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써준 에세이, 합격보다 퇴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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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써준 에세이, 합격보다 퇴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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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학생들이 대입원서 작성에 AI를 사용한다. 예일대 캠퍼스. /Yale University


대학입시의 딜레마, AI 활용

과외활동 목록 작성에는 도움

지원자의 진정성 대체할 순 없어


2026년 가을학기 대학입시 시즌이 한창이다. 사립대 조기전형 원서 마감일은 11월1일 또는 15일, UC와 캘스테이트 대학(CSU) 원서는 12월1일 마감된다. 2022년 말 이후 AI 기술이 교육을 포함한 여러 산업에 급속히 확산되면서 대학 입시 과정에도 복잡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가 에세이부터 예술 작품까지 정교한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게 되면서 지원자의 독창성과 진정성을 평가하는 대학의 전통적인 방법이 도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입시 과정에서 AI를 어떻게, 어느 정도까지 활용할 수 있을까?


◇AI로 입시 에세이를 작성해도 될까

답은 명확히 '아니오'다. 입시 에세이의 핵심 목적은 지원자가 자신만의 정체성과 개인적 이야기를 대학에 전달하는 것이다. 대학은 지원자 고유의 경험, 관점, 가치관을 이해하기 위해 에세이를 요구한다. AI를 이용해 에세이를 작성한다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AI는 문법적으로 완성도 높은 글을 만들 수 있지만 지원자의 진짜 목소리와 삶의 경험을 대체할 수는 없다. AI는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지원자만의 독창적인 경험과는 거리가 멀다. 지원자가 특정 순간에 느낀 감정이나 깨달음의 깊이를 포착하는데 한계가 있다. 결국 AI가 작성한 에세이는 입시 에세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진정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

에세이는 단순히 글쓰기 실력을 보여주는 수단이 아니다. 입학 사정관에게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근본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더욱이 대학들이 AI 탐지 도구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AI 작성 에세이가 적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원서 자동 거부로 이어질 수 있다. AI를 사용하는 것은 타인에게 에세이를 대필하도록 하는 것만큼 부정직한 행위다.


◇에세이 작성 보조 도구로 AI를 활용할 수 있을까

AI를 직접적인 에세이 작성에 사용해서는 안 되지만, 브레인스토밍이나 리서치 단계에서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대학에서 자신의 관심 분야와 관련된 프로그램이나 동아리 목록을 AI에게 질문할 수 있다. 이는 많은 대학이 추가 에세이로 요구하는 '왜 우리 대학을 선택했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때, 대학 웹사이트를 탐색하는 시간을 절약해준다.

다만 대학 정보는 수시로 변경될 수 있으므로, AI의 도움을 받더라도 반드시 대학 공식 웹사이트에서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요리에 비유하자면 AI는 초기 단계에서 재료 일부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최종 요리, 즉 완성된 에세이는 지원자 본인이 직접 만들어야 한다.


◇과외활동 목록 작성에 AI를 사용할 수 있을까

원서의 과외활동 목록에 AI를 활용하는 것은 유익할 수 있다. 과외활동 목록은 장문의 에세이처럼 심층적인 개인 성찰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AI를 도구로 활용하면 특정 활동의 내용과 성취에 대한 간결한 요약을 제공받을 수 있다. 특히 커먼앱의 글자 수 제한에 맞추기 위해 고민할 때 AI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AI가 생성한 내용이 실제 경험을 정확히 반영하고 성취를 효과적으로 강조하는지는 반드시 직접 검토해야 한다. 에세이와 마찬가지로 사실 확인과 편집은 필수적인 단계다. 

AI는 지원자가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 오직 지원자 본인만이 알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 AI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최종 버전을 완성하는 것은 본인의 책임이다.


◇교사들이 추천서를 작성할 때 AI를 사용할까

업무량이 많은 일부 교사들은 추천서 작성 시 AI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사실 AI 등장 이전에도 교육자들은 효율성을 위해 추천서 템플릿을 활용해왔다. 추천서는 개인별로 맞춤화 되지만 비교적 표준화된 형식이 있기 때문에, 초안 작성은 AI에게 적합한 작업일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교사가 본인에 대한 고유한 통찰력과 개인적 일화를 담아 추천서를 작성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중요한 점은 교사에게 AI 사용 여부를 절대 묻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비난처럼 들리거나 무례하게 보일 수 있다.


◇대학이 AI 검사 도구를 사용할까

확실하지 않다. 입학사정 방식은 대학마다 다르며,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에 많은 대학이 여전히 적응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만약 특정 대학의 추가 에세이를 작성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고 싶지 않다면 그 대학에 대한 관심이 정말 진심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결국 대학 입시에서 AI는 보조 도구로서 제한적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지원자의 진정성과 독창성을 대체할 수는 없다. 입시 과정은 단순히 대학에 합격하는 것을 넘어, 자신을 깊이 탐구하고 표현하는 중요한 성장의 기회다. 이 과정에서 지름길은 없으며, 있어서도 안 된다.

김수현 교육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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