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병실 아들의 죽음도 모른 채 떠나야했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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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병실 아들의 죽음도 모른 채 떠나야했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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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인공호흡기 삽입 준비를 하는 동안 박은혜 간호사(맨 왼쪽)가 마비약과 안정제를 투여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보호장구를 착용한 모습.  /박은혜 간호사 제공



파란만장, 우여곡절의 15개월을 끝내며 <1>


프로비던스 리틀 컴퍼니 간호사 박은혜 

중환자실서 안타까운 이별 장면 지켜봐

과로, 위험, 극심한 감정노동에 시달려

 


캘리포니아가 15개월만에 일상으로 돌아왔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15일을 기해 자택대피령을 해제하고, 전면 재개방을 선언했다. 지난해 3월부터 이어지던 코로나와의 싸움이 일단락 되는 날이다. 본지는 힘겨운 전쟁터의 맨 앞에 서 있었던 한인들을 만나봤다.


 

아주 고약한 전염병이다. 한 명이 걸리면 가족에게도 옮기기 십상이다. 그런 코로나가 창궐하던 작년 11월이었다. 60대 아버지와 30대 아들이 중환자실에 함께 실려왔다.


아버지 바로 옆방에 입원한 아들이 먼저 심각해졌다. 인공호흡기 삽입 전 단계인 호흡보조장치 바이팹(Bipap) 마스크를 착용했으나, 환자 스스로 호흡기의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떼어버리는 바람에 응급 처치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망했다.


유족들은 경황 중에도 "제발 아버지에게는 알리지 말아달라"고 의료진들에게 사정했다. 바로 옆방에서 입원해 있던 아버지는 아들의 사망 사실도 모른 채 병원에서 한 달을 지내야 했다.

 

12월 중순께 아버지마저 위중해졌다. 하지만 가족들은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페이스 타임을 통해 온라인으로 아버지를 떠나보내야 했다.

 

이 모든 과정을 바로 곁에서 지켜봐야 했던 게 박은혜(34) 간호사다. 토런스의 프로비던스 리틀 컴퍼니(Providence LittleCompany of Mary Torrance Medical Center) 중환자실(IntensiveCare Unit, ICU)에서 근무하는 그녀는 지난 1년간 수많은 허망한 이별을 순간들을 목격했다.


박 간호사는 “코로나19의특수한 상황 때문에 보통 가족들의 임종을 지켜볼 때에도 격리된 공간에서 온라인 혹은 환자 방 밖에서 진행이 된다.차마 옆에 있기 힘든 순간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감정적인 고통만이 아니다. 실질적인 위험에도 그대로 노출됐다. 제공되는 개인보호장비(PPE) 물량은 턱없이 부족해 개인적으로 확보해야했다. 박 간호사는 “N95 마스크, 손세정제, 일회용 가운, 장갑, 안면보호대 등 안전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구했다”며 “한 병원 매니저는 용접 전문 장비까지 동원해 사용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박 간호사는 또 “나 뿐만이 아니라 병원 의료진 전체가 장시간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두통과 피부염, 호흡 곤란 등의 부작용 때문에 많이 힘들어 했다. N95 마스크는 일회용인데도 불구하고 재활용해서 몇번씩 착용했다”고 전했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을 하기도 하고 직장을 잃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를 지나 점차 이전의 모습으로 회복되고 있다. 모두에게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깨닫는 시기가 됐기를 희망한다." 인터뷰 말미에 그녀가 남긴 메세지다.


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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