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PD, 숨진 한인 양용씨 사건 보디캠 공개
지난 2일 한인타운 아파트 거실에서 경찰을 보고 양용씨가 칼을 들고 서있는 모습.(위)
경찰이 총격 이후 전혀 반항하지 못하는 양용씨에게 수갑을 채우고 있다. / LAPD 주요 사건 비디오(Critical Incident Video·CIV)
24분짜리 영상에 숨진 양씨 칼 쥔 모습
경찰 "칼 내려" 명령 후 3발의 총격
쓰러져 저항없는 양씨에 수갑 채워
"총격 매뉴얼대로 진행됐는지 중요"
지난 2일 LA한인타운 아파트에서 경찰 총격을 받고 사망한 한인 양용(40)씨 사건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보디캠이 16일 공개됐다. LA경찰국(LAPD)이 양씨 유가족들에게 ‘주요 사건 비디오(Critical Incident Video·CIV)'를 공개하겠다던 날짜(17일)보다 하루 앞당겨 공개한 것이다.<본지 15일자 A3면 보도>
LAPD가 이날 유튜브(YouTube) 채널을 통해 공개한 영상은 총 24분47초짜리로 ‘중대사건커뮤니티브리핑(Critical Incident Community Briefing)’이라는 이름으로 편집됐다. LAPD 공보실 캡틴 켈리 무니즈는 당일 사건 신고 내용부터 경찰 현장 진입까지의 경황을 설명했다.
양씨 가족의 병원 이송 도움 요청으로 출동한 정신건강국(DMH) 직원 김씨는 사건 당일 양씨의 상태가 공격적이라고 판단, 911에 전화를 걸어 LA카운티(psychiatric evaluation team, P.E.T) 직원이라고 밝히며,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환자(양용씨)의 부친이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아들 때문에 우리 부서에 전화를 걸었다”며 “양씨를 끌어내려 했지만 소리를 지르며 위협했다. 제발 도와달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신고를 받은 911 담당자는 김씨에게 양씨의 나이와 정신질환 유무, 공격적인지 여부, 신고자 직업, 입은 옷 등을 확인한 후 올림픽경찰서의 시스템와이드 정신평가대응팀(Systemwide Mental Assessment Response Team)에 전화를 걸어 “공격적인 남성”에 대해 경찰 출동 요청을 했다.
맨 처음 신고를 받고 출동한 올림픽경찰서 소속 경찰 두 명은 김씨로부터 “양씨가 발로 차고 공격적이다.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라는 상황 설명을 듣고 양씨가 집 안에 혼자 있는지, 무기를 소지하고 있는지 등의 여부를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양씨의 부친인 양민씨는 “아들이 병원에 가야한다”며 두 번 거듭 얘기했다.
양씨를 총격 사살한 경관으로 확인된 안드레스 로페스는 양씨가 있던 아파트 현관문 앞에서 대화를 시도했지만 양씨는 “나는 당신을 초대하지 않았다. 현관문 만지지 마라”며 들어오지 말 것을 재차 강조했다. 비협조적인 양씨를 확인한 로페스와 또 다른 경찰은 추가 인력을 요청하며 “들어오면 죽이겠다”고 말한 양씨의 발언에 대해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언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19분 후 현장에 출동한 수퍼바이저 루발카바는 양씨의 집에 들어가기 전 양민씨에게 “아들이 집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설득할 것”이라며 “하지만 요청 후에도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고 비협조적일 경우 경찰이 강제 진입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강제로 진입할 경우 무력을 사용할 수 있어 아들이 다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냐”며 “나오기를 거부할 경우 경찰이 무단으로 침입, 체포될 것이라는 것”이라며 동의를 구했다.
양민씨는 이에 대해 정신질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범죄행위가 되냐는 질문에 수퍼바이저는 “단지 치료를 받으러 가기 위해 강제로 집 밖으로 끌어낼 수는 없다”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양민씨는 “아들을 병원으로 데려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9명의 경찰이 양씨가 있던 아파트로 향한 후 현관문 앞에서 양씨와의 대화를 시도한 수퍼바이저에게 양씨는 “가버려”라며 비협조적인 말을 건냈고 마침내 무력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경찰은 일렬로 대기한 후 열쇠를 사용해 아파트 현관문을 열었다.
당시 왼손에 칼을 쥐고 거실에 서 있던 양씨는 경찰이 현관문을 열자 당황한 기색으로 오른쪽 손으로 들어오지 말라는 시늉을 하며 손을 펼쳐 든 상태로 뒤로 물러서던 중, 칼을 떨어트리라는 명령을 듣자 경찰 쪽으로 서서히 이동했다. 순간 안드레스는 세 발의 총격을 연속적으로 가했고 양씨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경찰은 움직이지 말 것을 명령하며, 현장에 있던 경찰 중 한 명이 수갑을 채울 것이라는 말소리와 함께 양씨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양씨가 쓰러진 후 경찰들은 수갑을 채우고 총격이 가해진 몸을 살펴본 후 “가슴에 두 발, 복부에 한 발”이라고 확인했다. 양씨가 의식이 없자 경찰은 “내 말이 들리냐”고 재차 물었고 양씨가 한 차례 호흡을 했다는 경찰의 언급 이후 영상은 종료됐다.
사건 당일 아파트 내부에서 11인치 대형 칼과 약물이 발견됐다. 캡틴 무니즈는 “이번 사건은 조사 초기 단계로 추후 지속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것과 중대사건 검토부서(Critical Incident Review Division)에서 수사가 종료된 후에는 도미니크 최 LAPD 국장에게 보고될 것”이라며 “이후 경찰위원회에서 무력사용에 대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APD의 보디캠 공개와 관련해 양민씨는 변호사와 연락할 것을 요청했고, 변호인은 정리된 입장을 곧 밝히겠다고 본지에 밝혔다. 제임스 안 LA한인회장은 "보디캠을 봤다. 관건은 경찰위원회에서 총격이 매뉴얼대로 진행됐는지를 평가해서 정당방위 여부를 가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미정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