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기업도 외면...유공자들 갹출 '초라한 행사'
태극기와 대통령 근조기 앞에서 앞서 간 동료 전우 유공자 장례식에 참여하여 거수 경례를 하고 있는 6.25 참전유공자 / 6.25참전유공자회
기획 시리즈/ 잊혀진 전쟁 6.25
글 싣는 순서
1. 무관심 속 그들만의 기념식
2. '짐'이 된 참전유공자 수당
3. 끝나지 않은 전쟁
'정치행사'인식 장소 대여도 어려워
한달새 3명 작고, 사라진 노병들
총영사관 등 관계기관 적극 나서야
6.25 한국전쟁을 흔히 ‘잊혀진 전쟁’ 혹은 ‘끝나지 않은 전쟁’이라고 부른다. 서울 용산의 전쟁기념관에 가면 6.25 참전용사 명단이 빼곡하게 붙어있는 복도에 '전우의 식탁'이 차려져 있다. 뒤집어진 와인 잔과 기울여 세워진 의자는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는 전우를 뜻하고, 레몬 한 조각은 실종 전우의 쓰라린 운명을, 소금은 가족과 친구들의 눈물을 상징하며 테이블의 천은 하얀색으로 군인들의 헌신을 상징 한다. 그렇다 참전 유공자들은 국가의 부름에 헌신하고 희생했다. 그러나 이러한 거룩한 헌신에 대하여 우리는 얼마나 기념하며 기억하고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을 수 밖에 없다. 본지는 한국전쟁 75주년을 맞아 3회에 걸쳐 동족상잔의 비극을 재조명해본다.
#. 잊혀진 그들만의 6.25 기념식
올해 6..25 한국전쟁 기념식은 오는 21일 새한교회에서 열릴 예정이다. 지난 2018년을 끝으로 기념식은 매년 참전 유공자들이 각출한 성금으로 치뤄지고 있다. 3년째 새한교회에서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지만 장소를 구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다. 교회들은 6.25 한국전쟁 기념식 이야기만 나오면 ‘정치행사’로 인식하고 장소대여를 하지 않는다.
현재 파악된 가주 지역 6.25 참전 유공자는 150여명. 그러나 지난 1달 사이 벌써 3명이 작고했다. 대부분 6.25 참전 유공자회 회원들은 90대 고령이다. 게다가 전우의 마지막 곁을 지키는 것도 결국은 유공자회 몫이다. 부고가 나가지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번 75주년 기념식을 준비하면서도 매년 반복되는 일을 경험했다. 많은 한인단체들을 유공자들이 초청을 했지만 LA한인회, 상공회의소, 지상사 협회, 민주평통, 한인 은행들, 그 누구도 답을 주지 않았고 유일하게 국가원로회의의 김향로 상임의장만 참석 예정이다.
총영사관에서 주최하는 풀러튼 전쟁 기념비 앞에서의 행사도 마찬가지다. 물론 전쟁기념관 사업위원회가 주최가 되어 건립된 기념비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기념비 건립이전에는 6.25참전유공자회와 재향군인회 공동주최로 행사가 진행되었음에도 건립 이후부터는 주최 단체가 6.25 참전유공자회 뿐만 아니라, 재향군인회 미남서부지회, 기념비 건립위원회, 화랑청소년 재단까지 추가 되었다. 6.25 참전유공자회의 참여는 회장의 기념사 하나뿐으로 생존 유공자에 대한 존중과 예우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는 총영사관 관저 기념식에서 ‘6.25의 노래’가 금지곡이 되기도 했다. 게다가 참석인원도 10명만 추려서 참석하라더니 나중에는 1명 출석으로 제한된 적도 있었다.
전쟁만 잊혀진 것이 아니라 기념식도 추모식도 잊혀져 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전유공자들의 헌신과 희생은 기념되어야 할 것이다. 그나마 올 기념식에서 위로가 되는 것은 처음으로 대한민국 육군을 대표하여 육군본부에서 현역인 강지원 중령이 참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인 커뮤니티의 무관심 속과 마케팅 관점으로만 바라 보는 이 현실의 벽 앞에서 지금도 참전유공자들은 자신들마저 잊혀져 가는 현실 앞에서 노병은 눈물만 흘리고 있다.
이훈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