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같은 물건 장봤는데… 48.88불 VS 79.65불
픽사베이
LA타임스, 마켓 10곳서 동일 제품 생필품 15개 구입했더니
가장 싼 곳 61%나 저렴… 빵 한 덩이에 2.5배 차이 나기도
“가격 책정은 마켓 전략, 발품 많이 팔아야 현명한 소비자”
타운에 거주하는 김원석 씨는 주말이면 중요한 일과가 있다. 운전이 서툰 아내를 도와 일주일 지낼 식료품을 함께 쇼핑하는 일이다. 깐깐한 소비자인 이들 부부는 요즘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 탓에 신경 쓸 일이 더 많아졌다. 어느 마켓에서 언제 세일을 하고, 어떤 물건은 어디가 좋고. 그런 비교를 하며 나름대로 현명한 쇼핑을 한다고 애쓰지만, 사실 신통한 방안은 없다. 물건 하나하나를 찾아 모든 마켓을 돌아다닐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LA타임스가 고물가 시대를 맞아 흥미로운 특집을 게재했다. 남가주 지역 대형 소매점을 돌며 자신들이 정한 품목을 쇼핑한 결과를 가격비교 한 것이다. 마켓 10곳은 전국적인 프랜차이즈점으로 본스, 앨버슨, 스프라우츠, 노스게이트 마켓, 홀 푸즈, 랄프스, 스테이터 브로스, 스마트 앤 파이널, 트레이더 조스, 푸드4레스 등이다.
이들은 월요일인 지난 달 20일 비슷한 시간대에 LA지역 마켓 10군데를 방문해 동일 품목 15가지를 구매했다. 가장 대중성 있는 식료품인 바나나, 계란, 토마토 케첩, 오트 밀크, 햄버거 패티, 커피, 아보카도, 캔 스프, 식빵, 우유, 냉동 와플, 콜라, 감자칩, 크래커, 쿠키 등이다.
가격은 의외로 큰 차이를 보였다. 가장 비싼 스프라우츠는 총액이 79.65달러가 든 데 비해, 트레이더 조스는 이 가격의 61%에 불과한 48.88달러 밖에 되지 않았다. <표참조>
대형 소매점 가격 비교
트레이더 조스 $48.88
푸드4레스 $59.14
스테이터 브로스 $61.64
스마트 앤 파이널 $66.12
홀 푸즈 $67.45
앨버슨 $69.62
랄프스 $70.08
노스게이트 마켓 $70.97
본스 $73.02
스프라우츠 $79.65
<LA타임스>
세부적으로는 몇 배의 차이도 생긴다. 이를테면 우유 1갤런은 쇼핑하는 위치에 따라 3.59달러에서 4.99달러까지 다양하다. 식빵 한 덩이는 최저 1.49달러에서 최고 3.99달러에 판매된다. 계란 12개 한 묶음은 2.49달러에서 3.99달러의 편차를 나타낸다. 커피 같은 경우도 16온스짜리가 5.70달러에서 15.99달러로 3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표참조>
상품별 가격 편차
커피(16온스) $5.70~$15.99
냉동 와플(24개) $4.29~$11.16
크래커(13.7온스) $2.99~$9.79
케첩(32온스) $2.65~$6.99
콜라(6팩) $4.49~$8.31
감자칩(13.25온스) $3.03~$5.82
쿠키(14.3온스) $2.14~$4.79
식빵 $1.49~$3.99
스프(10온스) $0.99~$3.48
오트 밀크(18온스) $2.99~$4.99
계란(12개) $2.49~$3.99
하스 아보카도 $1.25~$2.49
바나나(1파운드) $0.55~$0.69
<6월 20일 LA타임스 조사>
심지어 모기업(크로거)이 같은 랄프스와 푸드4레스는 같은 상품에 서로 다른 가격을 매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테면 18온스짜리 오트 밀크는 38%의 가격 차이였다.
신문은 기본적으로 가격 경쟁력은 모기업의 규모와 무관하지 않다고 전했다. 월마트나 크로거 같은 대형 체인점은 생산자나 공급라인으로부터 더 낮은 가격을 협상할 수 있는 파워를 갖고 있다. 이로 인해 저가 매수에 유리한 위치라는 얘기다. 반면 홀 푸즈나 스프라우츠 같은 전문성을 가진 매장들은 경쟁 마켓에서 판매되는 것보다 신선하고, 영양이 높은 것으로 판촉되는 빵이나 과일, 채소류 같은 필수품에 프리미엄을 부과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의외인 것은 트레이더 조스다. 타임스는 이들이 공급업체로부터 대량으로 구매하면서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공급업체에 (운송 비용을 청구하는) 슬로팅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경영 방침을 그 이유로 분석했다.
LA타임스는 자신들의 조사 방식이 제한적이고 과학적이지 않으며, 그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 지에 대한 데이터를 추론하는 데 적합하지 않을 지 모르지만, 소매점과 소비자의 광범위한 판매·소비 패턴을 알아보는 데 주력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타운 내 한인마켓의 매니저 A씨는 “마켓마다 가격 책정은 지극히 전략적으로 이뤄진다. 흔히 말하는 ‘미끼 상품’을 통해 고객의 관심을 끌고, 진짜 수익 창출은 마진율이 높은 다른 제품을 통해서 하는 방식”이라면서 “고객들이 고물가에 힘들어하면서, 마켓들도 판매 작전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소비자들은 발품을 많이 팔고, 여기저기서 좋은 정보를 얻어야 현명한 쇼핑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