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기독교 인문학] 아름다운 은퇴를 위하여
강태광 목사 (월드 쉐어 USA 대표)
목하 남가주 교계가 은퇴의 계절이다. 여러 교회 목회자가 연말로 은퇴한다. 최근 한 목사님의 은퇴 감사 예배에서 축사를 전하며 은퇴의 의미를 생각했다. 사역자의 은퇴는 하나님의 은혜, 가족들의 협력, 공동체(교회)의 사랑 그리고 당사자의 신실함의 종합이다. 그러므로 은퇴는 감사 제목이다.
크리스천 리더십 권위자인 스티브 파라(Steve Farrar)는 ‘Strong Finish(끝까지 쓰임 받는 하나님 사람)’에서 1945년 미국 기독교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세 목회자를 소개한다. 그가 언급한 사역자들은 빌리 그래이엄(Billy Graham)목사, 척 템플턴(Chuck Templeton)목사, 브론 클리포드(Bron Clifford)목사다. 현재는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가장 유명하지만, 1945년에는 빌리 그레이엄은 다른 두 설교자에 비해 주목 받지 못했다.
우선 척 템플턴은 탁월한 설교자였다. 그가 설교하는 것을 본 한 신학교 총장은 “오늘날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은사를 가진 설교자다.”라고 극찬했다. 템플턴은 빌리 그레이엄과 함께 ‘Youth for Christ’라는 단체를 섬겼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차세대 복음주의 지도자로 주목 받았다.
브론 클리포드 역시 수 세기에 걸쳐 한 번 나올법한 유능하고 훌륭한 설교자”란 평을 받았다. 클리포드가 베일러 대학교에서 설교할 때 그 대학교 총장은 설교에 방해 받지 않도록 당시 대학 강의 시간을 알리는 종을 치지 말라고 할 정도였다. 큰 환호와 칭찬을 받았던 훌륭한 사역자였다.
그러나 5년 후 척 템플턴은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해설가와 신문 논설위원으로 직업을 옮기더니, 결국 신앙을 저버리고 말았다. 브론 클리포드 목사도 오래 가지 못했다. 그는 술을 좋아하는 등 자기 관리에 실패하며 가족을 남겨 둔 채 서른다섯이라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탁월한 설교가들이었던 그들은 아쉬운 모습으로 무대에서 사라졌다.
결국 1945년에 혜성처럼 등장한 사역자 중에 빌리 그레이엄 목사 한 사람만 끝까지 사역의 길을 걷고 은퇴했다. 빌리 그레이엄은 2018년 2월 99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사역자로 살았다. 빌리 그레이엄은 훌륭한 부흥사였지만, 더 훌륭한 것은 끝까지 쓰임 받은 사역자라는 점이다.
사역자의 아름다운 은퇴가 쉽지 않다. 어떤 자료는 미국에서 20대에 사역을 시작한 사람이 순조롭게 은퇴하는 사람은 불과 1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 미국 교계는 목회자의 높은 전직율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이제는 문화적으로 평생 사역이 어려운 시대가 되어 버렸다. 사역을 끝까지 감당하며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기가 점점 더 어렵다는 말이다.
더욱이 신실함을 지키며 아름답게 은퇴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인생은 연약해 쉽게 넘어진다. 큰 기대를 모으며 등장했던 사울왕도 초라하게 무너졌다. 겸손한 모습으로 하나님의 큰 칭찬을 받으며 등장했던 솔로몬이 말년에 하나님을 떠남으로 하나님의 버림을 받았다. 사울왕도 아름다운 은퇴를 못 했고 솔로몬도 아름다운 은퇴에 실패했다.
은퇴의 계절을 보내는 남가주 교계, 담임 목사의 은퇴를 맞는 교회, 그리고 은퇴를 맞은 목회자 모두 은퇴가 축복임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그리고 사사로운 생각과 탐욕으로 아름다운 은퇴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 기억하자! 아름다운 은퇴는 하나님 은혜, 자신의 신실함, 가족(측근)의 배려, 그리고 공동체 사랑의 산물인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