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는 소수”… 美 주택시장, 개인 투자자가 다수
미국 내 대부분 투자용 주택이 소규모 임대인 소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AP
투자용 주택 90% 이상
11채 미만 소규모 임대인 소유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용 주택을 보유한 ‘큰 손’은 꼭 월스트리트의 대형 투자기관만은 아니다.
실제로 미국 내 투자용 주택의 90% 이상이 11채 미만의 부동산을 보유한 소규모 임대인(small landlords)의 소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부동산 분석업체 CJ Patrick Co.와 BatchData가 공동 발간한 'Investor Pulse' 보고서에 따르면 1~50채의 부동산을 보유한 임대인들이 전체 투자용 주택의 95%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주거용 임대 시장이 대기업보다는 여전히 개인 중심의 창업형(entrepreneurial) 활동임을 의미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자 소유 주택 비중이 가장 높은 주는 메인(31.1%), 몬태나(31%), 알래스카(27.2%), 하와이(26%) 등이다. 흥미롭게도 이들 지역 역시 대형 투자기관이 아닌 지역 기반의 소규모 임대인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단기 수익보다는 노후 주택 수리를 통한 장기 임대 수익을 목표로 한다. 해안가 별장이나 스키 리조트 인근 고급 주택을 사들이는 대형 펀드가 아닌, 자신의 지역 사회에 뿌리를 두고 몇 채의 부동산을 운영하는 개인 또는 소규모 파트너십 형태다.
버지니아주 리치몬드 지역에서 몇 채의 주택을 보유 중인 애덤 해밀턴은 “아직 투자자로서 경력은 짧지만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전문 업체에 관리를 맡기긴 했지만 가능하면 세입자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주 수입원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재정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전체 주택 거래 중 투자자의 비중은 33%로,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투자자가 갑자기 늘었기보다는, 높은 모기지 금리(10월 초 기준 6.3%)로 인해 일반 구매자들이 시장에서 물러난 결과로 분석된다.
높은 금리와 집값으로 주택 구매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현금 유동성이 있는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받치는 구조다. 하지만 이 같은 투자 수요가 모두 단기 임대 목적은 아니다. 예를 들어 호놀룰루의 경우 30일 미만 숙박을 제한하는 단기 임대 규제가 강력하게 시행되고 있다. 2022년과 2024년 도입된 관련 조례는 등록제, 매각 시 정보공개, 용도 준수 등의 요건을 강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 열기는 꺾이지 않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소규모 투자자들이 노후 주택을 리모델링해 장기 임대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지역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신축이 어려운 지역(지리적 한계나 높은 비용 등)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리얼터 닷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해나 존스는 “팬데믹 기간 동안 대형 투자자의 활동이 잠시 활발했지만 여전히 시장의 주류는 소규모 투자자”라며 “이들은 다양한 자산 유형에 접근할 수 있고, 가격과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버몬트주나 메인주는 활발한 휴양지 수요 덕분에 장기·단기 임대 모두에서 투자 가치가 크다. 다만, 단기임대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장기 보유 및 가치 상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투자용으로 매입한 주택이 결국 일반 바이어에게 다시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2025년 2분기 기준, 투자자 매물의 60%가 실수요자에게 팔렸다. 이는 투자자들이 시장 재고를 잠식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일정 부분 소유 주택 재공급에 기여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게 한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단독주택 임대 시장에서 일부 후퇴하며 보유 매물을 정리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시장의 공백을 소규모 투자자들이 메우고 있는 상황이다.
구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