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포엔 재고 쌓여가는데 경제가 나아졌다고?
서민경제가 힘들어지면서 전당포마다 재고가 넘쳐나고 있다. LA 한인타운의 한 전당포. 기사내 특정사실과 관련없음. /이해광 기자
바이든 ‘경제 회복세’강조 무색
'고 물가'에 서민들 여전히 고군분투
2년새 안 찾아간 물건 10%나 껑충
한인은 주로 귀금속 맡기고 대출
얼마 전 조 바이든 대통령은 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내세웠지만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여전히 팍팍하다. 서민 경제의 가늠자 역할을 하기도 하는 전당포(pawn shop) 업계의 상황은 경제 호조세와는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당포에 물건을 맡기거나 팔아서 급전을 구하는 서민들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정작 돈이 없어 물건을 되찾는 사람은 크게 줄어들며 전당포 창고에는 재고들이 넘쳐 나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서민들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생계에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전당포는 은행 어카운트나 크레딧카드가 없는 저소득층에게는 일종의 ‘은행’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급전이 필요하면 담보가 될 만한 물건을 맡기고 돈을 빌리는 것이다. 전당포는 빌려간 돈과 이자, 수수료를 갚을 때까지 담보로 잡은 물건을 보관하게 된다.
돈을 빌려주는 대출 기한은 주로 30~90일 정도인데 최근에는 이 기간을 넘겨도 물건을 안 찾으러 오는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게 전당포 업계의 설명이다.
최근 몇 년간 서민경제가 악화되면서 전당포들은 치솟은 재고와 대출 잔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국전당포협회 측은 “생활비 상승, 크레딧 부족, 단기적 긴급 상황 등이 영향을 미치면서 지난 2년간 전국적으로 전당포들의 대출 잔액이 상승세”라고 밝혔다.
‘퍼스트캐시’와 ‘캐시아메리카’라는 이름으로 전국 29개주 1200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퍼스트캐시 홀딩스’는 재고는 10%가 늘었고 대출 미수금은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전국에 530개의 전당포를 소유한 ‘이지코프’ 역시 매장의 재고가 8%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형업체 뿐 아니라 개인 운영 전당포들도 마찬가지다. 텍사스주 엘파소에서 4대째 ‘데이프스 전당포’를 운영하는 업주는 "물건을 맡긴 고객들이 돈이 없다 보니 금반지, 진주 목걸이부터 빈티지 카우보이 부츠, 실버 벨트버클, 스테레오, 똑딱시계까지 창고를 가득 채우고 있다”고 업계 상황을 전했다.
이에 반해 한인 전당포 관계자는 “주류 전당포와 달리 주로 다이아몬드나 귀금속류만 담보로 받고 있다”며 “단골 위주로 영업을 하다 보니 두드러진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국에서 영업하는 전당포는 1만1000여곳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가족이 운영하는 스몰비즈니스 형태지만 전국에 수 백개의 영업망을 갖춘 대형 업체들도 있다. LA한인타운 일원에는 소규모 전당포 수 십 곳이 영업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당포 재고가 쌓인다는 건 저소득층에게 여전히 힘든 시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라며 “일자리 증가와 임금 상승, 실업률 하락 등의 경제 지표에도 불구하고 고 인플레로 수많은 가정이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해광 기자 hlee@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