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유학 자녀들에 "돈 아껴 써라"
지난 9일(한국 시간) 서울 하나은행 본점 전광판에 이날 거래를 시작한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연합
치솟는 원·달러 환율 몸살
한국 학부모·유학생들 비명
SNS “휴학해야 하나”한숨
“1년에 2600만원이었던 아이 학비가 순식간에 3000만원 가까이로 뛰었어요. 잠이 안 와요.”
캔자스주에서 유학 중인 고등학교 2학년 딸에게 3년째 학비와 생활비를 보내고 있다는 한국의 최모씨는 지난 3일 이후 돈 걱정에 매일 한숨이다. 최씨의 월급은 그대로인데, 보내야 하는 돈은 갑자기 크게 늘어난 탓이다. 최씨는 “딸 한테 귀국하라고 할 수도 없고 답답한 노릇”이라고 했다.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며 원·달러 환율이 고공 행진을 지속하면서 자녀를 미국으로 유학 보낸 한국의 학부모들과 유학생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생활비가 치솟고 연말·연초에 한꺼번에 내야 하는 학비는 순식간에 수 백만원 씩 뛰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날이었던 2일(이하 한국시간) 1401.3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일 1437원을 기록, 2년 1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11일에도 전날보다 5.3원 오른 1432.2원으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각종 유학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환율 때문에 미치겠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딸이 미국에서 유학 중이라는 한 학부모는 “계엄 사태가 터질 줄 알았다면 미리 돈을 털어서 환전했을 것”이라고 했다. 유학생 B씨는 “(환율 때문에) 너무 화가 나서 (계엄 사태) 관련자들을 저주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유학생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석사 과정 중인 대학원생 채모씨는 "내년 초 봄 학기 학비를 내야 하는데, 치솟은 환율 때문에 미칠 지경"이라며 “혹시라도 환율이 내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생활비를 매달 조금씩 환전하다가 낭패를 봤다”고 전했다. 그는 "장을 보는 것 하나하나가 부담"이라며 "불효도 이런 불효가 없다"고 덧붙였다.
소셜미디어에는 유학생들의 '한숨'이 그대로 묻어나 있다. 한 유학생은 "치솟는 환율 때문에 이곳에서 생활이 불가능해 휴학을 고민해야 할 지경"이라고 했고, 다른 유학생은 "최대한 장학금을 받고 빠듯하게 생활하고 있는데도 학비와 생활비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고 전했다.
구동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