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허술한 노인아파트 노린다
웨스트우드 한 노인 아파트에 절도 용의자로 보이는 한 남성이 엘리베이터 주변에서 서성이고 있다. /KNBC 캡처
연말 앞두고 절도 등 다시 고개
웨스트우드 한 곳서 2년 새 4건
방문객 쉽게 출입, 문단속 꼼꼼히
너싱홈 직원, 입주자 카드 훔치기도
연말을 앞두고 최근 남가주 일원의 시니어 아파트와 너싱홈 등 노인 거주 시설에 대한 절도나 신분도용 등 각종 범죄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얼마 전 웨스트우드의 한 시니어 아파트에서는 수 만 달러의 귀금속이 도난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를 당한 노인은 “집에 돌아와 보니 누군가 몰래 침입해 서랍을 뒤져 다이아몬드 귀걸이, 팔찌. 진주, 명품 백 등을 모조리 훔쳐갔다”며 “그 물건들은 죽은 남편이 내게 준 선물들로 큰 의미를 갖고 있다”며 속상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어 “강제로 문을 딴 흔적이 없다는 점에서 누군가 우리 집 열쇠를 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파트의 CCTV에는 범행 당일 백팩을 메고 마스크를 쓴 한 수상한 용의자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장면이 포착됐다. 사건을 접한 노인 입주자들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LA경찰국(LAPD)에 따르면 이 아파트에서는 2년도 안 되는 사이 이번까지 4번째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노인 아파트를 타겟으로 한 절도 사건은 연중 끊이지 않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한인들이 대부분 입주한LA 한인타운 인근 한 노인아파트 주차장에서 차량 내 물품 절도가 잇달아 발생해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었다.
많은 시니어 아파트의 경우 허술한 보안도 범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인타운내 노인 아파트들 중에는 경비원은커녕 CCTV 조차 설치 되지 않은 곳이 허다하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번에 절도 사건이 발생한 웨스트우드 아파트의 경우도 철저한 방문객 체크인과 24시간 경비원을 배치했다고 밝혔지만 NBC는 기자가 취재를 위해 아파트를 방문하는 동안 두 차례나 체크인 절차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시니어 요양 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신분 도용 사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 글렌데일의 한 너싱홈에서는 20대 남성 직원이 입주자 방에서 크레딧카드를 훔쳐 사용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이 2개월간의 수사 끝에 체포한 이 용의자는 7명의 입주자로부터 훔친 크레딧카드로 상점들과 식당에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단체 관계자들은 시니어들이 상대적으로 쉬운 범죄 타겟인 데다, 종종 가치가 있는 물건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인 아파트 등의 절도 범죄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 ▲항상 문을 잠그는 습관을 갖고 ▲집 내부에 보안 카메라를 설치하고 ▲열쇠를 매트 아래 놓아서는 안되고 ▲범죄율이 높은 지역이라면 창문을 통한 절도를 막기 위해 보안 필름을 붙이는 등의 조치를 취하라고 조언했다.
이해광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