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기독교 인문학] 감사 감수성!
강태광 목사(World Share USA 대표)
행복한 고민이 생겼다. 대학노트 크기의 다이어리에 감사 일기를 쓰는데 점점 공간이 부족하다. 처음 감사 일기를 쓸 때는 5가지가 고작이었고 때로는 다섯 가지 감사 제목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매일 감사 제목이 10가지를 훌쩍 넘는다. 거의 매일 20개의 감사 제목을 적는다.
감사 일기를 쓰면서 점점 감사의 이유를 세밀하게 찾아내는 것을 발견한다. 감사 감수성이 예민해졌다. 하루가 감사로 가득하다. 감사의 안경을 쓰고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은 행복으로 가득하다. 요즘은 감사 일기를 쓰는 시간을 기다리고 감사 일기를 쓰는 시간을 만끽한다.
처음 감사 일기를 쓸 때는 3분 혹은 5분으로 족했다. 그런데 점점 감사 일기를 쓰는 시간이 늘어난다. 감사 제목이 늘어났다는 말이다. 감사 일기를 쓰는 시간이 늘어나고, 하루를 감사로 돌아보는 시간이 짜릿하다. 감사로 하루를 돌아보며 하루하루 감사를 ‘조곤조곤’ 씹는다. 하루가 달고 고소하다.
맥스 루케이도가 “짐을 버리고 길을 묻다(Traveling Light)”라는 책을 썼다. 그는 이 책에서 ‘트리니다드 토바고’라는 조그만 나라의 토바고 섬에 사는 한 한센병 환우의 이야기를 전한다.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위대한 신앙인 한센병 환우 이야기는 그 섬에 단기 선교를 갔던 한 선교사가 전했다.
그 선교사는 단기 선교여행을 끝내기 전날,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 들어가서 예배를 인도했다. 함께 부르고 싶은 찬송이 있으면 누구든지 이야기하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 여인이 고개를 들었다. 그 여인의 얼굴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흉측한 얼굴이었다. 귀도 떨어져 없고, 코도 없는 얼굴이었다. 입술은 다 말려 들어가 있었다.
손가락도 다 떨어져 나간 뭉툭한 손을 번쩍 쳐들고 부르고 싶은 찬송가를 요청했다. 이 한센병 환자가 부르자고 한 찬양이 찬송가에 나오는 “받은 복을 세어보아라! (Count your blessings!)”라는 찬송이었다. 그 선교사님은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했지만, 끝까지 다 부를 수가 없었단다. 그 장면이 그려진다. 그 환우가 심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받은 복을 세어보아라!’라고 찬양하는 걸 보고 눈물과 콧물이 범벅 되었을 것이 뻔하다.
2023년 년 초에 수리남에 단기 선교 여행을 갔다. 우기를 만난 수리남은 온 천하가 초록빛이었다. 강도 바다도 숲도 좋은 수리남의 풍경은 너무 좋았다. 하지만 일정이 바빠서 자연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빈민가에 있는 학교, 보육원(고아원) 학교, 그리고 교회들을 방문하는 일정이 빡빡했다. 현지 사역자들과 함께 기도하고 전략을 의논하는 일도 중요한 일이었다.
귀국 전날 친구 마이클 목사가 준비하는 청소년 수련원 부지에 다녀왔다. 왕복 4시간 내내 “받은 복을 세어보아라!”라는 찬송을 불렀다. 두 사람이 합창 독창을 번갈아 하며 간증을 나눴다. 중간중간 군목 시절 추억도 나누고, 한국 우리 교회에서 설교했던 얘기들을 나누었다. 간증과 감사 고백이 끝나면 또 찬송을 불렀다. 그날이 내 인생에 가장 행복한 날 중 하루였다.
이 글을 쓰면서, 그 찬송이 다시 읊조려진다. 받은 복을 세어보아라! 크신 복을 네가 알리라! 받은 복을 세어보아라! 주의 크신 복을 네가 알리라! 감사 일기를 쓰는 시간은 받은 복을 세어보는 시간이다. 감사 일기를 쓰면서 받은 복을 세어보면 하나님이 주신 더 큰 복을 깨닫게 될 것이다. 매일매일 나에게 주신 크신 복을 헤아려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