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가장 큰 보람은 환자의 행복"
'낭만닥터'의 원조인 이재원 박사는 심장병 전문의로 한국 최초 심장병전문병원인 부천세종병원을 섬기고 있다. 다빈치 로봇 수술 권위자이면서 이 분야에 대한 트레이닝에 있어서 그는 세계적인 인물이다. (아래) 대한민국 최초 심장전문병원 '부천세종병원'. / 이재원 박사 제공· 이훈구 기자
한국 최초로 설립된 '심장병전문병원'
부천세종병원 심장전문의 이재원 박사
'다빈치 로봇 수술'의 세계적 권위자
"흉부외과는 '생과 사'의 경계서 일해"
1만회 이상 수술, 100명 이상 의사교육
주말엔 락클라이밍 즐기는 '낭만 닥터'
혜원의료재단(설립자·회장 박영관)은 지난 1982년 설립된 이후 38년간 심뇌혈관질환과 더불어 노인성 질환까지 진료하는 병원으로 유명하다. 임상실험과 연구, 체계적인 심장 진료시스템 구현, 과감한 시설투자 등을 꾸준히 시행해 왔다. 재단은 부천세종병원뿐만 아니라 인천세종병원을 개원했으며 선의세종노인전문병원, 부천시립노인전문병원을 위탁운영하고 있다.
한국 최초로 인공심장을 개발하여 송아지에 이식 후 46일간 생존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심장이식 수술 성공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또한, 한국 최단기간 심장수술 2만례(회) 달성, 심장부검을 통한 의료기술 발전을 도모하는 연구와 진료실적 등은 대한민국 심장의료사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특별히, 이재원 박사가 속한 ‘부천세종병원’은 1982년 8월 20일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설립된 심장병 전문병원이다. 1989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심장병 특수진료기관으로 지정된 데 이어 2005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 유일의 심장전문병원으로 지정됐다. 지난 2011년 11월에는 미국 JCI(국제의료기관평가기구) 국제인증도 획득했다.
이재원 박사는 30년간 1만회 이상의 수술했으며, 65세 정년을 계기로 제2의 변화를 위해 부천세종병원에서 수 많은 흉부외과 명의 배출에 힘쓰고 있다.
◇ '낭만닥터'의 원조
이재원 박사는 경남 진주 출생으로 초등학교 5학년 때 서울로 전학왔다. 당시만 해도 지방은 시험을 봐서 중학교 진학을 했지만 서울은 무시험 진학이었다. 경희중학교에 입학해 평가시험을 보았는데 우수하여 반장이 됐다. 학교에서는 ‘경상도 사투리를 하는 반장’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마침 친구 아버지께서 병원을 하셨는데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무료수술도 해주고 하여 존경을 받는 것을 보고 의사가 참 좋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에 뒀으나 정작 그의 부친은 법관이 될 것을 권유하였다.
그런 그에게 경동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어쩌면 구세주였다. 부친을 만난 자리에서 단호하게 “당신 아들도 의대로 진학할 예정”이라고 못을 박아 진학의 길을 터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진학한 서울대 의대에서는 별명이 ‘앙팡테리블’(enfant terrible)이었다고. 프랑스어로 해석하면 ‘무서운 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한국어 ‘돌아이’ 같은 그런 개념은 아니다.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영화감독인 장 꼭또(Jean Cocteau)의 동명 소설에 나온 신조어로 특정 분야에서 경이로운 수준의 두각을 보이는 신인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취미생활로는 산악반에 가입하여 주말에는 북한산 인수봉에서 바위타기(rock climbing)하는 재미로 살았고 방학 동안에는 생화학교실에서 유전자실험을 주로 했는데 당시 지도교수가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 ‘마크로젠’의 창립자인 서정선 교수였다.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도 성적이 좋아서 최우등 졸업과 의사고시 수석합격의 영예를 안을 수 있었다. 어쩌면 이 박사는 진정한 의미로 볼 때 ‘낭만닥터’의 기질을 타고 난 것 같다.
◇새세대심장재단
인턴 시절에는 이비인후과, 신경외과 및 흉부외과를 염두에 두고 일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1984년 2월 27일 ‘새세대심장재단’(현 한국심장재단)이 설립되었다. 선천성 심장병과 후천성 심장병 등 당시 한국에는 심장질환자들이 차고 넘쳤다. 특히, 선천성 심장병 환자들의 경우에는 미국 등 외국으로 수술을 보내던 시기였으니 당연히 이박사 특유의 ‘도전정신’이 발동되어 ‘흉부외과’를 선택하게 된다. 특히 청색증이던 환자가 수술 후 빨갛게 변하는 드라마틱함에 반하여 주저 없이 선택했다고. 한국에 심장수술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면서 정작 자신은 급성간염에 걸리는 등 매우 힘든 시기도 겪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당시도 흉부외과는 3D 업종이었다. 철저한 사명감이 없이는 전공하려는 사람이 드물었기에 ‘앙팡테리블’다운 행보라고 모두들 말했다. 새세대심장재단은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치료받지 못하고 질병의 고통 속에 있는 심장병 및 기타 질병 환자들에게 진료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통해 3만 9000여 환자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전공의 이수 후 ‘인천 길병원’ 흉부외과를 처음 개설하여 심장수술과 폐식도 수술을 인천지역에서 처음 시작한 이래 서서히 의사로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이후 민간 대기업인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설립자)의 기부로 설립된 아산재단 서울 중앙병원에 참여하게 된다. 최초로 ‘환자중심병원’의 기치를 세우고 시작해 한국에 큰 변화의 바람을 가져왔다. 그곳에서 이 박사는 한국 최초로 심장이식을 성공하는데 일조하였으며 최소접근수술(minimally invasive cardiac surgery)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공로를 인정하여 캐나다 토론토병원에서의 1년간의 연수도 할 수 있었는데 이때 선진국의 의료시스템이 얼마나 효과적인가를 배우는 계기가 됐다.
◇ 다빈치 로봇 수술 권위자
이 박사는 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왔다. 기존의 익숙한 수술법만을 고집하지 않는 의사로 유명했다. EBS ‘명의’에 소개돼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대한민국의 명의이면서 고난이도 다빈치 수술인 ‘완전내시경적 심방중격결손증수술’을 도입한 선구자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다빈치 로봇 수술’의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며 이에 대한 트레이닝을 실시하여 5년간 100여명의 흉부외과 의사를 교육시켰다. 이 트레이닝은 해외의 의사들이 대다수 참여했는데 일본은 물론 호주, 싱가포르, 인도, 중동에서도 참여 했다. 이 트레이닝 후 일본에서 곧바로 다빈치 로봇 수술에 대한 의료보험이 시행되어 첫해에 800명의 환자가 수술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이 15년간 고작 1200명이 수술을 받은 것을 감안할 때 일본 의료보험의 위력을 느꼈다고. 이를 인정받아 아산사회복지재단으로부터 기초의학 및 임상의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의과학자를 격려하기 위해 제정한 아산의학상의 제13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심사위원회와 운영위원회의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연구의 일관성과 독창성, 해당 연구의 국내외 영향력, 의학발전 기여도, 후진양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였다. 부정맥 수술, 관상동맥과 심장판막 수술, 심장이식 등 성인 심장 질환 수술법 발전과 수술 시 절개부위를 줄이는 최소침습수술 도입을 주도하며 한국 성인 심장질환의 외과적 치료 수준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 박사는 또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의 수술적 치료법으로 알려진 ‘콕스-메이즈 수술법’을 한 단계 발전시키기도 했다. 기존의 좌심방 절개 대신 냉동 절제법을 활용하면서 ‘좌심방 기능 회복률’을 60~75%에서 95% 이상으로 높였으며, 한국에서 가장 많은 승모판막 성형술과 만성혈전색전성 폐고혈압 수술을 집도하면서 심장질환 수술 성공률을 높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그이기에 한국은 건강보험을 국민의 편에서 이끌어 가기보다 방관하는 자세인 것에 대해 개탄했다. 최근의 의료대란에 대해서도 의사와 국민 모두 큰 위기를 느끼고 있지만 해결할 주체가 없다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도 했다.
◇ 부천세종병원
부천세종병원은 앞서 언급했듯이 대한민국 유일의 심장전문병원이다. 특별히 5대 특성화(심장혈관, 뇌혈관, 소화기, 소아청소년, 척추관절)병원이기도 하다. 주요 진료 부문으로는 관상동맥질환(협심증, 심근경색증), 고지혈증, 중재적치료술, 심장판막질환, 중재적치료술, 동맥경화 및 말초혈관질환, 고혈압, 부정맥, 심부전증, 성인 선천성질환 등이며 심장치료 및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해 성공률을 높이는 등 수십 년간의 심장 돌봄 노하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 박사의 경우 최고 권위자이다 보니 ‘초진’을 잡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천세종병원의 최고 강점은 바로 ‘원팀’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흉부외과, 심장내과, 영상의학과, 마취학과가 ‘원팀’을 이뤄 시스템으로 움직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하면서 ‘지역 내 종합병원과 전문병원을 지역의 우수한 거점병원으로 육성하라’는 지시가 내려졌을 만큼 모범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필수 중증환자를 진료하는 전문병원에 대해 상급종합병원 수준으로 보상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가장 주목을 받는 병원이기도 하다.
특별히, 최근에는 심장전문병원 위상에 걸맞게 성인 선천성 심장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GUCH·ACHD 클리닉을 기동하고 있다. GUCH(Grown-Up Congenital Heart Clinic)·ACHD(Adult Congenital Heart Disease Clinic) 클리닉은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사춘기 청소년 또는 성인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심부전, 부정맥은 물론 고혈압증, 협심증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한 특수 클리닉이다. 세부적으로 성인이 된 후 선천성 심장병을 앓게 돼 정확한 검사나 치료가 필요한 경우,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었으나 수술 안 받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경우,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환자 중 결혼이나 임신, 출산 등으로 상담이 필요한 경우에 이용할 수 있다. 이외에 정맥류 클리닉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예약하면 당일 진료와 검사, 진단까지 가능하며 수술이 필요하다면 수술 일정까지 원스톱으로 잡을 수 있으며 전담 의료팀이 있다.
◇ 의사의 보람은 ‘환자의 행복’
마지막으로 이 박사에게 의사의 보람이 무엇인가를 묻자 주저 없이 ‘환자의 행복’이라는 어쩌면 당연한 대답이 돌아왔다. 또한 심장수술은 장기적으로 확실한 결과가 있지만 앞가슴의 큰 상처와 늦은 회복 등으로 수술을 미루고 시술을 하는 등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고 했다. 때문에 이 박사는 ‘최소 접근술’이야말로 이런 경우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전공의 모집을 위해서 전국의 의대생들을 4학년 때부터 리쿠르팅하게 되는데 모두 지방보다는 서울로 오려고 하는 것이 가장 큰 ‘위기’라고 했다. 또 ‘흉부외과’의 경우 수술 후 회복할 때까지 계속 환자를 봐줘야 하는 만큼 부모들이 지원을 말린다고 한다.
환자가 원하면 어디든 가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하루 빨리 한국에도 구축되기를 소망하면서 마지막으로 조선일보LA의 독자들에게 “심장병의 경우 한국에서 수술을 받는 게 금액 면에서 유리하고 특히 미국은 퇴원 속도가 빠르지만 한국은 회복할 때까지 입원할 수 있으니 더 늦기 전에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했다.
이훈구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