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 후 매매’ 시장 흔들… 일반 셀러도 매각 어려워
미국 내 '픽스 앤 플립' 시장이 여러 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AP
미국 '픽스 앤 플립' 시장 둔화 원인
고금리·자재비 상승에 투자 위축
전문가 "매도 전략 전문 수정 필요"
미국의 대표적인 부동산 투자 방식인 ‘픽스 앤 플립(Fix and Flip: 집을 사서 수리한 뒤 다시 파는 방식)’ 시장이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이는 이미 위축된 주택 판매 시장에 또 다른 타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사기관 ‘존 번스 리서치 앤 컨설팅(John Burns Research and Consulting)’과 주택 투자 전문기업 ‘키아비(Kiavi)’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픽스 앤 플립 투자자 중 30%만이 계절적 평균 기준에서 양호한 매출을 기록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2024년 같은 분기의 38%에서 크게 하락한 수치다. 보고서를 작성한 존 번스 리서치의 알렉스 토마스 연구 매니저는 “경제 불확실성, 높은 모기지 금리, 중고 주택재고 증가가 플립주택 수요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도입된 관세로 인한 자재가격 상승과 건설 노동력 부족도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플리퍼 3명 중 1명은 노동력 감소의 원인 중 하나로 ‘이민 단속 강화’를 꼽았다.
◇공사 지연, 수익 악화… 투자 매력도 하락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부동산 에이전트이자 투자자인 제이콥 나이그는 “금리와 자재비가 오르면 플립 투자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숙련된 기술자도 구하기 힘들어 프로젝트가 몇 달씩 지연되기 쉽다”며 “이는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특히 플로리다, 북가주, 남서부 지역의 플리퍼들이 다른 지역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부동산 가격이 높아 초기 매입비용과 수리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벤 마이즈 ‘클레버 오퍼스(Clever Offers)’ 창립자는 분석했다.
◇빠른 현금 매수 사라져… 일반 셀러도 타격
픽스 앤 플립 시장의 위축은 일반 홈 셀러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과거에는 플리퍼나 투자자가 바로 현금으로 집을 사주는 일이 많았지만, 이제는 일반 매수자를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그는 “시장 전반이 둔화된 만큼, 매도자는 판매까지 걸리는 시간을 길게 잡고, 가격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애틀랜타의 부동산 변호사 브루스 에일리언은 “단지 플리퍼 시장만이 아니라 전체 시장이 둔화되면서 평균 거래 기간이 길어졌다”고 전했다.
플로리다 부동산 투자자 론 마이어스도 “너무 많은 매도자들이 아직도 과거 호황기의 가격에 집을 팔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지금의 구매자들은 훨씬 신중하다. 제대로 된 가격에 나오지 않으면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전히 플리퍼와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방법은 있다
리얼터 닷컴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전체 주택 거래 중 13%는 투자자에 의한 매입이었다. 이는 대다수 구매자들이 여전히 일반 소비자라는 뜻이지만 플리퍼나 수리형 구매자들을 위한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 중 하나는 주택 상태에 대한 명확한 정보 공개와 경쟁력 있는 가격 설정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플리퍼들이 고려할 수 있도록 수리 예상 비용과 수리 후 예상 시세(ARV)를 자료로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지붕, HVAC(냉난방 시스템) 같은 주요 설비의 연식과 관리 이력, 평균 공과금까지 명확히 밝혀야 투자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투명성·효율성·조건 제시’가 핵심 전략
요즘 플리퍼들은 거래 효율성과 혜택을 중시한다. 나이그는 “사전점검, ‘있는 그대로 판매(as-is)’ 조건, 일부 마감 비용 부담 등의 혜택이 오히려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상쇄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빠른 입주나 세입자 없는 상태로 매매가 가능한 경우도 플리퍼들에게 매력적인 조건이다. 이어 “투자자 네트워크나 지역 부동산 에이전트를 통해 매물을 홍보하고, 매물 소개 문구에 ‘핫딜’, ‘수리 기회’ 같은 키워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셀프 리노베이션(DIY)을 고려하는 실수요자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완벽함보다 잠재력을 강조하라”는 조언도 있다. 나이그는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과 중립적인 색상의 벽은 구매자가 미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덧붙였다.
구성훈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