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칼럼] 미국 식품 트레이서빌리티 규정(Food Traceability Rule, FTR)
앤드루 박
Andrew J Park CHB 대표관세사
한미관세무역연구포럼 전 회장
LACBFFA Board of Directors
미국 FDA가 최근 식품 트레이서빌리티 규정(Food Traceability Rule, FTR)의 준수기한을 기존 2026년 1월에서 2028년 7월 20일로 30개월 연장하는 개정 제안을 발표하면서, 한국 식품기업들에게 다시 한 번 대응전략을 재정비할 기회가 열렸다. 그러나 이번 연장을 단순한 시간벌기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FTR은 기존의 HACCP FSVP 라벨링 규제와 달리, 공장 내부에서 생산되는 데이터가 미국시장 경쟁력을 좌우하는 새로운 공급망 규정이기 때문이다.
중소식품업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사 제품이 FTR 대상인지 정확히 판단하는 것, 즉 품목식별이다. 미국 FDA의 Food Traceability List(FTL)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FTR 대응전략의 출발점이다. 많은 업체가 막연히 우리 제품은 해당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성분, 가공 방식, 유통 형태 등을 기준으로 전문가와 함께 검토해 보면 예상보다 적용 범위가 더 좁거나 예외가 존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불필요하게 FTR 전체 요건을 적용해 스스로 부담을 키우는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초기 품목 판정이 가장 중요한 생존 전략이다.
FTR의 핵심은 생산, 가공, 포장, 운송 등 공급망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행위를 CTE(Critical Tracking Event)로 정의하고, 해당 단계에서 생성되는 필수 데이터를 KDE(Key Data Elements)로 기록하여 공급망 전체에서 추적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즉, 서류 몇 장 더 준비하는 규제가 아니라, 생산기록이 체계적으로 연결된 공정 기반 데이터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FDA는 필요 시 24시간 이내에 전자정렬(ESS)된 형태로 데이터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종이 기록이나 엑셀 파일로는 즉각적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서 중소기업이 흔히 빠지는 오해가 있다. 우리는 HACCP도 하고 있고, FSVP도 문제 없으니 FTR도 어렵지 않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FTR은 기존 규정과 차원이 다르다. 생산라인의 배치(batch)가 어떤 원료 lot에서 시작되어 어떤 공정을 거쳐 최종 포장까지 이어졌는지, 동일 시간대에 여러 생산라인이 어떻게 운영되었는지까지 데이터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결국 ERP, MES, WMS 같은 시스템과 연동되는 Traceability Layer 구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FTR은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미 공급업체의 데이터 투명성, 즉 Traceability Score를 기준으로 거래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FTR을 선제적으로 구축한 한국 기업은 미국 바이어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실제로 가격 협상력 신규계약 확보, 장기 파트너십 유치 등에서 확실한 우위를 가질 수 있다. FTR은 규제가 아니라 미국시장에서의 신뢰도를 높이는 투자가 되는 셈이다.
2028년까지 남은 시간은 긴 듯 보이지만, 공정 분석, 시스템 검토, 데이터 구조 설계, 시범운영까지 거쳐야 하는 실제 준비기간을 고려하면 결코 넉넉하지 않다. 지금부터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만이 향후 미국시장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 중소식품업체가 FTR을 부담이 아닌 기회로 전환하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의 (310) 567-1403, andrewpark.kacts@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