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시비걸고 행패 ‘홈리스가 무서워요’
LA한인타운 거리에서 행패를 부리는 홈리스들로 인해 불안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 이해광 기자
이젠 주민들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한인 ”신경 곤두서 거리 걷기 겁나”
묻지마 살인, 폭행 등 중범죄도 급증
홈리스 가해 경우가 피해보다 2배
얼마 전 반려견과 함께 LA 한인타운 윌셔거리를 산책하던 한인 정모씨. 뒤 따라오던 한 백인 홈리스가 ‘개가 너무 말랐다. 개 좀 잘 먹이라’며 말을 걸었다. 반려견에 대한 관심으로 생각한 정씨는 무심결에 ‘잘 먹어도 개 체질이 그런가 보다’며 답을 했다. 하지만 이 홈리스는 갑자기 욕설을 쏟아내더니 급기야 ‘총으로 쏴 죽이고 싶다’는 등 입에 담지 못할 폭언까지 퍼부었다. 정씨는 너무 무서워 아무 말도 못하고 달아나다시피 걸음을 옮겨야 했다. 정씨는 “홈리스와는 말도 섞지 말라는 주변의 말을 다시 되 새겼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LA 한인타운 거리에서 행인들에게 시비를 걸거나 행패를 서슴지 않고, 위협까지 가하는 홈리스들 때문에 한인 등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홈리스 문제는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가운데 홈리스들 때문에 대낮에도 한인타운을 걷기 무섭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길을 걷고 있는데 앞에 있던 홈리스가 일부러 철제 쓰레기통을 내 앞으로 쓰러뜨려 온갖 오물이 거리에 널브러졌다”며 “너무 놀라 한 마디도 못한 채 몸이 얼어 붙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아무런 이유 없이 누군가에게 화풀이라도 하려는 홈리스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밖에 나갈 때마다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고 덧붙였다.
카렌 배스 시장 취임 이후 홈리스 이슈는 LA 시정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추진되고 있지만 한인타운 주민들의 홈리스 문제에 대한 우려는 되레 커지고 있다. 실제 최근 한 통계에 따르면 올 5월까지 한인타운 주민이 시 정부에 홈리스에 관해 신고한 불만 건수는 130여건에 달했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나 늘어난 수치다.
최근 몇 년간 LA 일원에서는 마약 중독과 정신 질환 등을 겪는 홈리스들로 인한 ‘묻지마 식’ 범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홈리스 범죄는 갈수록 흉포화되면서, 단순 폭행에 머무는 것이 아닌 살인 강도 등 중범죄까지도 심심찮게 발생하는 상황이다.
지난 31일에는 샌타모니카 피어 인근에서 20대 남성이 홈리스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6월에는 사우스 LA에서 홈리스 여성이 인도에 있던 어린 소녀를 공격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스튜디오 시티에서 홈리스의 무차별 폭행으로 한 남성이 중상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홈리스의 생활 특성상 사건의 가해자이며 동시에 피해자인 경우가 많다. 10년 전만 해도 두 경우의 수치는 비슷했지만 2014년 이후에는 홈리스가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급격히 늘었고 2019년 이후부터는 피해자인 경우보다 2배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들은 홈리스 문제는 온정적인 지원책도 필요하겠지만 주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치안 정책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광 기자 hlee@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