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등 소비자 "팁은 이제 필수 아닌 선택?"
고 물가가 지속되고 팁플레이션에 대한 피로감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팁 인심이 갈수록 인색해지고 있다. /ABC TV
고 물가· 팁플레이션에 피로감
갈수록 인색...우버 60% '노 팁'
"미용실서 준다" 56%에 불과
LA한인타운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집 근처 빵집을 갈 때 마다 늘 현금을 챙긴다. 크레딧카드로 지불 할 때마다 ‘키오스크’ 스크린에 10~20%의 팁 선택 버튼을 터치해야 하는데 현금 결제는 이런 과정이 생략되기 때문이다. “투고 오더라 ‘노 팁’을 눌러도 무방하지만 캐시어의 얼굴 표정이 읽혀지는 게 왠지 불편하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가파르게 치솟은 물가로 인해 갈수록 소비자들의 팁 인심이 인색해지고 지갑도 쉽게 열지 않고 있다. 또 팁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팁을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는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정보 사이트 ‘뱅크레이트닷컴’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팁 문화가 보편화된 미용실, 식당, 우버 등을 이용하며 항상 팁을 준다고 답한 소비자는 2021년 이후 8%나 뒷걸음질 쳤다. 같은 기간 택시나 차량 공유 서비스 이용시 팁을 주는 경우도 7% 줄었다.
또 5명중 3명은 팁에 대해 부정적 느낌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경기 침체와 함께 최근 몇 년간 이어지고 있는 ‘팁 강요’ 분위기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 한인은 “일부 마사지, 스파업소에는 프론트에 ‘최소한 팁은 15% 혹은 20%’라는 표지판을 붙여 놓아 놀랐다”며 “팁이란 게 서비스 만족도에 따라 주는 것인데 요즘은 아예 세금이 된 느낌”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코로나 펜데믹이 한창이던 3년 전에 비해 소비자들의 심리가 움츠러들면서 팁 문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1년에는 4분의 3이 식당에서 항상 팁을 준다고 답했지만 지금은 3분의 2로 줄었다. 미용실에서 팁을 준다는 답변도 절반을 겨우 넘긴 55%에 불과했고 음식 배달원에게도 팁을 주는 소비자는 51%에 머문 것으로 집계됐다. 우버나 택시 등을 이용하면서 팁을 주는 경우도 10명중 4명에 그쳤다.
소비자들이 팁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데는 코로나 펜데믹 이후 임금이 오르기는 했지만 치솟은 물가를 따라잡지 못하는 데다 ‘팁플레이션’에 대한 피로감이 더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해광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