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이 펴낸 신간 '신의 전쟁' 주목
십자군 전쟁, 종교재단 등
성스러운 폭력의 역사 읽기
"종교 호전적 평가는 위험해'
종교는 폭력적일까. 이같은 주장을 펴온 이들은 종교가 폭력의 배경에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로 십자군 원정, 이단을 불에 태운 종교재판, 현대 이슬람 무장단체의 테러 등을 꼽는다. 하지만 영국의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은 이런 주장이 위험하고, 과도하게 단순화된 것이라며 배척한다.
그는 최근 한국어로 출간된 저서 '신의 전쟁(Fields of Blood· 사진)'에서 십자군 원정은 교황 우르바누스 2세가 교회 권력을 확장하기 위해 벌인 전쟁이며, 종교재판은 에스파냐의 페르난도, 이사벨 부부가 정치·경제적 이유에서 벌인 끔찍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종교의 외연을 쓰긴 했으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실상 종교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무슬림의 테러도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지나 실은 서구 제국주의의 식민 지배와 강압적 근대화가 낳은 폭력이라고 반박한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현대의 폭력적인 죄를 '종교'의 등에 실어 정치적 광야로 내몰곤 한다."(머리말 12쪽)
암스트롱은 '신의 전쟁'에서 고대 중동과 중국, 인도에서 탄생한 주요 종교의 기원을 확인하고,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 등 세 종교에서 두드려졌던 폭력과 문명, 국가 간 관계를 살핀다. 이를 통해 종교가 국가와 손을 맞잡으며 폭력을 뒷받침하는 도구로 작용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아울러 근대 이후 종교가 국가와 분리되며 부상한 민족국가 문제, 종교와 민족주의가 만나 빚어낸 폭력, 이슬람 테러리즘에 대한 오해 등도 짚는다.
암스트롱은 10대 때 교회 수녀원에 들어갔다 7년 만에 환속한 이력이 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으나 종교학으로 방향을 바꿔 '신의 역사', '마호메트 평전', '붓다', '마음의 진보', '축의 시대' 등 주목할 만한 책을 다수 내며 세계적 종교학자라는 평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