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칼럼] 생수에 피어난 바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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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칼럼] 생수에 피어난 바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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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남옥 (시인, 수필가, 나성영락교회 권사)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큰아들이 세탁소에 온다. 평일에는 바쁜 직장인으로 살지만, 토요일은 쉬는 날이라 시간을 내어 가게 일을 도와준다. 일을 돕는 것도 감사하지만, 아들과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하고 따뜻하다. 오후에 하루를 마무리할 즈음이면, 며느리와 손자가 함께 찾아오는 날도 있다.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행복이다.

   그날도 가끔 가던 월남 국수집에서 식사를 시작했다. 쌀국수 그릇에 얹힌 바질을 보며 나는 무심결에 손을 뻗었다. 그런데 그 순간, 보라빛 줄기 끝에 작고 여린 꽃망울이 맺혀 있는 것을 보았다. 뜨거운 국물 속으로 그 연한 생명을 넣는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조심스레 그것을 건져 생수로 씻고, 컵에 담아 집으로 가져왔다. 아들이 묻는다. “엄마, 왜 바질을 집에 가져가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꽃도 피우지 못하고 끓는 국물에 넣는 건 너무 슬프잖아.

   그 말은 어쩌면, 과거의 나를 향한 고백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삶이 뜻대로 되지 않고,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 방향을 잃었던 시절. 꿈을 꾸기도 전에 꺾여버린 가지처럼, 나 역시 내 안의 생명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삶은 가끔 그렇게, 피지도 못한 이들을 뜨거운 국물 속에 던져 넣는 것처럼 잔혹했다. 그러나 주님은 그런 나를 외면하지 않으셨다. 줄기에서 잘려 나온 바질처럼 보였던 내 인생을, 주님은 보혈의 생수로 씻기시고 조용히 말씀하셨다. “너는 내 사랑하는 꽃이다.

   그분은 나를 세상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살리셨다. 그리고 마른 뿌리 위에 생수를 부으셨다. 세상은 나에게 관심이 없었지만, 주님은 나를 버리지 않으셨다. 나는 점점 살아났고, 내 안에서 꽃이 피기 시작했다. 그 꽃은 재능도, 성취도 아니었으며, 주님과 함께 동행하는 삶 그 자체였다.

   며칠이 지난 후, 생수 컵 속의 바질은 작은 흰 꽃 한 송이를 피워 올렸다. 가느다란 생명에서 솟아난 그 꽃은 마치 사망을 이기고 무덤을 박차고 나오신 예수님의 부활을 닮아 있었다. 피지 못할 줄 알았던 생명이 결국 사랑 안에서 피어나는 기적. 나는 그것을 나의 삶에서 직접 보았다.

   바질 한 줄기 앞에서 나는 조용히 무릎을 꿇는다. 꽃을 피우지 못한 나를 살리신 주님의 은혜, 찢기시고 죽으심으로 나를 살리신 사랑. 나는 줄기에서 잘려 나온 생명 없는 자가 아니다. 주님의 생수에 뿌리내린, 다시 태어난 생명이다. 그 사랑을 체험한 나도 이제는 생명의 통로가 되고 싶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둠 속을 걷고 있는 이들, 자신의 생명이 소중하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살아가는 이들. 그들을 위해 예수님은 오셨고, 죽으셨고, 부활하셨다. 바로 당신을 위해. 지금도 사망 가운데 있는 이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예수님은 오늘도 당신의 마음 문을 두드리고 계신다.

   이제 그분을 마음에 모셔 보십시오. 꺾인 바질에서조차 향기로운 꽃과 생명의 뿌리가 나오듯, 예수님의 보혈로 당신도 하나님의 거룩한 자녀가 되는, 영원한 생명의 소유자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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