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실의 세상 읽기] 돌아온 두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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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실의 세상 읽기] 돌아온 두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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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정 실 (문학평론가)

 

어느 아버지에게 두 아들이 있었다. 작은아들이 유산을 미리 받아 먼 나라로 가 방탕하게 살다 모든 재산을 잃고 굶주리게 되었다. 그는 배가 고파 돼지가 먹는 쥐엄나무 열매로 배를 채우려 했지만, 그것마저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제야 그는 스스로 돌이켜 생각했다. 결국, 그는 회개하고 아버지께 돌아가아버지께 죄를 지어, 다시는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말 할 자격도 없겠지만 저를 종으로라도 받아달라.”라고 부탁한다. 아버지는 그를 보고 달려와 끌어안고, 좋은 옷과 반지를 주며 살찐 송아지까지 잡아 잔치를 연다. 밭에 나갔다가 이 모습을 본 큰아들은 화를 내며, 자신은 늘 아버지께 충성했지만 아무런 대접을 못 받았다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그러자 아버지는 "너는 항상 나와 함께 있고, 모든 것이 네 것이 아닌가. 그러나 죽었다가 살아난 네 동생을 위해 기뻐하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말한다. (누가복음 15 11~32절 요약)

어떤 아들이 어렸을 때 집을 나가 여기저기 떠돌면서 50년을 보냈다. 이제 몸은 늙고 가난하여 사방으로 헤매다가 고향에 들어섰다. 그는 품을 팔면서 이 집 저 집 다니다가 마침내 부모의 집 근처에 이르렀다. 그때 아버지인 장자(長者)는 한눈에 아들을 알아보고 기뻐한다. 아버지는 하인을 시켜 데려오도록 했으나, 장자가 아버지인 줄 모르는 그는 두려워서 도망쳐 버린다. 하는 수 없이 아들을 삯꾼으로 일을 시키던 아버지는 마침내 죽음이 임박하자 사람들을 모아놓고 유언한다. “이 사람은 내 아들이다. 어렸을 때 집을 나가 50년이나 헤맸다. 그동안 나는 아들을 찾기 위해 갖은 애를 썼는데, 뜻밖에 여기서 만나게 되었으니, 내가 가졌던 모든 재산을 내 아들에게 준다.” 이에 제자인 수보리(須菩提)가 부처님께 예배 드리며 말한다. “가난한 아들은 저희와 같고, 자비로운 아버지는 부처님이십니다.” (법화경 제7편 화성유품 요약)

두 이야기는 각각 기독교와 불교에서 전하는 대표적 비유다. 하나는 하나님의 조건 없는 사랑과 회개하는 자에 대한 용서, 자기 의()에 집착하는 이들의 마음과 대조적으로 보여 주는 예수님의 가르침이다. 다른 하나는 부처님의 자비와 중생에 대한 포용, 깨달음으로 되돌아오는 중생의 귀의(歸依)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비유이다. 누가복음은 사도 바울의 동역자인 의사 누가가 80~90년경 집필한 것이고, 법화경의 이 부분은 대략 1세기 무렵 초기 대승경전이 성립되던 시기에 전해지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누가복음과 법화경은 전혀 다른 땅에서 집필되었고 전파되기 시작했다. 시대와 문화, 언어와 종교도 다르지만, 인간의 길 잃음과 귀환, 그것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사랑이라는 메시지는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두 이야기 모두, 길을 잃은 존재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그 여정의 끝에는 책망도 심판도 아닌, 오직 사랑과 자비가 기다린다. 우리는 누구나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세상으로 나아갔다가, 건강이나 재산 혹은 다른 이유로 세속적으로는 빈손이 되어 돌아갈 길을 찾는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문득 깨닫는다. 우리를 먼저 알아보고 기다리던 사랑과 자비는 이미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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