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단속 공포에 LA 시민들 경찰 신고 '뚝'
ICE의 이민 단속 중단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LA시민들. /Fox 11 News
LA 전역서 28% 감소
가정폭력 등 범죄 은폐 우려
"경찰 오면 체포부터 걱정”
올 여름 이민세관단속국(ICE)을 비롯한 연방 이민단속 기관들이 대대적인 불체자 단속에 나서면서, LA경찰국(LAPD)에 접수된 신고 건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LA타임스(LAT)가 20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연방당국이 본격적인 이민단속을 시작한 지난 6월 6일 이후 2주간 LAPD에 접수된 출동 요청은 전년동기 대비 약 28% 감소했다.
이는 하루 평균 약 1200건이 줄어든 셈으로 범죄 피해를 입고도 신고를 꺼리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감소는 단순 민원성 신고에 국한되지 않고, 가정폭력, 가족 간 폭행 등 중대한 범죄 관련 신고에서도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과 인권 단체들은 “추방에 대한 두려움이 범죄 피해자의 입을 막고 있다”며 “이는 곧 범죄 은폐와 공공안전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당 2주 동안 LAPD가 실제로 출동한 건수는 약 4만 4000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6만 1000건에서 1만 7000건(28%)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LAPD 측은 이런 감소에 대해 “이민자 커뮤니티의 공포감과 경찰에 대한 신뢰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민 단속이 집중된 지역에서 LAPD의 차량이나 경찰관이 목격되는 것만으로도, 이민자 커뮤니티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너하임에서 플라스틱 투고 박스를 제조하는 한인 자영업자 A씨는 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새벽 매장 유리창이 깨지고 금고가 털리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직원 중 일부가 서류미비자라 신고를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민단속 강화 이후 비슷한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라티노 및 아시아계 이민자 고용 비율이 높은 제조업체나 소규모 공장에서는 범죄 피해에도 침묵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스LA, 샌퍼낸도 밸리, 이스트 사이드 등 라티노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도 신고 건수 감소가 관측됐다. 전체 평균보다는 감소폭이 작았지만 특히 가정폭력 관련 신고는 꾸준히 줄고 있는 추세다.
이에 LAPD는 이민자 커뮤니티의 신뢰 회복을 위해 ▲설명회 개최 ▲시민 아카데미 운영 ▲커뮤니티 리더들과 소통 강화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우미정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