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이렇지요] 원래 여행은 개고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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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이렇지요] 원래 여행은 개고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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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해외여행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두 국가 간에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소위 Travel Bubble을 약정하는 나라가 늘면서 공항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정부가 점차 위드 코로나 방침을 세우면서 휴면상태에 있던 항공노선이 재개되고 고사(枯死) 직전에 놓여 있던 여행사들도 손님 맞을 준비에 바쁘다. 제일 먼저 관광객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사이판의 경우 연말까지 예약이 완료된 지 오래다. 


지난 2년 COVID-19 여파는 항공과 관광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Stay Home!을 외치는 상황에서 집 밖에 나가는 일은 모험이었다. 오죽하면 무착륙 관광이라는 기상천외한 여행이 등장하였고 항공사는 지상에서 기내식을 파는 식당 아닌 식당을 열기까지 하였다. 항공사 여행사 명소와 관광지 버스와 운송업, 숙박, 식당, 면세점, 기념품가게, 여행가이드 등 관련 종사자들이 완전 실업상태를 맞았다.


전 인구의 70% 이상이 백신을 맞은 지금의 상황을 고려하면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은 화급하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박멸되지 않는 한 COVID-19는 독감처럼 존재할 수밖에 없는 Endemic(토착병)이 되었고, 살아 있는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각자의 삶을 영위해 나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적인 관광은 교통수단의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어떤 자료에 의하면 1780년 만해도 영국 런던에서 맨체스터까지 역마차로 가면 4~5일이 걸렸지만 100년 뒤인 1880년에 기차가 등장하자 그 5일이 5시간으로 단축되었다. 마차, 기차, 자동차, 비행기, 점보여객기 등으로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그야말로 세계는 이웃(shrinking world)처럼 가깝게 되었고 여행은 일상화 되었다. 영어로 여행, 여행하다를 뜻하는 단어는 travel이다. 그런데 이 travel이 고문(拷問)의 도구로 쓰이던 three poles를 뜻하는 라틴어 트레팔리움(trepalium)과 고생을 의미하는 트레바일(travail)에서 왜 나왔을까? 


집 떠나면 고생이란 말이 있듯이 옛날부터 여행은 고생이었다. 특히 교통이 불편하고 숙박시설이 불량한데다 음식까지 입에 맞지 않으면 여행은 개고생이 된다. 지금도 저개발국가나 오지의 여행은 고생을 각오해야 한다. 난생 처음 해외여행을 가면 짧은 시간 안에 여러 나라를 돌아 다닌다. 지금도 동유럽 일주 여행상품은 8~9일 동안(오가는 시간을 빼면 실제 관광은 6~7일이다) 5개국을 여행한다. 그저 인증샷이나 찍는 '주마간산(走馬看山)식 투어'다. 어떤 명소에 내리면 가이드는 “10분 드릴게요” 말하고, 손님들은 시간에 쫓겨 사진 몇 장 찍고 다시 버스에 오른다. 


이와 같은 그룹투어를 속칭 '6·7·8여행'이라고 한다. 6시 기상, 7시 식사, 8시 출발이 고정된 스케줄이기 때문이다. 이런 여행에는 총론(總論)의 의미가 있다. 쭈욱 한 번 훑어보고 나면 나름대로 판단이 서게 된다. 다음 단계는 한 나라만 둘러보기로 수준이 올라간다. 각론(各論)인 셈이다. 영국일주, 그리스일주, 스위스일주와 같은 한 나라만 둘러보는 상품이 인기를 끈다. 조금 멋을 부리면 미술관이나 박물관 기행, 와이너리 투어에 일정을 스스로 짜는 맞춤여행이 등장한다. 집중탐구(集中探究)라고 할 만하다. 


여행의 고수가 되면 한 나라도 아니고 오로지 한 도시만 여행하는 수준에 다다른다. 나는 2019년 미국 게이트 1 트래블(Gate 1 Travel)여행사를 따라 스칸디나비아와 러시아를 20일 여행하였다. 서울에서 코펜하겐까지 개별로 가서 미국에서 온 30여 명과 합류하였다. 이 패키지의 특징은 일정의 반쯤은 투어가 1시경 끝나고 점심부터 자유다. 쉬든지 무얼 더 보든지 맘대로다. 아, 여행은 자유구나, 해방감을 만끽했던 기억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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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룡 칼럼니스트: 중앙고, 고려대 영문과, 서울대 신문대학원을 졸업했다. 뉴욕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을 수료했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언론학 박사를 받았다. UC버클리 교환교수, 한국방송학회 회장을 지냈다.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좌교수, 차관급인 제3기 방송위원,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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