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AI의 협업으로 세계적 대학 만들겠다”
이기정 한양대 총장이 지난 2일 한양대 GCEO 12기 졸업식이 열린 부에나파크 로스코요테스 컨트리클럽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훈구 기자
남가주 방문한 이기정 한양대 총장
“양보·손해·배려” 정신 무장 해군가문 출신 교육자
한양 GCEO 졸업식 참석, 동문들과 관계 다져
연대·외대·서울대(예정) 등 GCEO 과정 선의의 경쟁
‘사랑의 실천’을 교육 철학으로 내세운 이기정 제16대 한양대 총장이 남가주를 찾았다.
‘2025 한양 글로벌 최고경영자 과정(GCEO)' 제12기 졸업식 참석차 방미한 이 총장은 인구감소 시대를 맞아 대학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AI와의 협업, 그리고 사람 중심의 유연한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해군사관학교 4기 출신인 고 이흥섭 해군 대령의 차남으로 형은 이기식 전 병무청장(예비역 해군 중장), 동생은 이기남 예비역 해병대 중령(해사 38기)이다. 부친 이 대령은 6.25 한국전쟁 중 사관생도 신분으로 큰 전공을 세워 이승만 대통령에게 충무 무공훈장을 수훈한 인물이다. 이 총장은 “군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그 안에는 강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했다. 그래서인지 저의 리더십도 그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대학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 중 하나는 바로 학령 인구의 급감이라고 이 총장은 진단했다. 그는 “좋은 인구정책이 있어도 인재정책이 부실하면 대학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듀얼 브레인(Dual Brain)’, 즉 인간의 뇌와 AI의 협업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양대는 이를 위해 학제 간 경계를 넘는 ‘융합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혁신연구센터(IRC)’ 사업에 선정돼 10년간 약 500억원, 산업통상자원부의 ‘첨단산업 특성화대학원(반도체 분야)’에 선정돼 5년간 150억원 규모의 연구비를 확보했다.
이 총장은 “AI는 경쟁 대상이 아니라 동료”라고 말했다.
그는 “리더십은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상황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세 가지 가치가 있다. 바로 양보, 손해, 배려가 바로 그것이다.
이 총장은 “요즘 아이들에게 이 세 가지가 부족하다”며 “이런 가치를 일상에서 가르치는 것이 진짜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부인 황규자 교수 역시 한양대 무용학과 교수로 두 아들과 함께 교육자 가정을 이루고 있다. 한양대 GCEO 과정은 이제 미주 전역에서 자리 잡은 1.5세, 2세 한인 차세대를 동문 네트워크와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도 하고 있다.
한양대 GCEO는 한국외대, 연세대, 서울대(예정) 등 타대학 최고경영자 과정과 선의의 경쟁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또한 타대학 프로그램이 LA를 기반으로 진행되는데 반해 한양대 과정은 오렌지카운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 총장은 매년 본교생 4명을 미국에 초청해 1~2주간의 학습 투어를 지원하고 있는 한양대 동문이자 성공한 사업가인 'A&E 크리스천 재단' 이용기 이사장에게 깊은 감사를 전했다. 그는 “이 이사장 같은 동문들이 우리 대학의 진정한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한양대는 줌(ZOOM)을 통해 미국 내 동문들을 위한 건강상담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한양대 병원 의료진과의 상담은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아 단순한 건강관리를 넘어 학교와 동문의 글로벌 연대를 다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총장은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이다. 사람 중심의 교육, 그리고 기술과의 협업이 바로 한양대가 그리는 미래”라고 말했다.
해군 가문에서 자란 교육자가 AI와 손잡고 글로벌 무대에서 펼치는 교육 혁신.
그 중심에서 "양보하고, 손해보고, 배려하자"는 따뜻한 철학을 잃지 않는 이 총장의 스토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듀얼 브레인으로 무장한 한양대생들이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바꿔갈지 잔뜩 기대된다.
<약력>
-1959년생
-1983년 한양대 영어영문학과 학사
-1985년 한양대 대학원 영어영문학과 석사
-1992년 미네소타 대학 언어학 석사 및 박사
-1994년~현재 한양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2023년~현재 한양대 16대 총장
이훈구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