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익힌 '틸라피아' 먹고 사지 절단 아픔
덜 익힌 틸라피아를 섭취한 후 박테리아에 감염돼 사지를 절단한 로라 바라하스./ KTLA 및 고펀드미 페이지.
일부 일식당서 음식 재료로 사용
고추장과 섞이면 광어와 구분 어려워
날것 섭취하면 위험, 튀겨서 먹어야
캘리포니아주에서 40대 히스패닉 여성이 덜 익힌 생선을 먹은 뒤 박테리아에 감염돼 사지를 절단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 여성이 섭취한 생선은 틸라피아(tilapia·역돔)로 밝혀졌으며, 이 생선은 일부 일식당에서 재료로 사용되고 있어 여름철 시원한 회냉면이나 회덮밥 등을 즐겨찾는 한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KTLA가 16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북가주 샌호세에 거주하는 로라 바라하스(40)는 덜 익힌 틸라피아를 먹은 뒤 박테리아에 감염됐으며, 한달 반 정도 투병 끝에 결국 사지를 절단했다. 틸라피아는 열대지방에서 나는 민물고기의 일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양식되는 어류 중 하나이다.
바라하스는 지난 7월 말 로컬 마켓에서 틸라피아를 구입한 뒤 직접 조리해서 먹었다. 이 생선을 섭취 한 뒤 심한 통증을 호소하다 며칠 만에 혼수상태에 빠져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바라하스의 감염이 최근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경고한 박테리아의 일종인 '비브리오 불니피쿠스(Vibrio Vulnificus)'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1일 CDC는 날생선 또는 덜 익힌 생선을 섭취하거나 박테리아가 서식하는 바닷물에 몸의 상처 부위를 노출시켜 감염될 수 있는 박테리아균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남가주한인외식업협회 김용호 회장(일식당 아라도 대표)은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인타운 인근 일부 일식당에서 회덮밥 재료로 틸라피아를 사용하기도 한다”며 “틸라피아는 광어의 10분의 1 가격으로 저렴해 흰살생선 재료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덮밥에 들어가는 틸라피아는 고추장과 섞일 경우 일반인들이 외형상 광어와 구분하기 힘들 것”이라며 “세균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틸라피아는 아프리카에선 바싹 튀겨서 파는 먹거리로 날로 먹으면 절대 안 된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바라하스의 지인인 애나 메시나는 고펀드미 페이지를 개설해 “바라하스가 비브리오 불니피쿠스에 감염됐다는 진단을 받은 후 병원에 입원해 한달 이상 목숨 걸고 사투를 벌였다”며 “하지만 지난 13일 바라하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의료진이 사지를 절단해야 했다”고 전했다. 감염 당시 바라하스는 손가락과 발가락, 아랫 입술까지 모두 검게 변하면서 패혈증 증세를 보였고 신장 기능도 급격히 저하된 것으로 알려졌다.
KT플라자 약국 관계자는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비브리오 불니피쿠스균은 패혈증을 일으키는 균으로 12~72시간의 잠복기를 거쳐 발열, 오한, 복통, 구토 등의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며 “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한 천연 해독제가 있지만 무엇보다 조기 항생제 치료 등 신속한 처방이 중요하기 때문에 바로 병원을 찾아 적합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UC샌프란시스코 전염병 전문가인 나타샤 스포티스우데 박사는 “해당 박테리아의 감염 원인은 오염된 어패류를 섭취했거나 세균이 서식하는 바닷가에서 피부에 있는 상처를 통해 노출된 경우”라며 “특히 면역이 저하된 사람들에게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어패류를 충분히 익혀서 먹고 피부에 상처가 났다면 바닷물 접촉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CDC에 따르면 매년 전국에서 약 150~200건의 비브리오 불니피쿠스 감염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감염자 5명 중 1명은 발병 후 1~2일 이내에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 박테리아는 5월~10월 수온이 상승할 때 번성하며 멕시코만 연안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된다.
6세 아들을 둔 바하라스는 현재 사지절단 장애를 앓고 있으며, 한 절친이 의료비 마련을 위해 고펀드미 페이지를 개설했다. 17일 현재까지 5만달러 이상 모금했다.
우미정 기자 mwoo@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