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이렇지요] coffee mix는 mix coffee가 진짜 영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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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이렇지요] coffee mix는 mix coffee가 진짜 영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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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이 발명의 날을 맞아서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을 대상으로 ‘한국을 빛낸 발명품 10선’을 조사한 일이 있었는데 대한민국 최고의 발명품으로 훈민정음이 뽑혔다. 한글이야 말로 위대한 발명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5위가 커피믹스였다. 커피전문점의 연매출이 10조원대를 넘어섰다. 재벌그룹이 운영하는 대형 체인점의 매출은 covid-19 속에서도 계속 늘고, 토종 브랜드 등 일부 전문점은 경영위기를 맞고 있어서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스타벅스는 2015년 커피점 최초로 매출 1조클럽에 올랐고 5년만에 2조를 달성했다. CJ그룹이 운영하는 투썸플레이스도 지난해 두 자릿수 상승을 기록, 매출이 5000억을 넘어섰다. 그 뒤를 이디야, 메가커피, 할리스커피가 잇고 있다.  


우리들은 한 해 얼마나 많은 커피를 마시고 있을까? 원두 수입량을 기준으로 커피 소비량을 분석해 보니 한국인은 대체로 한 주에 10잔 가까이 마시는 것으로 나타나서 연간 500잔을 마신다. ‘다방커피’, ‘국민커피’로 사랑받는 커피믹스 시장은 쪼그라들고, 원두커피 시장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 2012년 1조2389억원에 달했던 커피믹스 시장 규모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고 원두커피 수입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커피믹스(coffee mix)란 무엇인가? 인스턴트 커피와 설탕 그리고 크리머 등을 섞어서 1회분씩 포장해 놓은 제품이다. 1976년 동서식품이 출시한 맥심이 효시다. 값싸고 편리하고, 어디든 지참하기 좋은 커피믹스가 대중적 인기를 끌자 경쟁사들이 비슷한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한국의 커피믹스는 중국 등 동남아 지역으로 수출되고 미국과 유럽의 해외 한인들도 찾고 있다. 싱가포르에는 아울(Owl)이라는 유사 제품이 있다.


유럽이나 미국에 커피믹스는 아예 없다(일부 교민들이 즐겨 마실 뿐이다). ‘커피에 설탕 먼저 넣는 게 좋으냐, 우유를 먼저 넣는 게 좋으냐’로 아직도 논쟁을 벌이는 사람들이 많다. 더욱이 아메리카노를 즐기고 있는 나라에서 아무리 ‘황금비율’이라지만 ‘봉지커피’는 상상조차 힘들다. 영국인들과 아랍인들에게 커피믹스를 마시게 한 뒤 품평을 들어본 유튜브 영상이 있다. “아기분유 맛이다”, “핫초콜릿 같다”, “너무 달다” 등 대부분 부정적 반응이었다. 


coffee mix는 맞는 영어일까? Mix coffee라고 해야 한다. Korean mix coffee라고 하면 확실할 것이다. 이런 봉지커피(packaged coffee)는 서양에는 없다. 6.25동란 때 MRE(meal ready to eat, 전투식량)속에서 인스턴트 커피를 처음 발견하고 “이건 어디 쓰는 물건인고?” 동네방네 수소문한 기억이 있다. 한 식자(識者)로부터 커피라는 설명을 듣고서야 동네 아이들은 대접에 이를 물과 함께 섞어서 사카린이나 당원을 타서 꿀꺽꿀꺾 마시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 시절 설탕은 귀한 식품이고 단맛은 쓴 커피를 중화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60~70년대에 다방에는 ‘모닝커피’(아침에 마신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가 있었다. 모닝커피 속에는 계란 노른자가 들어 있었다. “난 계란 빼고 주세요”라고 주문하면, 레지(옛날 찻집 종업원을 lady의 일본식 발음으로 불렀다)는 주방을 향해서 “모닝 빼고 하나요!” 소리를 질렀다 (아마 이 때만 해도 커피가 위장을 버린다고 하여 계란으로 보양코자 했던 것 같다). 커피믹스와 비슷한 말로 캔커피(can coffee)가 있다. 편의점과 가판대 천국인 일본에서 깡통커피가 처음 출시된 것은 1965년이었다. 영어로는 캔드 커피(canned coffee)라고 말해야 한다. 커피 취향이 고급화하면 mix coffee와 canned coffee는 언젠가는 모두 사라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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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룡 칼럼니스트: 중앙고, 고려대 영문과, 서울대 신문대학원을 졸업했다. 뉴욕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을 수료했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언론학 박사를 받았다. UC버클리 교환교수, 한국방송학회 회장을 지냈다.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좌교수, 차관급인 제3기 방송위원,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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