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항공기 시장의 양대 산맥
이보영
민주평통 통일전략 전문위원
크루즈(Cruise) 여행은 항만(Port)에서 출발하지만, 대부분의 여행은 공항(Airport)에서 출발한다. 탑승을 기다리며 공항 대기실에서 큰 유리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면 항공기들이 질서있게 계속 이·착륙하는 장면이 정말 신비롭다. 착륙한 항공기는 유도로(Taxiway)를 따라 터미날 부근까지 와서 항공유도원(Marshaller)의 수신호에 따라 게이트로 들어 오는 장면도 참 흥미롭게 보인다.
항공기 동체의 색상을 살펴보면 대부분 흰 색상을 바탕으로 하늘을 닮은 파란색, 화사한 오랜지색, 세련된 빨강색, 싱그러운 연두색, 귀여운 색동을 입힌 꼬리 등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들의 항공기들을 보게 된다. 이들을 관찰하는 재미도 여행의 설렘을 더해 주는것 같다.
공항은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곳일 뿐만아니라, 여객과 화물을 싣고 내리며, 항공기의 정비, 급유, 지상조업, 승무원 교대가 이루어 지며, 주기장(Aircraft Stand)으로 항공기가 쉬는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Port’ 라는 말은 ‘문(門)’을 뜻하는 라틴어 ‘Porta’ 에서 왔다. ‘Port’ 는 ‘바다로 열린 문’이어서 사실상 ‘Sea-Port(港口)’ 이지만, 일반적으로 ‘Port’ 라 부르게 되었다. 항구(門)를 통해 나가면 ‘Export(수출)’, 항구(門)를 통해 들어오면 ‘Import(수입)’, 항구에서 입국이 허용되면 ‘Passport(여권)’, 항구에서 쫓겨나면 ‘Deport(추방) 등 모두 ‘Port’ 에서 파생된 말이다.
1920년경 항공기가 발명되자 미국에서 최초로 ‘Air-port(공중으로 난 항구, 즉 空港)’ 라는 명칭을 쓰기 시작했다. 항공 역사의 초기에는 해운에서 쓰던 용어나 제도가 항공업계로 거의 차용되었다. ‘Captain(선장)’은 기장(機長)이 되고, ‘Crew(선원)’ 는 승무원, ‘Pilot(수로 안내원)’ 은 조종사로, ‘Boarding(승선)’은 탑승, 선박과 항만을 연결하던 ‘Bridge(다리)’ 는 항공기와 터미널을 연결하는 ‘탑승교’로, 배에서 내린 승선자들의 ‘Passport(입국허가증)’도 ‘공항 입국허가증’으로 차용되었다.(엄밀히 말하면 Pass-airport가 되어야 하지만)
항공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엔진 수와 크기, 날개의 높이와 끝의 모양, 항공기 조종석의 창문과 코 디자인 등 외형상의 구조와 모양을 보면 항공기의 제작사가 ‘보잉’인지, ‘에어버스’인지 구별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항공기는 ‘보잉(Boeing)’ 과 ‘에어버스(Airbus)’ 에서 제조된 항공기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소위 ‘보잉’과 ‘에어버스’는 항공기 시장의 양대 산맥이다.
현재 지구 위를 나는 항공기들 중, 약 60%는 보잉 항공기, 약 40%가 에어버스 항공기로 대별된다. ‘보잉(The Boeing Company)’은 1916년 ‘윌리엄 보잉’이 시애틀에서 창립한 세계 최고의 항공기 제작사이다. 동시에 미국 굴지의 방위산업체이다. 세계 항공기 시장을 보잉은 과거 100년간 독점해 왔다.
하지만, 2020년부터 보잉이 제작한 항공기의 안전성 결함, 기체와 부품의 품질저하, 사업 관리능력 부재 등이 노출되자 100년 전통의 명예가 실추되었고, 시장의 점유율도 점차 하락해 가고 있다. 최근(2024년)에도 보잉사 제품 항공기들이 비행 중 보조문이 날아가고, 엔진 덮개가 벗겨지고, 랜딩기어가 작동되지 않는 등의 결함으로 비상착륙 사건들이 발생했다. 잦은 고장과 사고로 연결된 비상착륙 사태는 여행객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항공사의 신뢰성을 무너뜨린다.
‘미연방 교통안전위원회(NTSB)’가 밝힌 보고서에 따르면, 보잉은 비용절감으로 단기적 재무성과를 올리고,
주주가치 극대화를 추구한 결과, 항공기의 품질관리가 메뉴얼을 이탈했다는 분석을 내렸다. 기체의 부품들을 저렴한 하청업체에 맡겼고, 납품된 부품의 ‘품질검사기록’까지 위조되는 등 총체적 관리능력 부재로 밝혀졌다. 이렇게 되자 보잉은 5월 초, “현재 제작 중인 모든 항공기의 납품계약 일자를 1년정도 늦춰서라도 완전한 제품을 인도하겠다” 며 품질개선과 신뢰회복을 위한 결정을 발표했다.
한편, 에어버스(Airbus SE)는 보잉이 세계 항공시장을 오랜기간 독주하자, 이에 대항하기 위해 유럽의 주요
국가연합, 즉 다국적(프랑스, 독일, 스페인) 기업으로 1970년에 설립된 회사이다. 에어버스는 후발 항공기 제조사인만큼 보잉의 결점과 불편한 점에 착안하여 엔진, 연료탱크 관계의 소프트웨어를 개선하고, 조정석 내부를 개편하여 보잉 항공기보다 더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보잉 항공기는 오랜 내구성과 정비 효율성이 장점이지만, 에어버스 항공기는 첨단 내부 설계와 신기술의 조화로 조종이 편리하다는 것이다. 사실 에어버스는 창업과 동시에 ‘A300’ 기종을 제작했으나 성능과 안전에 신뢰성이 없어 구매자가 없었다. 제작된 A300은 프랑스와 독일의 자국내에서만 운영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어렵던 차에, 1974년 대한항공이 아시아 최초로 A300기 7대를 도입하게 되었다. 에어버스의 숨통이 트였고, 이 구매계약은 전세계 항공사들에게 큰 관심거리가 되었다. 당시, 한국 정부는 UN에서 북한과의 외교전이 한창일 때, 에어버스를 구매하면서 프랑스 정부를 통해 15개국 이상의 국가들로부터 지지를 얻어 ‘WHO’ 단독 가입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루었고, 또 프랑스로부터 미사일의 신기술 도입에도 큰 역할을 했다.
대한항공은 A300기종을 아시아 지역의 중·단거리 운항에 효율적으로 투입함으로, 성능과 안전이 증명되고, 경제성 효과도 나타나자 에어버스 항공기 구매가 줄을 잇게 되었다. 이러한 공로로 대한항공의 조중훈 회장은 프랑스 최고 권위 훈장인 ‘레지옹도뇌르’ 를 수훈했다. 인류의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여행을 위해 ‘보잉’과 ‘에어버스’의 선의의 경쟁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