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저스틴’과 문신(Tat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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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저스틴’과 문신(Tat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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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을 다녀 온 친지로부터 연락이 왔다. 가족끼리 식사모임을 하자고 했다. 약속장소에 도착해 보니 친지의 얼굴이 좀 달라진 듯하다. 특히 눈썹 부위가 평소보다 가지런해 지고 윤곽이 반듯하다. 얘기인즉, 이번 한국 방문길에 눈썹 주위에 문신(文身,Tattoo)을 했다고 털어 놓는다. 이제는 눈썹 문신은 물론이고 두부(頭部)문신도 유행한다는 얘기도 듣던 터다. 그래서일까. 그동안 눈여겨 보지 않던 이웃이나 짐(Gym)에서 자주 마주치던 이들의 문신이 클로즈업됐다. 


배우 겸 감독인 한인 저스틴 전(Justin Chon)의 영화 ‘Blue bayou’도 문신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영화제목이 70년대 ‘린다 론스터드’가 부른 컨트리풍의 노래 ‘Blue Bayou’와 같다. 극중에서 저스틴의 아내 케이시(Alicia Vikander)가 이웃인  베트남 친구의 초청으로 간 가라오케 파티에서 이 노래를 열창하는 장면도 나온다. ”지금은 평범하고도 고된 일상이지만 언젠가는 행복해질 거야”라며 희망을 갈구하는 내용의 메시지가 극중 스토리와 무관치 않다. 아무튼 화면에는 직업이 타투이스트인 저스틴의 문신 시술과 주인공 자신의 문신이 자주 등장한다. 


미국과 달리 70~80년대 한국에서는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장발과 미니스커트 외에 문신을 하는 것도 단속했다. 문신을 한 사람은 조직폭력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유에서다.  지금은 한국에도 타투이스트로 일하는 이들이 2만여 명이나 되고, 문신을 하고 다니는 이들의 숫자가 300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에서는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규정해 의료인이 아니면 불법으로 처리하고 있고 찬반논란이 여전하다니 문화차이를 실감케 한다. 어쨌거나 주사바늘이 무서워 예방접종 때마다 눈을 질끈 감는 필자에게 문신은 여전히 먼 발치의 일이기는 하다. 


얼마 전부터 Gym에서 자주 얼굴을 대하던 이들 중 문신을 한 사람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들의 대답은 대체로 이랬다. (1) 문신을 하게 된 동기; 자신의 아이덴티티 표출 및 스토리를 기억하고 싶어서 (2) 문신의 패턴 종류; 영문, 한자 등의 글자, 가족의 이름, 식물, 조류, 기호(Emblem)등이 들어간 문양(文樣)등 선호 (3) 문신 후의 만족도; 만족한다는 등의 반응이다. 개중에는 너댓 차례에 걸쳐 연작(連作)문신을 한 이들도 있다. 


아무튼 영화 'Blue bayou'는 집 근처에 열차가 지나는  대형철교가 있는 뉴올리언스 남부 변두리 지역을 무대로 시작한다. 남부 특유의 끈적한 습도와 무더위를 감지케도 했는데 극중 장면에 유독 푸른색 배경이 많이 등장한다. 호수나, 거리풍경, 심지어는 집 안의 욕실 샤워커튼의 색도 푸른색 바탕이다. 아마도 주인공 배우이자 감독을 겸한 저스틴은 블루 문신(Blue Tattoo)을 통해 ‘입양아’라는 주제의 극중 스토리를 은유적으로 연출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이를테면 극중 저스틴의 생업인 문신 시술 장면이나 자신의 몸에 새긴 문신을 통해 ‘입양(入養)’으로부터 비롯된 ‘거절감과 정체성’이라는 이중고(二重苦)의 늪지(Bayou)에서 벗어나려는 언어로 표현하려고 했을 수도 있으리라. 


영화는 어렸을 때의 그를 입양했던 양부모 측의 서류미비로 인해 가장인 그가 겪는 고단한 일상을 보여준다. 특히 주인공이 신분 서류미비로 강제추방되는 공항 내 탑승구 앞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생이별하는 마지막 장면은 관객들에게 안타까움을 전한다. "행과 불행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했던가. 주말 어스름 저녁, 관람 후 극장 외벽에 걸린 액자 속, 영화 포스터 상단의 헤드라인 “It’s not where you’re from, It’s where you belong”이 눈길을 끈다. '어디에서 왔느냐 보다는 어디에서 살고 있는냐가 중요하다' 정도로 풀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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