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보이는 안나푸르나 산들을 휘감은 황금빛 일출…'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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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안나푸르나 산들을 휘감은 황금빛 일출…'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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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 때 황금빛으로 물든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산의 모습이 신비감을 자아낸다. 가도 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돌계단. 하기환 회장이 지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포즈를 취했다. 안나푸르나 산속으로 가는 본격 트레킹에 나선 끝에 도착한 촘롱 랏지에 6명 대원과 포터들이 포즈를취했다. 해발 1만피트 근방에 있는 히말라야 마을. 많은 사람들이 이곳 카페에서 음식을 먹고 휴식을 취하며 다음 여정을 준비한다. (위에서부터)



하기환 회장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2> 

원정기간: 2023년 11/3(금)-11/13(월)

원정대원: 하기환, 이영근, 론 김, 제인 김, 고수미, 김태미(이상 재미스키협회 회원 6명)



안나푸르나 산속으로 

승무원이 쟁반에 귀 막는데 사용하라는 솜을 담아 나눠준다. 포카라까지 사고도 자주 나는 이 낡은 비행기를 타면 30여분, 버스로 간다면 6시간 정도가 걸린다. 포카라행 비행기를 탈 때 요령이 있다. 오른쪽 좌석에 앉아야 히말라야 산맥을 볼 수 있다. 짧은 비행이 끝나고 포카라에 도착했다. 네팔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포카라는 유명한 페와호수가 있다. 이곳은 휴양도시인 동시에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공항에는 그동안 연락을 해 온 또 한 명의 가이드와 포터 3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포터는 우리 대원 2명당 1명씩이므로 6명인 우리 팀에 3명이 동행할 것이다. 네팔 청년인 포터들의 인상이 마치 대학생들 같이 맑고 단정하다. 짐을 짊어지고 갈 노동자처럼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2대의 4륜 지프차에 나눠 타고 2시간 정도 이동하여 나야폴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되는데 네팔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나야폴에서 팀스(TIMS)와 입산허가증(ACAP)을 받고 비레탄티로 향했다. 그곳에서 2번째로 허가증을 확인했다. 이곳부터는 포장이 안 된 거칠고 좁은 길이 시작된다.


4륜 구동의 지프가 필요한 이유를 알겠다. 2시간 정도 차도 사람도 고생했던 오름 길이 끝나고 막다른 종점 삼릉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유명한 흔들다리, 현수교가 보인다. 이곳부터 이제 본격적으로 걸어야 한다. 장비를 챙기고 다리를 건너며 우리의 안나푸르나 트레킹이 시작됐다.


쇠그물로 만든 이 현수교는 비교적 최근인 2018년에 완공되었다. 다리가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계곡까지 내려가 횡단했기에 하루를 더 써야했다고 한다. 이제 흔들다리의 완성으로 출발지 삼릉과 맞은 편 마을 지누단다까지 10분으로 단축되었다니 계곡의 크기가 실감난다.


등산로는 돌로 만들어진 계단의 연속이다. 흙의 유실을 막기 위해 만든 돌계단이라지만 힘든 산행이기에 악명이 높은 계단이었다. 그런 돌계단을 오르고 걷다 보니 어느새 촘롱에 도착했다. 우리가 가는 코스에서 가장 큰 마을이었다. 촘롱계곡으로 내려가는 길 중간에도 허가증을 검사하는 체크포인트가 있었다. 이곳은 네팔의 27개 부족 중 하나인 구릉족의 마을이다. 우리와 비슷한 얼굴을 가진 구릉족은 몽골계였고 불교도였다. 촘롱에는 한국어 간판도 있을 만큼 한국 여행자들에게 친숙한 마을이기도 했다. 당연히 이곳에는 비교적 좋은 랏지(lodge)들이 많다. 가이드가 예약해 놓은 랏지에 도착하니 깨끗하다. 방마다 화장실도 있고 따듯한 물도 사용할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랏지에 딸린 식당에서는 한국 신라면도 팔고 있었다.


이튿날 아침에 일찍 눈이 떠져 랏지 옥상으로 나갔다. 어느 사이 안나푸르나 산들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멀리 보이는 마차푸차레 정상의 황금빛 일출이 감동이다. 설산이 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모습이 장엄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정말 맘모스 집에 걸린 그림과 똑같이 생겼다. 정상의 바위가 2개로 갈라져 있는 모습이 물고기의 꼬리 모양. 이러니 마차(물고기) 푸차레(꼬리)라고 이름이 붙었던 것이다. 


가이드가 아침 식사 후 8시에 출발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빨리 빨리에 익숙한 한국인답게 8시가 되기 전에 벌써 걷기 시작했다. 대원들 모두 좋은 컨디션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어제 우리가 오른 고도는 1,270미터(4160 ft)였다. 오늘은 이곳 촘롱 2,170m(7,119ft)에서 뱀부 2,310m(7,579 ft) 랏지로 가는 여정이다.


살아 있는 자연속으로

히말라야 산록이라 평지가 부족해 그런지 계단식 논밭이 펼쳐진다. 깊어가는 히말라야 산속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농촌 모습이다. 그러나 또 돌계단이 시작된다. 계속되는 돌계단을 오르내리는 끝 모를 반복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돌계단을 2km 정도 오르니 Upper 시누와 마을이 나온다. 2번째로 만나는 흔들다리를 건너 2시간 정도 돌계단을 내려가니 lower 시누와 마을이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하고 또 올라간다.


미국에서 산행을 할 때 경험했던 스위치백의 트레일하고는 너무 틀리다. 트래킹 폴을 의지하여 힘을 얻지만 이렇게 반복되는 계단에서는 무릎이 신경 쓰인다. 이런 길을 현지인 포터들이 무거운 짐보따리를 매고 넘나든다. 등에 짐을 실은 당나귀들도 연신 딸랑이는 방울소리를 내며 거친 숨을 몰아쉰다. 도로가 없으므로 각 랏지에 필요한 물건들은 모두 이런 식으로 나른다. 우리 짐 2개, 거의 50파운드를 지고 산을 올라가는 포터들을 보며, 작은 배낭에도 힘들어 하는 내가 미안해 졌다. 


길 중간에 현지인들이 사는 집들이 많다. 어떤 때는 그들이 나와 낯선 이방인인 우리에게 “나마스떼”하며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내 안의 신이 당신의 신에게 경배를 드린다’는 인사말 나마스테. 힌두교식 인사인데 그들 표정은 맑고 밝아 보인다. 가파른 돌계단의 시누와를 지날 때였다. 주민들이 그 긴 돌계단에 자라나는 잡초들과 말들의 배설물을 일일이 손으로 청소한다.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마음이 들었다. 경사면 산을 깎아 길을 냈던 사람. 돌을 깔아 길이 유실되지 않도록 만든 사람. 그래서 당나귀도 우리 같은 사람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게 만든 마음이 보이는 듯하다. 쉽지 않은 돌계단 길의 연속이었기에 우리는 두 팀으로 나누어 걷기로 했다.


원정경험이 많은 김태미 대원이 점심 때부터 많이 힘들어 한다. 몇 달 전 다쳤던 다리가 아직도 불편한지 끝도 없는 돌층계를 오르내리면서 버거워했다. 그러므로 고수미 대원과 함께 천천히 오라고 하고, 나를 비롯해 4명은 그날의 목적지 밤부의 랏지에 일찍 도착했다.


방을 배정받고 있으니 1시간 쯤 뒤에 여대원들이 도착했다. 몹시 지친 모습들이다. 휴식을 취하고 저녁식사를 하는데 김태미 대원은 아예 식사도 거르고 방에서 누워버렸다. 고도가 높아질 수록 랏지 시설도 열악해 진다. 날씨도 예측하기 힘들다. 높아질수록 고산병은 있기에 더 힘들 것이다. 그 걸 잘 아는 가이드는 우리에게 “비스타리, 비스타리”라는 말을 자주했다. ‘비스타리’는 ‘천천히’라는 네팔어. 히터도 없고 방음도 잘 안 된 방들인데, 옆방 어디선가 앓는 소리가 난다. 히말라야 산행답게 몸살로 힘든 밤을 보냈나 보다.


오늘 아침도 날씨는 좋았다. 오늘은 뱀부에서 도반이라는 마을을 거쳐 데우랄리(3,230m 10,597ft)까지 가는 여정이다. 드디어 10,000ft 이상인 고산지대로 오르는 것이다. 가이드 디팍은 아침식사 때 걱정 어린 표정으로 “비스타리” 천천히를 외친다. 그리고 우리가 고소증을 잘 견디며 예정대로 운행을 하니 신기한가 보았다. 맘모스를 자주 오가고 겨우내 고산에서 스키를 탄 것이 고소적응에 도움이 된 것은 확실했다. 밤부라는 이름처럼 이곳에는 대나무숲이 많았다. 운이 좋으면 이곳에서 서식하는 히말라야 원숭이를 볼 수 있다는데 우리는 한 마리도 만날 수 없었다. 


드디어 도반마을을 지나 히말라야라는 이름의 마을에 도착했고 그곳의 랏지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곳에서 체력이 좋은 론킴 부부를 먼저 보내고, 그리고 뒤이어 이영근 회장도 보내고 나는 걸음이 늦은 2명의 여대원들과 함께 데우랄리까지 동행하기로 했다. 천천히 걷고 사진도 찍으며 풍경도 감상하는 즐거운 산행길이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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