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강화·신분 불안에 이민자들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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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강화·신분 불안에 이민자들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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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조지아주 현대차·LG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대규모 이민 단속을 벌이고 있다. / ABC7 News


올해 1월 20일~7월 29일

6118명 '자발적 출국'

DACA 수혜자도 '탈미' 

합법체류자도 상담 줄어


최근 전국에서 연방정부의 이민 단속이 강화되면서 체류신분이 불안정한 이민자들 사이에 자발적으로 미국을 떠나는 ‘자진 출국’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연방 이민자 추방 현황(Deportation Data Project)을 기반으로 분석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20일부터 7월 29일까지 자발적 출국(Voluntary Departure)을 선택한 이민자는 총 611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550명)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며, 출국자의 대부분은 멕시코 국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뚜렷하다. DACA(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 수혜자와 비합법 체류 이민자들이 중심이 된 커뮤니티 ‘온워드(Onward)’는 올해 들어서만 1만 건이 넘는 가입 요청을 받았다. 이는 해당 플랫폼이 지난 4년간 받은 전체 가입 요청 수의 세 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온워드’ 공동 설립자인 제이슨 홍씨는 “DACA 수혜자는 시민권 취득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기 때문에, 해외 정착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미 타국으로 이주해 정착한 이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이민자들은 수십 년간 미국에서 거주했음에도, 단속과 구금의 위협 속에 스스로 떠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DC 소재 이민정책연구소(Migration Policy Institute)의 무자파 칫스티 소장은 “이민자들이 스스로 미국을 떠나는 현상은 미국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라며 “단순한 자발적 귀국이 아니라 사실상 강요된 이탈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민 단속 강화는 한인사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한인가정상담소(KFAM)의 캐서린 염 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신분 노출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지난 6월부터 상담 건수가 25%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염 소장은 “최근에는 영주권자나 비자소지자 등 합법 체류자들조차 추방당하는 사례가 보고되면서 이들까지 상담을 꺼리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면 상담을 기피하면서 전반적인 서비스 이용이 감소했고, 이는 정신 건강 문제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며 “한인 이민자 사회 전반에 불안과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KFAM은 올해 3월부터 이민 단속 대응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한편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고승환(41)씨는 현재 영주권 승인을 기다리며 한의학 전공과 인턴십을 병행하고 있다. 영주권자 아내의 초청으로 진행된 영주권 인터뷰를 최근 마쳤지만 고씨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번에도 승인이 거부되면 아내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라며 “수년간의 불확실성과 단속 강화 속에 지칠 대로 지쳤다. 더 이상 미국이 나의 안식처가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일부 이민자들은 “사회적 낙인과 범죄자 취급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며, 사회보장체계, 건강보험, 복지 프로그램 등에서 이민자 대상 혜택 축소로 인해 생활 안정성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연방정부는 자발적 출국을 유도하기 위해 항공권 지원과 함께 1000달러의 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휴대전화 앱 기반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책이 이민자들의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장기적인 정착과 통합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미정 기자 la@chosun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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