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 갱? "피해여성, 용의자들에게 속아 미국 왔다"
귀넷 카운티 법원이 발부한 이가원씨 체포영장에 피해자는 조세희(SEHEE CHO)라고 명시돼 있다. 오른쪽은 지난 15일 용의자 중 한명인 이준현이 법정에 출두해 판사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왼쪽에 이현지가 앉아 있다. /Fox5 News
살해된 여성은 조세희씨
시신 불태워 담요에 싸서 은닉
용의자들에 '갱 범죄' 혐의도 추가
현지 한인들 "전혀 모르는 단체"
조지아주 로렌스빌 가정집에서 한국인 여성을 감금한 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한인남녀 6명<본지 15일자 A1면>의 범행 동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건발생 이후 경찰 수사를 종합해보면 피해자는 한국에서 온 조세희(SEHEE CHO)씨로 조씨는 지난 7월 무비자로 애틀랜타에 도착했으며, 이후 용의자들과 함께 애틀랜타에서 북동쪽으로 45분 떨어진 로렌스빌의 단층주택( 2415 Stable Gate.)에서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들은 형제인 이준호(26)·이준현(22)·이준영(15), 이가원(26), 이현지(25·여), 에릭 현(26·한국명 현동윤)으로 이들은 체포된 후 자신들이 ‘그리스도의 병사들(Soldiers of Christ·이하SC)’이라는 종교단체 소속이라고 경찰에 진술했으나, 온라인매체 ‘11alive’의 16일 보도내용에 따르면 귀넷 카운티 경찰국은 용의자들을 종교단체 멤버가 아닌 ‘범죄를 저지르는 스트리트 갱(criminal steet gang)’으로 부르고 있다. 조지아주 형법상 3명 이상이 모여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면 스트리트 갱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용의자들이 일부 언론 보도처럼 사이비종교 또는 컬트에 심취해 있었는지, 단순 갱조직을 결성한 후 종교적인 이름을 붙였는지 여부는 지금으로선 불분명하며 범행동기 또한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컬트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앨런 로스는 “사람들이 그럴듯한 조직 이름에 속아서 컬트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고, 초기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시간이 서서히 지날수록 해당 컬트의 실체를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그리스도의 병사들’이라는 조직의 실체를 곧 알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애틀랜타 폭스5뉴스는 15일 “경찰은 피해자가 입은 외상이 종교 의식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틀랜타 한인들은 "그리스도의 병사들이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한인 청소년과 20대 젊은이들이 이런 엄청난 살인극을 벌였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은 체포된 6명 외에 추가 용의자는 없다고 밝혔다. 한 경찰 관계자는 “피해여성은 올 여름 정상적인 종교단체에 가입하는 줄 알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왔다”며 “지난 8월 3일 전후로 용의자들이 피해자를 로렌스빌의 주택 지하실에 감금했고, 이후 폭행하고 굶긴 끝에 숨지게 했다”고 밝혔다. 조씨가 사망하자 용의자들은 불태운 시신을 담요에 싸서 자동차 트렁크에 은닉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시신은 지난 12일 밤 둘루스의 한인운영 제주 사우나 주차장에 세워둔 재규어 승용차 안에서 발견됐다.
한편 부상을 당해 병원에 입원중인 현씨와 미성년자인 이준영씨를 제외한 용의자 4명은 지난 15일 귀넷 카운티 법원에 출두했으며, 재판부는 이들의 보석을 불허했다. 판사는 살인, 시신은닉, 불법감금, 증거변조 등 4건의 중범 혐의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후 경찰은 용의자들에게 ‘갱 범죄(gang activity)’ 혐의를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사건이 발생한 주택은 2021년 6월 이씨 3형제의 목사 아버지가 39만1000달러를 주고 구입했으며, 침실 5개, 화장실 3개, 건평 2847스퀘어피트로 현 마켓시세는 46만4800달러 정도이다.
구성훈 기자 sgoo@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