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권의 세상만사] MZ세대는 괴물이 아니다


홈 > 로컬뉴스 > 로컬뉴스
로컬뉴스

[조성권의 세상만사] MZ세대는 괴물이 아니다

웹마스터

“부장님의 30년 경력은 1년이면 할 일을 서른 번 한 거에 지나지 않습니다.”

입사 1년이 안 돼 ‘신입’ 딱지를 채 떼지 못한 직원이 “그만두겠다”라는 한 줄짜리 사표를 카톡방에 날리고 쓴 말이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회사 ‘사람인’이 451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기 퇴사자’와 관련된 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전체 신입직원 중에서 ‘1년 이내 퇴사’ 비율이 평균 28%로 집계됐다. 10명 중 3명이 1년을 못 버티고 있는 것이다. 또 응답 기업의 절반에 가까운 49.2%가 ‘MZ세대의 1년 이내 조기 퇴사 비율이 높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렇게 조기 퇴사하는 이유는 ‘개인의 만족이 훨씬 중요한 세대라서’(60.2%)가 가장 많다. ‘참을성이 부족해서’(32.5%), ‘시대 변화에 기업 조직문화가 따라가지 못해서’와 '호불호에 대한 자기표현이 분명해서’가 각각 30.5%, 29.7%다. ‘장기적인 노력으로 얻는 성과에 대한 기대가 낮아서’(26.8%), ‘조직 내 불의·불공정을 참지 못해서’(13%)가 그 뒤를 이었다. 표현은 다르지만, 조기 퇴사의 요인은 ‘세대 간 갈등’으로 정리된다.


한국 기업들이 요즘 신입 직원들의 조기 퇴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체 기업의 85.8%가 조기 퇴사를 막으려고 백방으로 애쓰고 있지만 소용이 없다. 앞선 세대가 볼 때 MZ세대는 괴물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만 볼 수 없는 사례가 있다. 유통업을 하는 S 중소기업의 경우다. P 사장은 지난해 6명 조기 퇴사자 보고를 받고 이들을 개별 접촉했다. 사장이 직접 문자를 보내 회사 밖에서 일일이 만나 한 말이다. “1년이 돼야 할 일을 몇 개월 만에 터득한 게 놀랍고 자랑스럽다. 회사가 잘 뽑은 것 같아 기쁘다. 잘 지적했다. 그러나 그 일은 30년 된 우리 회사의 주 업무다. 그걸 모르고는 다른 일을 할 수 없다. 그걸 바꾸려고 공들여 뽑은 인재들이 할 일은 따로 있다. 이제 여러분이 우리 회사의 주류다. 우리 회사가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난제 23가지가 있다. 한두 개씩 맡아 해결해 달라. 시간은 충분하다. 부장에게 보고해야겠지만 내게도 문자나 카톡으로 진행 상황을 직보해 달라. 퍼포먼스 하나만으로 공정하게 평가하겠다.” 사장의 말은 주효했다. 설득에 따라 복귀한 5명이 이미 세 가지 숙제를 거뜬히 해결해냈다. 기존 직원들이 모두 엄두를 내지 못해 그토록 반대했던 일들이다.


7080 산업화세대는 X세대(1965~1980년대생)를 낳았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는 밀레니얼 세대(1981년~1996년생)를 낳았다. 1997년 이후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는 X세대가 낳았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합친 게 MZ세대다. 2030세대를 간단하게 통칭해 부르는 말이다. 2019년 기준 17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34%다.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어떤 기업은 이 비율보다 훨씬 높은 데도 있다. 앞선 세대는 풍요를 만들고 민주주의를 안착시켰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품에서 태어난 MZ세대는 우리가 낳고 우리가 가르쳤다.


윗세대를 보면 시대마다 사는 방식이 달랐다. MZ세대는 다른 삶의 문법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주의가 강해 조직보다 개인을 우선시한다. 불이익에 민감하고 개성이 강할뿐더러 조직에 융화되지 않는다. 거침없는 언행과 이전 세대의 일 처리 방식에 대한 거부감도 크다. 이들이 요구하는 더욱 분명한 설명, 투명한 절차, 정당한 보상을 달라는 것도 사실 앞선 세대가 언제나 아쉬워했던 대목이었다. 업종이나 국경을 넘어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는 MZ세대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선진화의 길이다. 앞선 세대의 지식 전달자 역할은 끝났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이들이 지금 실천하고 있는 ‘올바름’이 꺾이지 않게 끌어안고 등 두드리며 도와줘야 하는 지혜 있는 일이다. 이들의 요구에 일정한 선은 두어야겠지만, MZ세대는 괴물이 아니다. 두렵고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들은 우리가 그토록 염원한 신인류다.


86c0cca4fc487df58eb5ffc3c004e61c_1624990491_9926.jpg
조성권 칼럼니스트: 국민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숭실대학원에서 벤처중소기업학으로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우리은행 홍보실장, 예쓰저축은행 대표를 지냈다. 현재, 국민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사)미래경제교육네트워크 이사, 학교법인 영신학원 감사, 멋있는삶연구소장으로 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