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맛 오미크론? 방역지침도 오락가락
가주 공공보건국 “무증상 의료진은 현장 복귀” 지침
격리기간 5일로 단축시킨 CDC 방침도 직장내 혼선
팬데믹 피로감 더해져 “정답이 뭔지” 혼란만 가중돼
A씨는 지난 주말 당황스러운 휴대폰 메시지를 받았다. 며칠 전에 만났던 B씨로부터 온 연락이었다. 이런 내용이다. “아내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나도 자가 검사 키트로 해봤는데, 일단 음성으로 나왔다. 확인하기 위해서 병원에 가서 2차 검진을 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당신도 혹시 모르니 검사를 받아보라. 정말 미안하게 됐다.”
깜짝 놀라 전화로 자세한 상황을 물었다. B씨는 “집사람이 목이 좀 아프고, 열이 있어 검사해봤더니 그렇게 됐다. 나는 아무 증세가 없고 멀쩡하다. (본인의) 병원 검사 결과는 며칠 기다려야 나올 것 같다. 어쨌든 최근 만난 사람들에게는 알려야 할 것 같아 연락했다”며 거듭 사과의 뜻을 나타냈다.
문제는 A씨의 대응이다. “부랴부랴 검사소를 알아보니 영 만만치 않더라. 당장 받아도 결과까지 사나흘 이상은 걸린다는 얘기들이다. 막상 월요일 출근이 고민됐다. 중요한 업무를 진행 중이어서 책임자와 통화하니 ‘증세가 없으면 마스크를 쓰고 최대한 조심하면서 업무를 진행하자. 사무실에 머무는 시간은 최소한으로 줄여라’는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LA카운티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숫자가 연일 최고치를 찍고 있다. 10일에도 4만3582명이 양성 판정을 받아 이틀 연속 4만 명을 돌파했다. 누적 숫자는 200만 명(201만964명)을 넘어섰다.
숫자만 놓고 보면 분명 공포스러운 상황이다. 모든 사회 활동이 또다시 정지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하지만 막상 대응에는 여러 목소리다. 예전처럼 펄쩍 뛰고, 철통을 치던 것과는 분명히 달라졌다.
원인은 두 가지다. 일단 오미크론 변이가 가벼운 증세에 머무른 경우가 많은 탓이다. ‘순한맛’ 버전이라는 농담까지 들린다. 여기에 피로도도 한 몫 한다. 2년이 돼 가는 팬데믹에 지치고, 상황에 대한 내성까지 생긴 때문이다.
이를 방증하듯 예전과 다른 톤의 조치들도 잇따른다. 가주 공중보건국은 10일 의료계 종사자들에게 무증상의 경우 격리조치나 음성확인의 필요없이 업무에 복귀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의료기관 인력 부족 사태로 인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는 무증상 확진자도 최소 5일간 격리기간이 필요하다는 CDC의 방침에 위배된다.
이처럼 공공 보건이나 개인 방역에서 이렇다 할 모범 답안 없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NY타임스(NYT)는 “지침은 점점 완화되고 있다. 의료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고용주가 확진 직원의 (5일만에) 복귀를 종용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일부는 음성 확인 없이도 강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UC어바인의 공공보건학 앤드루 노이머 교수는 "오미크론은 델타보다 증상이 가볍지만 전염력은 더 높다. 이런 점이 한꺼번에 상황을 뒤바꿨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자녀의 등교, 저녁 외식, 여행 예약 등을 강행해야 할지, 아니면 취소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고 NYT는 전했다. 이들은 식료품을 배달로 조달하며 최대한 외출을 삼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식당 모임을 갈망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오미크론 변이는 얼핏 순한맛 버전쯤으로 이해된다. 그렇다고 가볍게 볼 수도 없다. 엄연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어떤 대응이 정답인지 어렵다. 이래저래 혼란만 가중되는 실정이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