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숨졌다”… 이스트 할리우드 너싱홈 관리부실 논란
16일 올림피아 양로병원의 액티비티 수업에 참여한 입소자들 모습 / 우미정 기자
2022년 이후 3번이나 최고 '시정명령'
환자 출혈 확인 후에도 항응고제 투여
"간호인력 소통부재·관리절차 미흡"
전문가들 너싱홈 선택 시,
간호사 배정시간과 직접방문 등 강조
이스트 할리우드에 위치한 요양원 브라이어 오크(Brier Oak on Sunset)가 올해까지 입소자 사망과 관련해 세 차례나 주정부로부터 최저등급인 ‘AA 시정명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상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고 LA이스트가 16일 전했다.
너싱홈은 전문적인 간호 및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시니어나 환자들이 생활하는 전문 요양시설이다. 한인들 이용도 많은 터라 이번 브라이어 오크 사건은 너싱홈 선택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을 갖게 한다.
캘리포니아 공중보건국(CDPH)에 따르면, 브라이어 오크는 지난 9월 27일, 92세 입소자가 40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항응고제를 투여받아 출혈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AA 등급 시정명령을 받았다. 해당 조치에 따라 시설은 12만달러의 벌금도 부과받았다.
AA 등급 시정명령은 환자사망과 직결된 중대한 의료기준 위반이 확인될 때 부여되는 최고수준의 행정조치로 캘리포니아 내 1200여 요양시설 중 연간 발급건수가 20건 이하에 불과할 정도로 드문 사례다. 브라이어 오크는 지난 2022년 이후 이번 사건까지 총 세 차례 AA 등급 시정명령을 받았다.
최근 사망 사건은 간호인력의 소통부재와 관리절차 미흡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우스 알바라도 스트릿에 위치한 올림피아 양로병원(Olympia Convalescent Hospital)의 권인화 너싱 디렉터는 1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혈전 방지를 위해 투여하는 항응고제는 환자에게 출혈 경향을 유발할 수 있어 간호사는 각 교대 근무마다 환자의 출혈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사망한 입소자의 경우, 항응고제 투여 이후 출혈 증상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사망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환자의 임상 상태에 따라 항응고제는 투여를 중단하거나 조정해야 하지만, 출혈이 발생한 상황에서도 약물 투여가 중단되지 않은 채 40시간 동안 항응고제 주사가 지속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권 디렉터는 “간호인력과 담당의사, 메디컬 디렉터 간의 소통과 임상 판단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라며 “환자의 상태 변화를 신속히 공유하고 대응했다면 사망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항응고제는 생명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고위험 약물로 분류되는 만큼, 출혈 징후가 나타날 경우 즉각적인 투약 중단과 정밀 평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이번 사례는 기본적인 의료 감시와 대응이 이뤄지지 않은 ‘예방 가능(Avoidable)’한 사망으로, 요양시설 내 환자 안전 관리 시스템의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권 디렉터는 또한 “항응고제 투여 환자 중 낙상이나 외상 등 사고 발생 시 출혈이 더 심해질 수 있어 간호사와 의사, 메디컬 디렉터가 하나의 팀으로 환자를 관찰∙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요양원은 지난 2022년에 62세 여성 입소자가 호흡기 장치 사용 미숙으로 숨졌고 2024년에는 63세 여성 입소자가 침대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등 안전 관리 문제가 반복됐다.
주 규정에 따르면, 24개월 이내 AA 등급 시정 명령을 두 차례 받으면 시설 면허를 정지하거나 취소해야 한다. 그러나 브라이어 오크의 경우, 2022년과 2024년 발생한 사망 사건 간격이 26개월로 집계되면서 면허취소 요건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이번 사건을 두고 권 디렉터는 너싱홈 선택 시 시설의 환자 당 간호사 배정시간이 3.5시간 이상인지를 반드시 확인하고, 가능하면 현장을 직접 방문해서 살펴보고 결정할 것을 조언했다.
우미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