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기독교 인문학] 다윗 왕이 부러운 이유
캐나다 심리학자들이 부부가 상대 배우자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연구했다. 캐나다 전국의 부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91%의 아내들은 자신들이 직접 식재료를 구매한다고 답했다. 반면에 남편들 76%만 아내들의 식재료 구입을 인정했다. 부부가 상대와 자신을 보는 시선이 달랐다는 것이다.
또 빨랫감을 빨래 바구니에 넣는 일에 있어서 부부 역할과 인식을 조사했다. 아내는 열 번 중 여덟 아홉 번은 자신이 주워 넣었다고 응답하였다. 반면에 남편도 열 번 중 여덟 아홉 번은 자신이 빨래를 주워 빨래통에 넣었다고 응답했다. 부부는 상대방보다 훨씬 더 많은 횟수로 빨래를 넣고 있다고 응답했다. 자신의 수고는 과장하고 상대의 기여는 축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롤프 도벨리는 이런 현상을 이기적 편향(Self-serving Bias)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자신의 책 '스마트한 생각들'에서 이기적 편향을 인간은 잘되면 제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고 주장하는 경향(Inclination)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100점 맞은 사람은 ‘문제가 쉬웠습니다.’라고 말하지 않고, 낙제한 사람은 ‘제가 멍청해서 그래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사람은 자신에겐 관대하고 자신을 옳음을 주장하기 위해 이웃과 상황을 핑계하거나 비난한다는 것이다.
이기적 편향은 긍정적 자아를 유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결과가 긍정적이라면 자기 자신에게서 성공 요인을 찾고 상황이 부정적이라면 외부에서 실패 요인을 찾는다. 승진을 승인하면 자신이 분명히 뛰어나고 그럴 자격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승진에서 탈락하면 상사가 자신의 가치를 몰라주거나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들은 자신이 상처받지 않도록 자기를 지키려는 경향이다.
한국과 미국 양국에서 선거 열기가 대단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상대를 비난한다. 그런데 상대를 비난하는 기준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남을 비난하던 행위가 자기나 자기 진영에서 발견되면 관대하게 옹호한다. 그런데 과연 이런 태도가 정치권에 국한된 이야기일까? 사실 모든 인간의 이야기다. 우리 모두 자신을 평가는 관대하고 남을 평가하는 잣대는 엄격하기 때문이다.
에덴동산 이후 타락한 인류는 여러 가지 부작용에 시달린다. 타락한 인류는 교만과 이기심이 가득한 존재다. 교만과 이기심은 반성이나 변화보다는 변명과 핑계로 자기를 보호하게 만든다. 신앙은 교만과 이기심을 극복하는 것이다. 이기심과 교만을 극복하여 잘못을 인정하고 회개하는 것이 경건이다.
이기적 편향은 교만과 이기심에 발로다. 교만과 이기심은 이기적 편향을 조장하고 이기적 편향으로 교만과 이기심은 더욱 심화한다. 기회만 있으면 변명하고 자기를 합리화하는 인간의 본성은 회개와 변화의 장애물이다. 아울러 자신감과 자기 사랑을 조장하는 현대 문화는 자성과 회개를 막는다. 이런저런 이유로 자성과 회개가 희귀한 세상이다.
성경에도 회개의 장면이 희귀하다. 성경에 나타난 회개의 꽃은 다윗의 회개다. 다윗은 자신의 허물과 죄를 덮을 수 있는 권력자, 왕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죄를 감추고 완전범죄를 꿈꿀 상황이었다. 그러나 다윗왕은 자기 죄를 깨끗하게 인정하고 통렬하게 회개했다. 다윗이 부럽다. 그의 왕좌가 아닌 무릎을 꿇고 회개한 그의 겸손과 정직이 부럽다. 다윗을 배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