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민 학비 지켜라"… 트럼프, 가주 AB540 정조준
트럼프 정부의 법적 도전으로 가주 서류미비 학생들의 거주민 학비 혜택이 위태로워졌다. UCLA 캠퍼스. /AP
가주 서류미비 대학생들
24년간 거주민 학비 혜택
트럼프 정부, 잇단 소송
지난 24년간 가주 고등학교를 졸업한 서류미비 이민자 학생들은 주립대학에서 거주민 학비(in-state tuition) 혜택을 받아왔다.
이 제도는 수만명의 저소득 이민자 청년들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정부가 이 제도에 법적으로 도전하면서 가주 이민자 학생들 사이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LA타임스(LAT)에 따르면 2001년 제정된 AB540은 가주가 텍사스주에 이어 두 번째로 서류미비 이민자에게 거주민 학비를 제공한 법이다. 이후 전국적으로 초당적 지지를 받으며 20여개 주에서 유사한 정책이 도입됐다. 하지만 지난 4일 연방법무부는 텍사스주의 학비정책이 서류미비 이민자에게 공공혜택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연방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텍사스주는 자체 법을 방어하지 않고 연방정부 입장을 지지해 5만7000명의 서류미비 대학생들이 교육 공백상태에 처하게 됐다. 연방법원은 해당 학비혜택 법률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법무부는 최근 켄터키주에서도 유사한 소송을 제기하며 “타주 출신 시민권자 학생은 더 많은 학비를 내야 하고, 서류미비 이민자는 거주민 혜택을 받는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팸 본디 법무장관은 “연방법에 따라 미국시민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며 “법무부는 끝까지 연방법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트럼프 정부가 가주의 AB540에 언제 도전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UC데이비스 법대 케빈 존슨 학장은 “가주는 보수적인 주들보다 법적 저항이 강하기 때문에 아직 건드리지 않았을 뿐”이라며 “백악관은 지금 '낮게 달린 과일'부터 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서류미비 학생들은 거주민 학비혜택이 박탈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샌타로사 커뮤니티 칼리지를 졸업한 후 UC버클리로 편입하는 오스마르 엔리케즈는 “거주민 학비를 받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는 우리가 교육받는 걸 원하지 않는 것 같다. 결국 우리를 배제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주에서 거주민과 비거주자 학비 차이는 수천달러에서 수만달러에 이른다. 샌타로사 커뮤니티 칼리지 기준으로 거주민은 2학기 평균 학비가 621달러인 반면, 비거주자는 5427달러에 달한다.
가주 전역에서 서류미비 학생수는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는다. 대학들은 AB540 적용자수를 집계하고 있으나 여기에는 서류미비자 뿐 아니라 가주고교를 졸업했지만 이후 타주로 이주한 시민권자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주 드림법(California Dream Act) 신청서 항목도 시민권자이면서 부모가 서류미비자인 학생들을 포함시키며 통계 집계가 복잡해졌다.
UC 전체학생 29만6000명 가운데 서류미비 학생은 2000~4000명으로 추산되며, CSU에는 총 46만1000명 중 약 9500명의 서류미비 학생이 재학 중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커뮤니티 칼리지로 재학생 및 졸업생 포함 약 7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주는 이민자 학생들에게 가장 개방적인 주중 하나지만 트럼프 정부의 소송 공세가 확산되면서 이들의 미래가 다시 불투명해지고 있다.
구성훈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