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누른 ‘후불결제’… 크레딧 점수 깎일 수 있다

올 가을 BNPL 결제 정보가 크레딧 점수가 반영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현명한 재정전략이 요구된다. /AP
'BNPL' 올 가을 신용점수 반영
연체시 점수 하락, 주의해야
크레딧 없는 소비자는 기회
온라인 쇼핑 시 ‘지금 사고 나중에 지불(Buy Now, Pay Later·BNPL)’ 방식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은 이제 크레딧 점수에 신경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크레딧 평가회사 FICO가 지난 2월 올 가을부터 BNPL 결제 정보를 공식 크레딧 점수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BNPL은 ‘어펌(Affirm)’, ‘애프터페이(Afterpay)’, ‘클라르나(Klarna)’, ‘페이팔 페이 레이터(PayPal Pay Later)’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무이자 또는 소액의 수수료로 할부 결제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일반적으로 크레딧 조회 없이 빠르게 승인되며, 소비자들은 결제 시점에 정해진 횟수와 주기로 나눠 결제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그동안 BNPL 결제는 크레딧 점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어왔지만, FICO가 BNPL 데이터를 반영하는 신규 점수 모델 ‘FICO Score 10 BNPL’과 ‘FICO Score 10T BNPL’을 개발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FICO는 지난12일 “해당 점수 모델은 올가을 중 가동될 예정”이라며 “다만 소비자들의 크레딧 점수에 실제 변화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BNPL 제공업체들로부터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돼야 크레딧 정보기관(CRA)이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점수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FICO는 미국 내 대출 결정의 90%에서 활용되는 대표적인 크레딧 평가 모델로 일관된 납부 기록과 채무 이력을 기준으로 점수를 산정한다. 이에 따라 BNPL 납부를 제때 하지 않을 경우 단순 연체 수수료를 넘어서 크레딧 점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FICO 측은 어펌과 공동으로 진행한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를 인용해 “BNPL 데이터를 크레딧 점수에 반영할 경우 신규 계좌 개설 시와 유사하게 점수가 약 10포인트 내외로 오르거나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BNPL을 5회 이상 이용한 다수의 소비자들은 오히려 점수가 상승하거나 변화가 없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가 전통적인 크레딧 기록이 부족한 소비자들에게는 긍정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사라 래스너 너드월렛 대변인은 “BNPL을 책임감 있게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는 크레딧 점수 향상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로 BNPL 사용이 이미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법률지원 플랫폼 리걸쉴드의 9월 보고서에 따르면 BNPL 이용자의 47%는 식료품 구입, 35%는 의료비 지불을 위해 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전체 사용자의 49%가 최소 한 차례 이상 연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BNPL 데이터를 크레딧 정보기관에 보고하고 있는 회사는 어펌, 클라르나 등이 있으며, 이들은 각각 익스페리언(Experian)과 트랜스유니언(TransUnion) 에 이용자 데이터를 공유 중이다. 그러나 FICO는 BNPL 데이터를 크레딧 점수 산정에 반영하는 최초의 모델을 개발한 기관이다.
새로운 점수 모델이 언제, 어떻게 광범위하게 도입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크레딧 평가기관과 민간 대출기관들이 FICO의 새 모델을 도입하는 시점에 따라 실제 소비자 크레딧 점수에 반영되는 시기는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구성훈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