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전기 요금 야금야금...소비자들 시름 깊어진다
남가주 에디슨은 다음달 부터 전기요금을 평균 10% 인상한다. /남가주에디슨
노후 인프라 개선 등 명목
내달 SCE 10% 인상 예고
수도료 10년새 60%나 뛰어
인플레 속 가계 부담 '이중고'
LA 한인타운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몇 일 전 LA수도전력국(DWP)의 전기· 수도 요금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올 들어 처음으로 700달러를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500~550달러 정도였는데, 야금야금 올라 600달러를 기록하더니 이제는 800달러를 코앞에 둔 상황"이라며 “지난해와 비교해 특별히 전기나 물을 더 쓴 것 같지도 않은데 왜 요금은 계속 오르기만 하나...”라며 답답해 했다.
캘리포니아의 전기와 수도 요금 인상 행진이 이어지면서 한인 등 주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고물가 속에서 필수 공공 요금까지 뛰면서 생활비 부담은 더 커져만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남가주 지역의 전기 요금은 내달부터 또 상향 조정된다. 캘리포니아 공공유틸리티위원회는 남가주에디슨(SCE)의 10% 전기요금 인상안을 곧 승인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SCE 고객의 전기요금은 월 17달러, 연간 200달러가 늘어나게 된다. 또 10월부터 월 500킬로와트시(kWh)를 사용하는 일반 가정의 전기료는 월 171달러에서 188달러로 조정된다.
이번 인상안은 SCE가 제출한 여러 요금 인상안 중 첫 번째로 향후 추가 인상이 예고되어 있다. SCE는 전국 최대 전력 공급업체 중 하나로 남가주 거의 전역과 중가주 일부 지역 1500만명의 고객에게 전력을 제공한다.
SCE 뿐 아니라 PG&E, 샌디에이고 개스&일렉트릭 등 캘리포니아의 주요 전력공급업체들은 최근 몇 년간 요금을 꾸준히 올리는 추세다. 샌타바바라에서 북가주까지 커버하고 있는 PG&E의 전기요금은 2023년 이후 올해까지 약 24%가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크게 가중됐다.
전력 회사들은 요금인상이 노후 인프라 개선과 기후변화 대응 투자, 산불예방 시스템 강화 등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요금 인상이 너무 급격하고, 잇단 정전과 대형 산불 빈발 등 공공 서비스 개선 체감은 크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수도요금도 빠르게 치솟고 있는데 특히 LA카운티 지역이 더 극심하다. 최근 UCLA 연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LA카운티의 평균 가정용 수도요금은 약 60% 상승해 인플레이션 상승률을 훨씬 웃돌았다. 특히 이번 연구에 따르면 수도 요금 인상의 주요 요인은 ▲노후 수송 시스템 교체 ▲가뭄 대비 ▲수질 규제 준수 등이다. 각 수돗물 공급 기관들은 이러한 비용을 반영해 자체적으로 요금 인상을 결정하게 된다.
특히 남가주 지역에서는 장기 가뭄 대응을 위한 시설 투자 비용이 요금에 반영되며 수도 요금도 영향을 받고 있다. 여기다 일부 도시는 누진제를 강화하면서 물 사용량이 많은 가구들에게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연구진은 현재 추세라면 앞으로 20년간 수도요금 부담은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해광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