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과 감성 사이] 바이오와 AI를 통해 표현되는 예술


홈 > 로컬뉴스 > 로컬뉴스
로컬뉴스

[지식과 감성 사이] 바이오와 AI를 통해 표현되는 예술

웹마스터

김미향

오클렘그룹 대표 


2026년의 새해는 기술과 인문이 자연스럽게 맞닿는 장면 속에서 시작됐다. 1월 초 열린 CES 2026에서는 AI 반도체나 자율주행 기술을 넘어, 인간의 뇌와 생명 데이터를 다루는 바이오·AI 기술 역시 중요한 흐름으로 언급됐다. 동시에 실리콘밸리에서는 바이오테크 기업과 신경과학자, AI 연구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다양한 심포지엄과 학술대회가 이어지며 하나의 질문이 반복해서 제기됐다. 기술은 인간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예술의 영역으로 번져간다.


물론 예술이 과학의 언어로 완전히 설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최근 신경과학 연구들은 인간의 감정과 기억, 창의성이 뇌 속 특정 신경회로와 생물학적 신호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감동을 느낄 때 전전두엽이 활성화된다는 설명이나,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때 미러 뉴런이 작동한다는 해석, 음악이나 색채가 도파민 분비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들은 예술을 바라보는 하나의 참고 지점이 된다. 예술은 여전히 감성의 영역에 속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인지와 지각 방식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관점은 실제 예술작품을 바라볼 때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퍼포먼스 아티스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작품 ‘The Artist Is Present’는 관객과 마주 앉아 침묵 속에서 시선을 나누는 매우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이 눈물을 흘리거나 강한 정서적 반응을 보였다. 이후 일부 연구자들은 이러한 대면 경험이 감정 조절이나 자기 인식과 관련된 뇌 활동과 연결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예술은 여전히 주관적인 체험이지만, 그 체험이 인간의 신체와 뇌 반응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바이오와 AI의 결합을 보다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는 레픽 아나돌의 미디어 아트 ‘Melting Memories’를 떠올릴 수 있다. 이 작품은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파와 신경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상 작업으로, 기억이 형성되고 사라지는 과정을 추상적인 이미지로 풀어낸다. 관객은 과학적 데이터 자체를 이해하지 않아도 기억의 불완전함과 시간의 흐름, 상실의 감정을 직관적으로 느끼게 된다. 여기서 기술은 설명의 주체라기보다 인간 경험을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매개로 기능한다.


최근 실리콘밸리와 유럽에서 주목받는 또 다른 사례는 MIT 미디어랩과 협업한 아티스트 소우그웬 청의 프로젝트 ‘Drawing Operations’다. <사진> 이 작업에서는 인간과 AI가 실시간으로 함께 그림을 그린다. AI는 작가의 생체신호와 과거 작업 데이터를 참고해 반응하며, 인간의 움직임에 맞춰 선을 이어간다. 이 과정은 AI가 창작자를 대신한다기보다 인간의 선택과 감각을 비추는 또 하나의 존재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예술적 시도들은 2026년 이후의 문화과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의미있는 질문을 던진다. 미래사회에서 중요한 역량은 기술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보다 인간의 감정과 인식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느냐에 가까워질지도 모른다. 바이오와 AI를 참고하는 예술은 기술과 인문을 연결하는 하나의 통로가 된다. 예술은 기술과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비춰보는 공간이 된다.


결국 2026년의 기술 흐름은 인간을 대체하기보다는 인간을 다시 묻게 만든다. CES와 실리콘밸리에서 감지되는 공통된 분위기는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인간성에 대한 질문이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는 점이다. 무엇을 느끼고, 무엇에 공감하며, 어떤 가치를 지켜내려 하는지는 여전히 예술과 인간의 몫이다. 바이오와 신경과학, AI, 예술의 만남은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남긴다. 그리고 그 질문을 조심스럽게 붙잡는 태도 자체가 오늘날 예술이 맡고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일지도 모른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