정된 가격을 시장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하더라도 그 과정 자체에는 비용이 따른다. 장기화된 협상은 수주, 수개월의 시간을 소모하게 만들고, 그 사이 다른 좋은 매물은 놓칠 수 있다. 감정적 소모도 크다. 집에 애착을 갖고 여러 차례 제안을 하며 거절과 무의미한 역제안을 반복 경험하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재정적 위험도 있다. 가격을 낮췄다 하더라도 감정가가 기대에 못 미치면 모기지 대출이 무산될 수 있고, 그 차액을 현금으로 메우거나 계약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시장 가치보다 비싸게 매입하면, 상황이 바뀔 경우 집을 팔아도 대출 잔액을 다 갚지 못하는 ‘깡통 주택’이 될 위험도 있다.
집값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모든 협상이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진지한 셀러, 수지가 맞는 매물, 그리고 계산이 성립하는 거래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다. 적정한 가격의 ‘올바른 집’은 기다릴 가치가 있다.
구성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