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단속에 발길 뚝...'자바'가 얼어붙었다
이민당국의 단속 이후 LA다운타운의 자바시장에는 객들의 발길이 줄면서 거리마다 썰렁하다. /KNBC
일부 업소들 "매출 반토막" 울상
불안한 바이어 "쇼핑 안전한가"
"높은 범죄, 불황에 힘겨운데..."
한인 의류 업계 생존 위기 직면
“대체 이민 단속이 언제나 끝날지 모르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바이어들이 찾지 않으면서 매출은 하루하루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LA다운타운 자바시장에서 의류업소를 운영하는 윤모씨는 “이민당국의 잇단 급습 이후 경기 자체가 얼어 붙었다”며 “안 그래도 불황이었는데 그야말로 우는 아이 뺨 때리는 격”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여름부터 시작된 이민당국의 강력한 단속이 LA 다운타운 자바시장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이민 단속으로 인해 업주와 종업원들은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으며 고객들의 발길마저 뜸해지면서 한인 등 의류업계는 최악의 경기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지역 상인들에 따르면 최소한 주말에는 의류와 액세서리를 구매하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렸으나, 지금은 아예 주말에도 썰렁할 정도라 매출도 내리막길이라고 전했다. 남성복 전문 ‘올림픽 맨스 콜렉션’을 18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업주는 "이민세관단속국 요원들이 자바에 들이닥친 이후 고객 발길이 뚝 끊기면서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며 “지금도 불안한 고객들이 ‘문 열었냐’ ‘안전하냐’ ‘다운타운에 지금 가도 되냐’는 전화를 계속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민 단속이라는 ‘그림자’가 다운타운 전체에 드리워진 느낌”이라며 “이민 단속이 실제로 일어나는 지역이 아니더라도 공포심이 고객의 발길을 막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영리단체 ‘유니온 델 바리오’의 론 초체즈 대표는 “다운타운 자바 상권은 고용주, 판매자, 구매자까지 모두 이민자와 이주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는 지역”이라며 “이민 단속이 벌어진다면 사람들이 가기를 꺼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격히 줄어든 바이어와 범죄율 증가, 온라인 쇼핑 전환 가속화로 인해 고전하고 있던 자바상권이 이민단속으로 인해 더 깊은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 8일 연방대법원이 LA 지역의 ‘이민자 무작위 단속’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자바 상권을 포함한 LA지역의 이민단속 수위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여성 청바지 전문 ‘플라잉 몽키’의 데이빗 남 대표는 “자바시장은 지난 5~10년새 줄곧 하락세를 이어 왔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초강경 이민단속은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나마 우리 업체는 패션쇼 참가와 디자인 개발, 온라인 판매 강화로 탈출구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민단체들은 연방정부의 강경한 이민단속 기조가 이어질 경우 자바 시장은 물론 한인타운 등 인근 상권에도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해광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