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셀프 안전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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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셀프 안전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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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딸네 식구가 겨울방학을 맞아 LA에 와 두 달 정도 머물다 서울로 돌아갔다. 그간 오미크론 변이 여파로 외출을 자제하라는 권유도 있고 해서 주로 집에 머물거나 인근 바닷가에 자주 데리고 다녔다. 지난 주말에 있었던 일이다. 일몰을 즈음해 집 근처 레돈도비치의 석양도 보여 줄 겸해서 바닷가로 산책을 나섰다. 애들이 물가에서 놀고 있는 동안 모래사장을 걷다 보니 방파제 돌 무더기 위에 갈매기들이 떼 지어 앉아 있었다.  


사진(寫眞) 전문가들 사이에 '잘못 찍은 사진이란 있을 수 없다. 단지 가까이 가서 찍지 않았을 뿐'이라는 말이 있다. 필자는 그 날따라 그 말을 떠올리며 지는 해를 배경으로 갈매기가 모여 있는 방파제 끝 쪽으로 향했다. 방파제 돌 무더기 사이를 이리저리 건너뛰다가 그만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어이쿠' 하며 순간적으로 놀라서 일어나 보니 정강이 앞 부분이 얼얼했다. 약간의 찰과상으로 별 지장없이 집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웬지 찜찜했다. 


공사현장에서 지금껏 ‘안전제일’을 수시로 강조하고 다니면서도 정작 나 자신은 순간 부주의로 넘어진 일을 생각하니 좀 쑥스럽기도 했다. 자칫 부주의로 일어난 또 다른 사례를 접한 것은 지난 주말이다. 이웃에 사는 데이빗과 골프 플레이를 했다. 마드리드 태생의 그는 무슨 얘기 중에 스페인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활신조 세 가지를 들려주었다. 요약하자면 ‘가족·친구·음식’을 지칭하는 3F(Family·Fried & Food)가 그 곳 사람들의 보편적인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설명이었다. 


이어서 그는 얼마 전, 자기 여동생 둘과 함께 골프를 하던 중 안전사고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언니가 친 골프공에 동생이 눈언저리를 맞아 온가족이 가슴조이는 일이 있었다고 했다. 다행히 몇 번의 수술 끝에 시력을 되찿기는 했지만 그러는 동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했다. 주말골퍼들이 자주 찾는 골프장도 안전지대에서 예외 일 수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최근 세계도처에서 예측불허의 안전사고 발생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작년에는 플로리다의 초고층 콘도미니엄 발코니가 내려 앉아 인명사고가 났었고, 올해 초에는 전남 광주에서 초고층 아파트 벽체가 무너져 내렸다. 며칠 전 피츠버그에서는 폭설로 교량이 붕괴되면서 다리가 두 개로 갈라졌다. 두 동강이 난 다리 위를 지나던 차량들이 전복되거나 대형버스가 잘려나간 다리 위에 멈춰 선 사진도 보도됐다. 미 전역에는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된 다리들이 4만3000여 개나 있다. 이번 피츠버그 인근의 ‘펀홀로’ 다리는 건설된지 50년 됐다고 전해진다. 


사회간접 시설을 지속적으로 정기점검 및 유지보수를 한다 해도 오래된 인프라 스트럭처의 붕괴현상들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연중 온화한 기후와 날씨를 자랑거리로 삼아온 캘리포니아도 이제는 급격한 기후변화와 이상기온으로 이변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제법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기도 하고 갑자기 뜨거운 햇살로 더위를 느끼게 하는 등 변덕스러운 날씨도 그 중 하나다. 그래서인지 'Indooring'이라는 말이 요즘 자주 등장한다. 그간 옥외활동에 적합한 기후에 걸맞는 캘리포니아 라이프스타일도 이제는 기상변화 및 팬데믹으로 실내에 머무는 일이 많다 보니 자주 눈에 띄는 용어가 됐다. 


더불어 개인과 가정 내에서의 안전의식도 한번쯤은 되돌아 볼 때가 된 듯하다. 그 중 하나가 가정 내 주방에서의 개스버너 사용에 관한 얘기다. 최근 LA타임스 주말판에 실린 환경과학기술협회 연구보고서에는 '사용 후 잠금 레버를 Off로 해 놓았다 하더라도 메탄(Methane) 등의 미세한 유해가스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있다. 이는  기후변화 현상이 하나의 원인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개스 스토브(버너) 상부의 레인지후드를 사용 전후 자주 작동시켜 주고 또한 수시로 실내환기를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내 공기질(Indoor air quality)의 향상에 힘써야 한다'는 연구진의 조언도 들어 있다. 


그러고 보니 금연 가정의 주부들이 간혹 폐암에 걸리는 경우도 위의 내용과 무관치 않으리라는 짐작도 하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반복되거나 세계도처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보면 천재지변을 제외하고는 순간의 부주의 등 인재(人災)에 의한 사례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이 참에 개인과 가정에서의 안전의식 및 상태점검도 한번쯤은 돌아 볼 때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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