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칼럼] 노동절: 업(業)의 영적 장인과 거룩한 부자
신병옥 목사
미라클 LA교회(Miracle LA Church)
최근에 우리들은 노동절 연휴를 보냈다. 미국은 매년 9월 첫번째 월요일을 노동절(Labor Day)로 기념한다. 이 날은 19세기 산업화 과정에서 고통받던 노동자들의 권리를 기리고, 그들의 사회적 기여를 인정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1882년 뉴욕에서 열린 첫 행진 이후, 1894년 연방 공휴일로 공식 제정되었으며, 오늘날에는 여름의 끝을 알리는 문화적 기념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노동절을 여유로운 휴식을 취하는 연휴로 즐기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노동절을 지나면서 단순한 휴일로만 소비할 것이 아니라, 노동의 다양한 의미를 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여 책상 앞에 앉게 되었다.
먼저 구약성경의 견해를 살펴보자. 구약성경은 노동을 창조 질서 속에 포함된 하나님의 명령으로 본다. 하나님은 아담을 에덴에 두시고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라”(창 2:15)고 명령하셨다. 타락전의 아담에게 이러한 명령을 주셨다는 것은 노동은 죄의 결과가 아니라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본래적 소명이었다. 타락 이후 노동은 고통을 동반하게 되었지만 (창 3:17-19), 부지런한 수고는 여전히 하나님의 축복과 연결되었다 (잠 13:4). 따라서 노동은 단순히 생계를 위한 수단을 넘어, 공동체의 유익과 하나님께 순종하는 거룩한 책임으로 이해되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노동에 대한 이해는 어떤 것일까? 일찍이 예수님은 목수의 아들로 자라시며 노동의 가치를 몸소 경험하셨다(막 6:3). 그래서 예수님의 말씀에는 노동과 연관된 비유의 말씀들이 자주 나타난다. 씨 뿌리는 자의 비유(마 13:1-13), 무화과 열매를 위해 3년의 경작 시간을 구하는 포도원지기의 비유 (눅 13:6-9), 특별한 노동의 관점을 보여주는 말씀은 제 11시에 부른 포도원 일꾼의 비유(마 20:1-16)이다. 이 비유에서는 인간의 노동 성과보다 하나님의 은혜를 더욱 강조하며, 반면에 달란트 비유(마 25:14-30)는 성실한 수고와 책임 있는 노동의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예수님은 노동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셨다.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 (요 5:17)고 말씀하시며, 노동이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하는 거룩한 사역임을 선포하셨다.
예수님의 노동관과 함께 우리들이 주목해야 할 노동관은 청교도 시대의 노동관일 것이다. 청교도들은 노동을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Vocation)으로 이해했다. 모든 직업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이웃을 섬기는 예배적 행위였다. “무엇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라”(골 3:23)는 말씀은 청교도적 노동 정신의 핵심이었다. 그들은 성실 · 절제 · 검소 · 섬김을 삶의 원리로 삼았으며, 노동을 통한 잉여의 부요함을 하나님이 주신 은혜로 여기고, 사회와 공동체와 교회를 위한 섬김에 사용하고자 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서구사회는 축적된 부에 대한 사회환원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던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노동관이 있다. 그것은 마르크스의 노동관이다. 마르크스는 노동을 인간 존재의 본질로 이해했으나, 자본주의 사회 속의 노동은 소외와 착취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므로 이러한 소외와 착취에 대한 해결책으로 사회 구조의 변혁과 계급투쟁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마르크스의 노동관과 사회구조의 변혁과 계급투쟁은 청교도적 관점에서 볼 때는 죄와 인간 본질의 문제를 간과한 가운데 제시한 불완전한 해답이다. 이는 변혁과 계급투쟁이 성공하여 체제가 바뀐다 해도 인간의 탐욕과 죄성은 여전히 또 다른 새로운 소외와 착취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노동과 관련된 자본 축적의 문제는 사회 구조의 문제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단절된 가운데 우리 속에서 자라나고 있는 인간의 욕망과 오염된 죄악의 본성과 연결되어 있음을 고백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노동절은 단순히 노동자만의 권리와 성취를 기념하는 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노동절을 맞이하여 우리들이 노동의 본질과 같이 하나님이 주신 거룩한 소명으로 회복되어야 한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마 11:28)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참된 해방은 제도나 체제의 변화가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는 영적 쉼 속에 있다. 우리의 노동과 성취는 하나님이 주신 은혜임을 기억하며, 공동체와 하나님 나라를 위한 책임으로 드려야 한다. 특히 성도들은 자신의 직업과 일상을 단순한 생계 수단으로 여기지 말고,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로 인식하며, 자신이 노동하는 업(業)에 있어서 영적 장인이 될 수 있기를 강권한다. 이러한 업의 영적 장인이 되면 사무실에서, 가정에서, 일터에서 행하는 모든 일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성도들은 성실과 정직으로 일하며, 얻은 부와 성취를 나눔으로 섬기는 거룩한 부자로서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야 한다. 그럴 때 노동절은 단순한 휴일을 넘어, 우리들이 업의 영적 장인과 거룩한 부자로서 살아가는 또 다른 출발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