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의 성적 볼 때 '맥락'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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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자의 성적 볼 때 '맥락'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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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MIT 캠퍼스. /MIT


대학들, 성적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고려하나

고등학교 수준 제각각, 똑같은 성적 동등하지 않아

같은 학교 내에서 비교 원칙 따라 지원자 심사


미국 대학 입시에서 고등학교 성적(GPA)은 여전히 핵심적인 평가 지표다. 학생의 학업 역량과 학습 태도, 그리고 성실성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자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GPA라는 숫자 하나만으로 지원자의 실력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까? 교육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모든 GPA가 같은 의미를 가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실제로 미국 전역에는 수천 개의 고등학교가 있으며, 학교마다 제공하는 수업, 학업 강도, 평가 기준이 크게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입학 사정관들은 지원자의 성적을 볼 때 반드시 '맥락(context)'을 고려한다. GPA 자체보다 그 성적이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떤 수업을 통해 얻어진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김수현 교육 객원기자


◇성적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같은 GPA도 다르게 읽힌다

최근 몇 년간 고등학교 교육 현장에서는 성적 인플레이션과 성적 디플레이션이라는 두 현상이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성적 인플레이션(grade inflation)은 실제 학업 수준에 비해 높은 성적이 부여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반면, 성적 디플레이션(grade deflation)은 우수한 성과를 내기 어려운 평가 방식이 적용되는 경우다.

문제는 이런 현상들이 대학 입시에서 GPA의 절대적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어떤 고등학교에서는 4.3의 GPA가 상위 5%에 해당하지만, 또 다른 고등학교에서는 같은 GPA가 평균 이하일 수 있다. 즉, 똑같은 숫자가 학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입학 사정관들은 이런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GPA만으로 학생을 평가하지 않는다. 대신 학생이 어떤 학교에 다녔고, 어떤 수업을 들었고, 같은 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대학은 ‘같은 학교 내에서 비교’ 원칙을 따른다

대학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가지 원칙을 철저히 따른다. 바로 지원자를 같은 고등학교 내의 다른 학생들과 비교 평가하는 것이다. 서로 다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불공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고등학교는 20개 이상의 AP 과목을 제공하고, 대학 수준의 수업까지 연계되어 있다. 반면 어떤 고등학교는 예산과 인력의 제약으로 인해 3~4개의 AP 과목만 제공할 수 있다. 대학은 이런 교육 환경의 차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모든 학생이 동일한 조건에서 출발하지 않았음을 고려한다. 입학 사정관들은 학생이 자신에게 주어진 교육 환경에서 얼마나 도전적이고 수준 높은 수업을 선택했는지를 유심히 본다. 

◇GPA는 절대 수치가 아닌 상대적 맥락에서 읽힌다

많은 고등학교는 GPA 산정시 가중치를 적용한다. 아너스나 AP 수업을 들으면 추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웨이티드(weighted) GPA는 일반 수업과의 난이도 차이를 반영한다. 이 경우 GPA는 4.0을 넘어 5.0 이 만점이 될 수 있다. 반면, 모든 과목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한 언웨이티드(unweighted) GPA는 최대 4.0이다.

대학은 이 두 가지 GPA를 모두 고려하되 학생의 수업 선택, 수강 난이도, 동급생들 사이의 상대적 위치에 더 주목한다. 예를 들어 GPA가 4.2로 높아 보여도 해당 학교의 학생 대부분이 4.3 이상을 기록한다면 경쟁력은 낮아질 수 있다. 반면 3.8의 GPA라도 디플레이션이 심한 학교에서 상위 5%에 해당한다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고등학교에 성적 디플레이션이 있다면?

이쯤 되면 많은 학생들이 이런 의문을 갖게 된다.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성적이 박한 편인데 혹시 입시에 불이익을 받는 건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입학 사정관들은 각 학교의 성적 분포와 평가 방식, 수업 수준에 대한 정보를 이미 파악하고 있으며 이를 입시 심사에 반영한다.

즉, 성적 디플레이션이 있는 학교에 다녔다면 오히려 GPA보다 학년 석차가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GPA가 낮더라도, 어려운 과목을 수강하며 상위권을 유지했다면 이는 강한 학업 능력의 증거로 해석된다. 반대로, 성적 인플레이션이 있는 학교에서 GPA는 높지만 등수가 낮다면 입학 사정관은 그 GPA를 조심스럽게 해석할 것이다.

◇성적을 ‘변명’하지 말고 상황을 정직하게 설명하라

성적이 낮은 이유가 성적 디플레이션 외에 개인적인 어려움 때문이었다면 이를 원서에서 정직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 단순히 낮은 성적을 변명하거나 책임을 외부로 돌리는 듯한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

가령 가족의 사망, 건강 문제, 부모의 이혼 등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어려움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학업 성과가 떨어졌다면 이 사실을 솔직하게 밝히고, 그 이후 어떤 노력을 통해 회복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학은 단지 성적만이 아니라, 학생의 회복력, 성장 의지, 성실함을 함께 평가하기 때문이다.

◇대학은 맥락을 본다, 중요한 것은 정직함과 태도 

결국 대학 입시에서 고등학교 성적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학생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과를 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대학은 그 이야기를 읽고, 해석하고, 평가한다.

성적 인플레이션이든 디플레이션이든, 입학 사정관은 그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학생이 자신의 상황을 정직하고 성숙하게 설명하는 태도, 그리고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한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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