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 당시 인근 CCTV에 포착된 모습. 범인이 날카로운 흉기(빨간 원)로 내리치려는 장면이다. 오른쪽은 ABC7NY소속 기자가 공개한 피해자의 사진. /@CeFaanKim 트위터 

뉴욕 번화가서 또 증오범죄

뉴욕 한 복판에서 아시아계를 상대로 한 범죄가 또 발생했다. 경찰은 CCTV에 포착된 모습으로 용의자를 특정하고 공식 수사에 나섰다.

1일 ABC7 등에 따르면 사건은 전날 오전 10시쯤 뉴욕 맨해튼 최고 번화가인 타임스스퀘어 근처에서 발생했다. 피해자인 아시아계 여성 A(59)씨는 캐리어 모양의 장바구니를 끌며 걷는 중이었고, 범인인 흑인 남성은 그를 뒤따라가 주저 없이 커터 칼을 휘둘렀다.

뉴욕경찰(NYPD)이 트위터에 공개한 영상을 보면 당시 A씨는 오른손으로 장바구니를 끌며 걷는다. 곧 뒤따르던 남성이 화면에 등장하는데, 그는 처음부터 A씨를 노린 듯 성큼성큼 다가와 손에 든 무기를 머리 위로 치켜든다. 이어 힘껏 A씨의 오른손을 내리찍었고 걸음을 멈춘 A씨를 바라보며 뒷걸음질 쳐 사라진다. 주변에 꽤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남성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듯 당당하게 움직였다.

사건 직후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누군가가 내 팔을 치는 게 느껴져 뒤돌아봤더니 피가 엄청 흐르고 있었다”며 “그 일을 당한 뒤로 너무 무서워서 집 밖에 나가지 못하고 있고 출근조차 하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NYPD 증오범죄 수사대는 이번 사건이 아시아계를 노린 증오범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또 인근 CCTV에 선명하게 찍힌 범인의 얼굴을 공개하고 앤서니 에반스(30)라는 남성을 용의자로 지목한 상태다.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 범죄는 코로나 사태 이후 급증했으며 강도 역시 갈수록 과격해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맨해튼 차이나타운에서 30대 한국계 여성이 피살되는 끔찍한 사건도 있었다. 당시 범인이 피해자를 몰래 뒤쫓아 자택 안까지 침입하는 모습이 건물 CCTV에 담겨 충격을 안겼다.

그보다 앞선 올해 1월에도 한 60대 흑인 남성이 40대 아시아계 여성을 달려오는 열차 앞으로 밀어 숨지게 한 사건이 일어난 바 있다. 이 외에 30대 한국계 남성이 일면식 없는 괴한의 커터칼 습격을 받아 뺨과 목덜미에 중상을 입은 일이 뉴욕서 발생했었다.

문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