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노숙 금지법' 전면 재검토···시민들 우려 커져
LA시의회가 지난 12일 '안티 캠핑법'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다운타운의 노숙자 텐트 모습. AP
LA시의회 만장일치로 승인
명목은 효율성 제고라지만
시민들 "정치적 이익 앞선 행동"
LA시의회가 무분별한 길거리 텐트 노숙을 저지함으로써 치안율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상정한 '특정시설 인근 노숙 금지법(anti-camping law)'을 전면 재검토한다.
명목은 해당 법의 실효성과 비용을 따져보겠다는 것이지만, 재검토를 요구한 시의원 모두 후보시절부터 노숙자 권익보호를 외쳤던 만큼 공공안전보다는 노숙자 권익보호에 힘을 싣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이익이 앞선 행동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방송매체 ABC 7, CBS 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LA시의회는 케이티 영 야로슬라브스키(Katy Young Yaroslavsky) 5지구 시의원과 커렌 프라이스(Curren Price) 9지구 시의원이 상정한 41.18항 재검토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41.18항은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2000여 시설 인근에서의 노숙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골자인 LA지방자치법 중 하나다. 구체적으로 학교, 보육시설, 공원 및 도서관을 포함한 기관, 철도나 육교 등으로부터 500피트(약 152.4m) 이내 노숙을 금지한다.
시의원들은 41.18항의 필요성에 동의한다면서도 해당 법의 운영을 위한 예산집행 과정과 사용되는 대규모 비용 등 효율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짚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로슬라브스키 시의원은 "노숙자들로부터 각종 사건사고가 난무하는 가운데 이를 종식시키기 위한 도구로 41.18항이 운영되고 있다"며 "학교, 유치원 등 공공시설을 보호해야 하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운을 뗐다.
다만 "노숙금지 표지판 설치, 관련한 인건비 등에 수백만 달러의 비용이 들어가고 있지만 현실은 41.18항이 노숙 인근 특정시설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노숙자들의 감소율이 보이는지 등 구체적인 결과와 방향이 없다"며 "해당 법안이 민감한 사안임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상충하고 있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지만 유효성이 모호한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41.18항 자체에 반대해 왔던 휴고 소토 마르티네즈(Hugo Soto-Martínez) 시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노숙금지법 재검토에 대해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LA는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거주공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41.18항을 통해 노숙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계에서는 이번 재검토 추진으로 41.18항이 어떤 방향으로 추진될 지에 대해 내다보긴 이르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해당 법의 재검토를 상정한 의원들 모두 노숙자 권익보호를 공약으로 내건 인물들이기에 법안이 아예 폐지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게 시민들의 중론이다.
한편, 길거리에 텐트 야영을 하는 노숙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와 관련한 마약, 폭행으로 인한 사망은 물론 방화와 관련한 범죄 건수도 치솟는 상황이다.
LA카운티 노숙자서비스관리국(LAHSA)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LA카운티 전체 노숙자 수는 약 6만9000여 명이다. 이는 지난해(4만1000여 명) 대비 약 68.3% 급증한 수치다.
주진희 기자 jjoo@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